윔블던 잔디 씹으며 5연패 결의… 神을 꿈꾸는 남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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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윔블던 조코비치가 우승하면
남자 선수 3번째로 5연패 금자탑
통산 승률 샘프러스 제치고 1위로
메이저 24승 남녀 통틀어 최다승… 페더러 넘고 최고령 우승도 달성

노바크 조코비치(36·세르비아·2위·사진)는 다음 달 3일 개막하는 2023 윔블던 테니스 대회를 앞두고 연습 코트에서 잔디를 뜯어 먹는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조코비치는 윔블던 우승 때마다 경기장 잔디를 뜯어 입에 넣는 세리머리를 펼쳤다. 인스타그램 동영상은 우승 세리머니 예행연습이었던 셈이다.

조코비치는 왜 잔디를 먹는 걸까. 조코비치는 “장난기 가득했던 어린 시절 ‘윔블던에서 우승하면 코트 잔디를 뜯어 먹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호사가 사이에서는 ‘조코비치가 GOAT니까’라는 설명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염소를 뜻하는 ‘GOAT’는 스포츠 세계에서 역대 최고(the Greatest Of All Time)라는 뜻으로도 쓰인다.

조코비치는 12일 끝난 프랑스 오픈 정상을 차지하면서 역대 메이저 대회 남자 단식 최다(23회) 우승 기록을 새로 썼다. 4대 메이저 대회(호주 오픈, 프랑스 오픈, 윔블던, US 오픈) 가운데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윔블던에서도 역시 GOAT 자리를 향해 순항 중이다.

조코비치는 지금까지 윔블던에서 총 7번(2011, 2014, 2015, 2018, 2019, 2021, 2022년) 우승했다. 조코비치가 올해도 우승하면 로저 페더러(42·스위스·은퇴)와 함께 이 대회 146년 역사상 남자 단식에서 가장 많이 우승한 선수가 된다.

2020년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사태 때문에 윔블던이 열리지 않았다. 따라서 조코비치가 올해 대회에서 우승하면 2018년부터 5회 연속 우승을 달성하는 셈이 된다. 프로 선수가 메이저 대회에 참가하기 시작한 1968년 이후(오픈 시대) 윔블던 남자 단식에서 5회 연속 우승을 차지한 건 비에른 보리(67·스웨덴·1976∼1980년)와 페더러(2003∼2007년)뿐이다.

128강부터 시작하는 메이저 대회 남녀 단식에서 우승하려면 7연승이 필요하다. 지난해까지 윔블던에서 86승 10패(승률 89.6%)를 기록한 조코비치가 올해 대회에서 우승하면 이 대회 통산 승률을 90.3%(93승 10패)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이 대회에서 63승 7패(승률 90%)를 남긴 피트 샘프러스(52·미국)를 뛰어넘어 윔블던 남자 단식 통산 최고 승률 1위 자리까지 차지할 수 있다.

조코비치가 올해 윔블던 정상에 오르면 메이저 대회 개인 24번째 우승 기록도 세운다. 여자 단식에서는 마거릿 코트(81·호주)가 24번 우승 기록을 세운 적이 있지만 이 중 13번은 프로 선수가 뛰지 못했던 ‘아마추어 시대’ 기록이다. 오픈 시대 기록만 따지면 여자 단식에서도 이런 기록을 남긴 선수는 없다.

반면 여자 단식에서는 조코비치처럼 압도적인 우승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 프랑스 오픈 챔피언 이가 시비옹테크(22·폴란드·1위)가 잔디 코트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잔디 코트에서 통산 17승 7패(승률 70.8%)를 기록 중인 시비옹테크는 2021년 8강 진출이 윔블던 최고 성적이다. 영국 스포츠 베팅 업체 ‘스카이베트’는 시비옹테크의 우승 확률을 22.2%로 전망했다. 같은 업체 기준으로 조코비치의 우승 확률은 52.4%였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윔블던#조코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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