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C 잔디 밟기, 진솔한 대화…한국축구와 본격 스킨십 나선 클린스만 감독[김배중 기자의 볼보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10일 10시 50분


코멘트
9일 경기 파주 축구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가진 뒤 훈련장 잔디를 직접 밟으며 시설을 둘러보고 있는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잔디도, 시설도 훌륭하다.”

9일 경기 파주 축구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취임 기자회견을 가진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59)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NFC 곳곳을 둘러봤다. 본 건물 1층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한국 축구 역사가 기록된 사진을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들의 설명을 들으며 꼼꼼히 살펴본 뒤 곧 선수들과 함께 훈련할 훈련장도 둘러봤다.

훈련장에 내려가 잔디를 직접 밟은 클린스만 감독은 “파주는 처음 와 본다. 좋은 환경에서 훈련하는 게 기대 된다”고 했다. 덧붙여 “(기자회견을 하기 전에 들어오다) 여기 와서 훈련하는 어린 선수들(협회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인 ‘골든 에이지’ 참가자)을 봤다. 선수들이 동기부여가 잘 돼있는 것 같다. 느낌이 좋다”며 웃었다.

8일 인천공항을 통해 입국한 클린스만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공식 업무에 들어갔다. 취재진 앞에 2026년 북중미(미국, 캐나다, 멕시코) 월드컵까지 약 3년 5개월 동안 함께할 ‘사단’도 공개했다.

안드레아스 헤어초크 수석코치(55·오스트리아), 파올로 스트린가라 코치(61·이탈리아), 안드레아스 쾨프케 골키퍼 코치(61), 베르너 로이트하르트 피지컬 코치(61·이상 독일), 마이클 김 코치(50)가 클린스만 감독과 함께한다.

헤어초크, 스트린가라 코치는 클린스만 감독이 미국 대표팀 감독을 하던 시절 함께 호흡을 맞췄고 쾨프케, 로이트하르트 코치는 독일 대표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분데스리가 등에서 오랜 경험을 쌓았다. 차두리 FC서울 유스강화실장(43)은 내년 1월로 예정된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까지 클린스만 감독의 테크니컬 어드바이저(기술 자문) 역할을 하기로 했다.

사단을 공개하는 한편 클린스만 감독은 이날 자신을 둘러싼 여러 궁금증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답했다. 2020년 2월 헤르타 베를린(독일) 감독에서 물러난 후 약 3년 동안의 공백기가 있었는데 클린스만 감독은 “경영학 석사 과정 공부를 한 뒤 최근 1년 반 동안 아랍컵, 월드컵 등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기술연구그룹(TSG) 활동을 했다. 또한 BBC, ESPN에서 해설활동을 했다. 감독만 안 했을 뿐 축구와 연을 이어오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과거 독일 대표팀 감독 당시 지도했던 필립 람(40)이 자신의 자서전에서 자신을 비판한 부분에 대해 클린스만 감독은 “정상적인 비판이라고 생각한다. 25명 선수를 지도하다보면 예를 들면 공격수는 슈팅 훈련을 더 많이 하고 싶어 하고, 미드필더는 패스 훈련을 더 많이 하고 싶어 한다. 람의 경우 수비수였으니 전술적인 부분에서 더 많은 훈련을 하고 싶어했을 거다”라고 답했다.

헤르타 베를린 감독 시절 구단 운영진과 갈등을 빚다 77일 만에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임 의사를 밝히고 나왔던 일에 대해 클린스만 감독은 “당시의 일에 대해서는 실수라고 생각한다. 다시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인생이라는 것은 매일이 배움의 과정이다. 10번 다 옳은 결정을 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건 실수를 줄여가는 일이다”라고 답했다.

기자회견 내내 온화한 표정으로 질의응답을 했던 클린스만 감독. 대한축구협회 제공
앞서 마이클 뮐러 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58)이 클린스만 감독을 선임하면서 선임 과정과 새 감독의 축구철학 등을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해 클린스만 감독 선임을 두고 비판 여론이 컸다. 그랬던 만큼 이날 공식 기자회견에 나온 클린스만 감독에 대해 날선 질문들도 가감 없이 나왔다. 헤르타 베를린 감독 시절 사임을 ‘기행’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하지만 질문을 경청한 클린스만 감독은 이 같은 날선 질문에도 불편해하는 기색 없이 잘못에 대해 흔쾌하게 잘못이었다고 인정하는 한편 자신도 여러 경험을 통해 배우며 성장하고 성숙해지고 있다고 차분하게 설명했다.

철학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공격수이기에 1-0보다 4-3으로 이기는 걸 좋아 한다”면서도 “선수들과 대화를 나누며 이들이 뭘 원하는지를 파악하고 이에 따른 철학을 입혀가겠다”고 했다. 파울루 벤투 전 축구대표팀 감독(54)이 구축한 ‘빌드업 축구’에 대해 “(선수들이 원한다면) 이전 스타일을 지속하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거리낌이 없다”고 말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진솔하게 답변한 나머지 또 다른 논란거리가 나오기는 했다. 당초 뮐러 위원장이 61명의 후보군부터 시작해 여러 검증과정을 거쳐 클린스만 감독 선임에 이르게 됐다고 설명했지만, 클린스만 감독에 따르면 TSG로 활동하던 카타르 월드컵 당시부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 등과의 교감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취재진의 질의응답을 받는 내내 질문자의 눈을 바라보며 최대한 솔직하게 대답하려고 노력했다. 모르면 아직 처음이라 잘 모른다고, 12일 FC서울과 울산의 K리그 경기를 직관하게 된 데에 “일정이 맞아 선택했을 뿐 다른 이유는 없다”고 솔직하게 답했다. 우직했지만 질문에 대해 자꾸 동문서답을 해 뭔가 더 궁금하게 만드는 벤투 감독과는 다른 스타일이었다.

‘클린스만 호’는 이제 닻을 올렸다. 얼마 남지 않았지만 축구팬들은 24, 28일 A매치 평가전을 통해 클린스만이 앞으로 한국축구를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게 뭔지 단서를 얻을 수도 있다. 공격축구를 지향한다는 클린스만을 향해 한국이 역대 월드컵에서 1경기 3골 이상을 넣어본 적이 없기에 3골을 내줘서 이길 수 없다고 하자 클린스만은 이렇게 답했다.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 (독일에 2-3으로 진) 한국이 독일을 상대로 3골 이상도 넣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때 한국이 그렇지 못했던 걸 (당시 한국을 상대했던 선수로) 다행이라고 생각할 뿐입니다(웃음). 다만 한국이 앞으로 그 한계를 깰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간 제 눈에 비쳐진 한국축구는 경쟁력이 있고 선수들은 항상 굶주려 있었어요.”

파주=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