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인 대신 아픈 황의조·이재성 투입…벤투 용병술 갸우뚱

  • 뉴시스
  • 입력 2022년 9월 29일 09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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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9월 2차례 평가전에서 끝내 이강인(마요르카)을 외면했다. 반면 부상을 안고 있던 황의조(올림피아코스)와 이재성(마인츠)은 위험 부담을 감수하며 경기에 투입됐다. 벤투 감독의 용병술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축구팬들이 늘어나고 있다.

벤투 감독은 지난 23일 코스타리카전과 27일 카메룬전에서 유망주 이강인을 뛰게 하지 않았다. 벤투 감독은 전술적인 선택이었다면서 이강인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벤투 감독은 이강인이 무엇을 더 향상시켜야 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발전의 문제보다는 선택의 문제”라고 답했다. 이강인이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어떤 맹활약을 하고 컨디션을 최고조까지 끌어올리든 현재 자신이 이끄는 대표팀에는 뛸 자리가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팀 전체를 생각하는 벤투 감독이지만 이번 평가전에서 자칫 팀을 위기에 빠뜨릴 수 있는 선택을 했다.

벤투 감독은 부상을 안고 있는 핵심 선수 황의조와 이재성을 경기에 투입하면서 자칫 월드컵 본선 대비를 그르칠 수 있는 상황을 초래했다.

황의조는 27일 카메룬전 후반 27분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을 대신해 투입됐지만 부상으로 9분 만에 다시 백승호(전북)와 교체됐다. 수비 과정에서 허리를 다친 황의조는 이후 정신적 충격으로 좌절하는 듯 한 제스처를 수차례 취해 심각한 부상일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다행히 단순 근육통으로 나타났지만 채 카타르 월드컵이 2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핵심 자원 황의조가 장기 부상이라도 당했다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뻔했다.

더 우려스러운 점은 황의조가 코스타리카전에서 다쳐 부상을 안고 있음에도 벤투 감독이 그를 카메룬전에 교체 투입했다는 것이다.

황의조는 카메룬전 후 인터뷰에서 “첫 경기(코스타리카전) 끝나고도 허리가 좋지 않았다”면서 부상이 있었음을 털어놨다. 벤투 감독이 황의조의 상태를 몰랐을 경우, 알고도 투입했을 경우 모두 심각한 문제다.

황의조뿐만 아니라 또 다른 핵심 선수인 이재성도 부상이 있는 상태에서 카메룬전 전반에 투입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재성은 카메룬전 후 기자들과 만나 이번 평가전에 합류하기 전부터 발목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벤투 감독과 상의해 전반만 뛰게 됐다는 게 이재성의 설명이었다.

결국 벤투 감독은 이재성이 발목 부상을 안고 있음을 알고도 경기에 투입한 셈이다. 이재성은 카메룬전에서 오른쪽 측면과 중앙에서 움직였다.

마요르카에서 프리롤(포지션에 구애 받지 않는 역할)로 움직이는 이강인은 이재성 역할을 수행할 역량이 충분한데도 벤투는 이강인을 쓰지 않았다.

이강인을 쓰지 않는 것은 벤투 스스로 밝힌 견해와도 불일치한다.

벤투 감독은 카메룬전을 하루 앞둔 지난 26일 온라인 기자회견에서 “한국 축구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지만 정작 자신은 카메룬전에서 젊은 선수인 이강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나아가 벤투 감독은 K리그가 적용 중인 ‘22세 이하 선수 의무 출전 규정’을 비판하는 듯 한 발언까지 했었다. 그는 당시 기자회견에서 “교체돼서 10~20분 뛰는 게 고작인 선수들은 우리가 관찰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한국에서 어린 선수로 뛴다는 건 상당히 쉽지 않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는 일부 K리그 구단들이 대회 규정에 따라 22세 이하 선수들을 선발로 투입한 뒤 15~20분 뛰게 하고 교체하는 것을 꼬집은 것으로 해석됐다.

벤투 감독의 발언이 호응을 얻으려면 자신은 이번 9월 2차례 평가전에서 22세 이하 어린 선수들에게 출전 기회를 부여하고 믿음을 줘야 했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이강인과 신예 양현준에게 단 1분의 출전도 허락하지 않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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