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붙어보니 0.001초 차… 육상 100m ‘17세 라이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9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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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랭킹 1, 2위 박원진-비웨사 다니엘

사진출처=대한육상연맹
사진출처=대한육상연맹
침체된 한국 육상 단거리에서 두 명의 유망주가 라이벌 구도를 그리고 있다. 남고부 100m에서 최강을 다투는 17세 동갑내기 고교 2년생 박원진(설악고)과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원곡고·이하 다니엘)다.

서울에서 태어나 7세 때 강원 원주로 간 박원진은 올해 남고부 100m 1위 기록을 갖고 있다. 6월 정선에서 열린 청소년대회에서 10초64를 기록했다. 신민규(서울시청)가 고3 때인 2018년에 세운 남고부 최고기록(10초38)과는 0.26초 차. 탄탄한 코어 근육(인체 중심부인 척추, 골반, 복부를 지탱하는 근육)으로 달릴 때 안정적인 자세가 돋보이는 박원진은 타고난 힘이 좋아 후반으로 갈수록 가속도가 붙는 게 장점이다.

콩고민주공화국 출신의 부모를 둔 다니엘은 경기 안산에서 나고 자란 뒤 2018년 한국 국적을 취득하며 정식으로 육상에 입문했다. 지난해 4월 처음 출전한 대회 100m에서 11초14를 기록한 다니엘은 꾸준히 기록을 앞당기다 올해 7월 경북 예천에서 열린 KBS배 육상대회에서 10초69의 기록으로 첫 우승을 신고했다. 둘은 지난달 9일 충북 보은에서 열린 추계 전국중고교육상경기대회 100m에서 처음 맞붙었다. 다니엘이 10초685, 박원진이 10초686으로 1, 2위를 차지했지만 그 차는 0.001초에 불과했다.

새로운 얼굴에 목마른 한국 육상은 두 선수가 자존심을 놓고 펼치는 경쟁이 반갑기만 하다. 아시아의 육상 강국 일본은 토종 일본 선수들과 혼혈 선수 간의 치열한 경쟁이 이어지면서 빠른 속도로 기록이 향상되고 있다. 특히 토종 일본인 기류 요시히데(25)와 가나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사니 브라운 압델 하키무(21)가 펼치는 100m 경쟁은 볼만하다. 2017년 9월 기류가 일본 선수 최초로 9초98을 기록하며 10초 벽을 깼고, 지난해 5월 사니 브라운이 9초99로 10초 벽을 넘었다. 사니 브라운은 6월에 9초96을 기록했는데 뒷바람이 초속 2.4m라 공식기록(초속 2m 이내)으로는 인정받지 못했다. 하지만 동시대에 9초대 선수 2명을 보유하게 된 일본 육상계는 크게 흥분하고 있다. 한국은 김국영(29·광주시청)이 2017년 6월 세운 10초07이 최고기록이다. 김국영 역시 9초대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국내에 적수가 없기에 홀로 자신을 넘기 위한 싸움을 하고 있다.

박원진과 다니엘은 10월 경북 예천에서 열리는 제41회 전국시도대항 육상경기대회에서 기록 단축을 노리고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나란히 3월에 8일 차이로 태어난 동갑내기의 경쟁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자극제가 되고 있다.

다니엘은 “박원진은 뒷심이 탁월하다. 내가 여유를 부릴 틈이 없다”고 엄지를 치켜세운다. 박원진은 “다니엘은 육상선수로 체격 조건이 뛰어나다. 달릴 때마다 기록이 좋아지고 있어 나에게 큰 자극이 된다”고 평가했다. 서로를 경계하면서도 “둘이 힘을 모아 더 큰 무대에서 사고를 쳐보고 싶다”고 입을 모은다. 둘의 라이벌 경쟁이 한국 남자 100m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
#육상#단거리#유망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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