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베이스볼] 강정호가 민심의 바다에 던진 돌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5월 26일 10시 30분


코멘트
강정호. 동아닷컴DB
강정호. 동아닷컴DB
강정호(33)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을 뚫고 기지개를 켜고 있는 KBO리그에 돌을 던졌다. 그 돌팔매에 팬들의 마음은 출렁이고 있다. 반복된 음주운전으로 대중을 실망시킨 그가 “야구로 사죄하겠다”며 복귀를 시도했다. 그렇게 속죄를 원한다면 다른 야구도 많이 있는데 굳이 KBO리그를 고집하는 속내가 궁금하지만 하여튼 20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임의탈퇴 복귀신청서를 제출했다. KBO는 25일 상벌위원회를 열었고 2016년 12월 발생한 개인통산 3번째 음주운전사고에 1년 유기실격의 결정을 내렸다.

아무리 흉악한 범죄를 저질렀다고 해도 이미 법의 심판(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받은 사람의 일자리까지 억지로 빼앗는 것은 인간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논리와 2018년 새로 만들어진 KBO 규정(음주운전 3회 적발 시 최소 3년 실격)을 소급적용 할 수 없다는 법의 원칙 사이에서 고민했겠지만 팬들의 눈높이에는 한참 모자랐다. 이 바람에 정운찬 총재가 취임한 뒤 열심히 쌓아올렸던 클린 베이스볼의 이미지까지 훼손될 위기다.

● 강정호의 소원대로 복귀하는 과정은

상벌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강정호는 선수등록 이후 1년의 시간만 보내면 된다. 이 기간에 300시간의 사회봉사 활동을 채우면 KBO리그 선수로 뛸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원소속구단 키움이 임의탈퇴 해지신청을 하고 계약을 맺어야 한다. KBO가 이를 받아들이는 순간부터 1년이 지나면 선수활동이 가능하다. 키움이 팬들의 따가운 반응을 의식해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자유계약 선수로 풀어버리는 것이다. 임의탈퇴 말소신청이 KBO로부터 받아들여지면 키움과 강정호의 인연은 끝난다. 대신 나머지 9개 구단이 강정호와 계약을 맺는 순간부터 1년 뒤에는 출전이 가능하다. 또 다른 방법도 있다. 칼자루를 쥔 키움이 임의탈퇴 해지신청을 무한정 미루는 것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강정호의 선수활동은 어려워질 것이다. 이것이 불만이면 강정호가 키움과 민사소송을 벌일 수는 있지만 재판기간이 길어질수록 불리하다. 그래서 KBO가 키움에게 귀찮은 일처리를 떠 넘겼다는 말도 나온다.

메이저리그 초대 커미셔너였던 랜디스 판사는 1919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승부조작 때 모두의 예상을 깨고 스타선수 등 관련자 8명의 영구추방이라는 엄격한 조치를 내렸다. 이때부터 범죄가 일상이던 메이저리그는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됐고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다. 지금 야구팬 대다수가 분노하는데 KBO의 총 책임자로서 권위를 상징하는 총재로부터 모두가 납득하고 다른 선수들에게 교훈이 될 현명한 판단과 액션이 나오지 않아서 아쉽다.

인기와 돈이라는 거품 속에서 KBO리그는 과연 대중들에게 올바른 롤 모델을 제시해왔는지 반성할 시간이 됐다. 일반인보다 높은 범죄발생률을 기록해온 KBO리그 선수들에게 어떤 교훈을 줘야하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대중들은 엄청난 기량보다는 좋은 인성으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상식적인 바른 생활을 하는 정상적인 사람들의 프로야구를 원한다.

● 공정성과 상식, 그리고 법의 사이에서

요즘 우리사회는 공정성이 큰 화두다. 힘을 가진 사람이 잘못을 해도 인정해줬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은 모두가 법 앞에 공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유명한 사람일수록, 더 가지고 배운 사람일수록 더 엄격한 도덕적 기준을 따르라고 요구하는 것이 시대정신이다.

대중은 더 이상의 불공정을 참지 않는다. 다양한 방법으로 분노를 드러낸다. 요즘 팬들이 심판들의 잘못된 판정에 분노하는 것도 공정성을 기준으로 보면 이해가 쉽다. 승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위치에 있기에 더욱 잘못을 해서는 안 되고 설령 그런 상황이 오면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 혹은 더 나은 방법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 달라고 요구한다.

아쉽게도 힘을 가진 사람들은 이 변화를 읽지 못한다. 자신들의 논리로 법을 내세워 대중을 가르치려들지만 세상에 가장 어리석은 것이 남의 생각을 바꾸려는 것이다. 아무리 법이 옳다고 한들 법보다 앞서는 것이 상식이고 대중의 눈높이다. 더구나 대중이 사랑과 지지로 먹고사는 프로야구라면 누구보다 먼저 민심을 잘 읽고 눈높이에 맞는 결정을 내려야 한다. KBO는 민심의 바다에 떠 있는 배다. 강정호가 던진 돌에 민심의 바다는 출렁거린다. 바다는 평소 잔잔해보여도 정말로 화가 나면 무섭다. 배를 뒤엎는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