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기 품은 사나이②] ‘아픈 만큼 성숙해진’ 모습 기대되는 이용규

  • 스포츠동아
  • 입력 2020년 4월 7일 05시 30분


다사다난했던 2019년을 보낸 이용규가 ‘명예회복’을 위해 이를 악물었다. 팀으로서는 성숙한 주장의 역할을, 개인으로서는 리드오프 복귀를 꿈꾸고 있는 그가 2020년에는 한화의 도약을 이끌 수 있을까. 스포츠동아DB
다사다난했던 2019년을 보낸 이용규가 ‘명예회복’을 위해 이를 악물었다. 팀으로서는 성숙한 주장의 역할을, 개인으로서는 리드오프 복귀를 꿈꾸고 있는 그가 2020년에는 한화의 도약을 이끌 수 있을까. 스포츠동아DB
국가대표 리드오프로 명성을 떨치던 스타플레이어다. 그러나 하루하루가 소중할 법한 30대 중반의 나이에 한 시즌을 통째로 쉬었다. 한화 이글스 외야수 이용규(35)는 올 시즌 성공적으로 재기할 수 있을까.

본인은 물론 팀의 명예회복까지 걸린 중차대한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이는 딱 한 사람뿐다. 이용규 스스로 길을 찾아야 한다. 크게 보면 2가지 과제가 그의 앞에 놓여있다. 키워드로는 ▲주장과 ▲리드오프다.

새 시즌을 앞두고 팀의 화합과 결속에 앞장서야 할 캡틴의 중책을 맡았다. 지난해 3월 시범경기 개막 직후 항명파동을 일으켰던 그에게 동료들이 채워준 ‘완장’인 동시에 ‘족쇄’다. 그 의미를 놓고 불거진 의아한 시선 또는 삐딱한 해석을 불식시키려면 과거보다 몇 갑절 노력해야 한다.

‘주장 이용규’에 대한 내부평가는 일단 긍정적이다. 징계해제 직후인 지난해 10월 참가한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에서부터 달라진 면모를 보여줬다. ‘까칠한 개인주의자’에서 ‘친절한 선배’로 변모했다. 이제 어린 후배들의 든든한 멘토다.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이용규와 함께 방을 쓰며 여러 노하우를 전수받은 노시환(20)은 귀국 후 자체 연습경기에서 펄펄 날고 있는데, 칭찬을 들을 때마다 입버릇처럼 “모두 이용규 선배 덕”이라고 말한다.

1년의 세월을 허송한 만큼 심적으로 쫓길 수 있다. 게다가 낯선 환경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KBO리그는 반발력이 낮아진 새 공인구로 인해 몸살을 앓았다. 2018년 0.286이던 리그 전체의 타율이 지난해 0.267로 급전직하했다(홈런은 1756개→1014개). 2004년 프로 데뷔 이후 통산 타율이 0.302나 되는 타격의 달인이지만, 지난해의 공백을 고려하면 낙관할 수만은 없는 처지다.

‘리드오프 이용규’의 완벽한 복귀에는 절대적으로 시간이 필요하다. 본인은 “홈런타자가 아니라 괜찮을 것”이라며 타구의 비거리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새 공인구 극복을 자신하고 있지만, 시즌 개막 후 몸소 경험해봐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하다. 스스로도 아직은 적응과정인 듯 8차례 치른 국내 청백전에선 25타수 4안타(타율 0.160)에 그치고 있다. 리드오프로서 팀에 기여할 수 있는 또 다른 무기인 ‘발야구’의 대가답게 30도루를 정조준하고 있지만, 이 역시 출루능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속담이 진부하게 들리겠지만, 올 시즌 이용규와 한화에는 그 무엇보다 절실한 표현 중 하나다. 주장과 리드오프로 만점활약을 펼친 이용규가 팬들의 사랑을 되찾고 팀과 함께 다시 가을야구를 만끽할 수 있다면 성공적인 한 해라는 성취감 속에 여유롭게 이 클리셰(cliche)를 되새길 수 있을 것이다.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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