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 앉은 채로 다리 운동… 천장에 매달린 농구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3일 03시 00분


코멘트

‘최우수 장애인 체육시설’ 인증 성남시한마음복지관 가보니

경기 성남시한마음복지관헬스장에서 한 장애인이휠체어를 탄 채 ‘암 에르고미터(Arm Ergometer)’로 유산소 운동을 하고있다. 휠체어 자리에 착탈식 의자를 끼우면 비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다(왼쪽 사진). 이곳 체육관의 농구 골대는 천장에 매달려 있어 휠체어 장애인들이 피해 다닐 필요가 없다.성남시한마음복지관 제공
경기 성남시한마음복지관헬스장에서 한 장애인이휠체어를 탄 채 ‘암 에르고미터(Arm Ergometer)’로 유산소 운동을 하고있다. 휠체어 자리에 착탈식 의자를 끼우면 비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다(왼쪽 사진). 이곳 체육관의 농구 골대는 천장에 매달려 있어 휠체어 장애인들이 피해 다닐 필요가 없다.성남시한마음복지관 제공
흔한 헬스클럽용 자전거인 줄 알았다. 자세히 보니 안장이 분리형이다. 덕분에 휠체어에 앉은 채 페달을 밟을 수 있다. 트레드밀에는 긴 안전 바(Bar)가 설치돼 있다. ‘작은 변화’로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한장애인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부터 ‘우수장애인체육시설·장애인친화체육시설 인증사업’을 시작했다. 공모를 통해 18개 시설이 신청했는데 총 7곳이 인증을 받았다. 장애인체육시설 가운데 최우수상은 경기 성남시한마음복지관(관장 허영미)에 돌아갔다.

성남시가 건립하고 분당우리복지재단이 운영하는 이곳은 2011년 8월에 문을 열었다. 지하 2층, 지상 3층 규모의 건물에는 수영장, 헬스장, 다목적체육관, 치료실, 강당(한마음홀), 식당, 어린이집, 도서관 등이 있다. 장애인 시설이지만 지역 주민들에게도 문은 활짝 열려 있다. 통합체육실이 관리하는 1800명 안팎의 전체 회원 가운데 장애인은 700명 정도다.

각종 시설은 장애인이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다목적체육관에 있는 농구 골대는 코트가 아니라 천장에 연결돼 있어 휠체어 장애인들이 골대를 피해 다니지 않아도 된다. 휠체어 경사로 곳곳에는 충격 방지 매트가 설치돼 있다.

이곳의 프로그램은 크게 ‘특수체육’과 ‘통합체육’으로 나뉜다. 세부 프로그램이 88개나 되는데 수영의 경우 지체, 뇌병변, 지적 등 장애 유형에 따라 맞춤형으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규 지도자와 시간 강사 등 담당 전문 인력만 50명 가까이 된다. ‘통합’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장애인 프로그램을 먼저 확보한다는 게 이곳 방침이다. 덕분에 중증 뇌병변 장애인 종목인 보치아도 할 수 있다. 2016년 리우 패럴림픽 은메달리스트 김한수(27)도 이곳에서 연습을 하고 있었다. 장애인체육회 관계자는 “최근 건립된 공공체육시설은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 불편함이 없다. 하지만 여전히 장애인들은 잘 찾지 않는다. 장애인 프로그램이나 지도자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마음복지관이 시설과 프로그램만으로 최우수상을 받은 건 아니었다. 이용자들은 “직원들이 정말 다르다”고 입을 모았다. 자폐성 장애 아들과 함께 온 홍모 씨(49)는 “지적장애인들의 부모는 아이가 폐를 끼치지 않을까 늘 주위를 의식하며 산다. 그러다 보니 자존감이 많이 떨어져 있다. 늘 웃는 얼굴로 ‘안 되는 건 없다’고 말하는 선생님들을 보면 떨어진 자존감이 회복되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11일 오후 내내 헬스장은 이용객들로 북적였다. 그 가운데는 1급 지체장애인 문명기 씨(68)와 아내 정덕희 씨(67)도 있었다. 정 씨는 “해병대 출신인 남편이 22년 전에 사고를 당한 뒤 재활치료를 위해 많은 시설을 돌아다녔다. 한마음복지관을 알게 된 뒤부터는 이곳만 온다. 매일 와서 남편과 함께 운동하고 밥 먹고 책도 본다”고 말했다. 아내의 말을 듣고 있던 문 씨가 어눌하지만 큰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같은 장애인들에게 여기는 천국이야.”

성남=이승건 기자 why@donga.com
#성남시한마음복지관#특수체육#공공체육시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