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감이 교차한’ 강백호 거르고 로하스…, ‘강거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9년 3월 31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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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강백호(왼쪽)-로하스. 스포츠동아DB
KT 강백호(왼쪽)-로하스. 스포츠동아DB
마냥 웃을 수만은, 그렇다고 또 마냥 슬퍼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31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선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됐다. 강타자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고의4구’와 관련된 이야기다.

상황은 이랬다. KT 위즈는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5회초까지 2-1로 앞서고 있었다. 1점 차의 불안한 리드를 해소하기 위해선 5회말 공격에서 반드시 추가점수가 필요했다. KT는 1사 후 심우준-김민혁의 연속안타, 후속타자 유한준의 진루타로 2사 2·3루 찬스를 잡았다. 단타 한 방이어도 2점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서 타석에는 지난해 신인왕 강백호(20)가 들어섰다.

KIA 코칭스태프는 즉각 심판진에 고의4구 사인을 보냈다. 강백호는 KIA가 잇달아 패한 29일과 30일 경기에서 3타점을 만들며 좋은 타격감을 자랑했다. KIA의 작전은 강백호만 놓고 보면 상황에 맞는 작전이었다.

그런데 강백호는 이날 3번타자로 선발출장했다. 강백호의 뒤에는 지난해 43홈런을 때린 외국인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가 대기하고 있었다. 2사 만루의 밥상을 로하스 앞에 차려준 셈이었다. KIA로선 분명 위험부담이 따르는 선택이었다.

KT에는 아이러니였다. 강백호가 강타자로 인정을 받는 상황이었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면 4번타자 로하스가 약한 타자로 분류된 것이니 결코 기뻐할 수만은 없었다. 로하스는 실제 이날 경기 전까지 7게임에서 타율 0.231로 썩 좋은 컨디션은 아니었다.

결과는 KIA의 작전 승리였다. 로하스를 2루수 플라이로 잡아내며 실점 없이 위기를 넘겼다. 로하스는 9회 타점 찬스에서 또다시 침묵하는 등 이날 4타수 무안타로 끝내 제 몫을 해내지 못했다.

수원|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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