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김재윤·NC 이민호가 말하는 ‘하위팀 마무리로 산다는 것’

  • 스포츠동아
  • 입력 2018년 8월 2일 09시 30분


KT 김재윤(왼쪽)-NC 이민호. 스포츠동아DB
KT 김재윤(왼쪽)-NC 이민호. 스포츠동아DB
근소하게 앞선 상황에 등판해 팀 승리를 지켜내는 것. ‘클로저’만이 느낄 수 있는 짜릿함이다. 하지만 팀이 경기 중반까지 패색이 짙다면 마무리 투수는 ‘개점휴업’이다. 아무리 좋은 마무리 투수를 가진 팀이라도 8회까지 앞서지 못한다면 그를 제대로 활용하기 힘들다. 하위 팀은 승리 가능성이 그만큼 떨어지고, 이 팀의 마무리 투수들은 등판 간격이 들쭉날쭉한 탓에 컨디션 유지가 쉽지 않다. 김재윤(28·KT 위즈)과 이민호(25·NC 다이노스)는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수준급 마무리 투수로 거듭났다.

김재윤은 7월 31일까지 41경기에서 5승1패11세이브, 평균자책점 4.54를 기록했다. 블론세이브는 3개에 불과하다. 이민호 역시 37경기에서 4승1패12세이브, 평균자책점 3.35로 쾌투 중이다. 김재윤은 2016년부터 3년 연속 두 자릿수 세이브를 기록하며 꾸준함을 과시 중이고, ‘풀타임 클로저’ 첫 시즌인 이민호도 개인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갈아 치웠다.

하지만 ‘세이브 상황’에 등판한 것은 김재윤이 14회, 이민호가 17회에 불과하다. 9위 KT와 10위 NC의 전력이 약한 탓에 다른 마무리 투수에 비해 세이브 상황 자체가 잘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김재윤은 “아무래도 적당한 등판 간격과 투구수가 컨디션 유지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팀이 연패에 빠진다면 등판 기회가 적다. 오랜만에 경기에 나가면 초반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민호 역시 “한 번 승리 찬스가 온다면 1이닝 이상 던질 때도 많다. 요즘 같은 날씨에 두 번째 이닝에 올라가면 숨이 턱 막히기도 한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승리 기회가 타 팀에 비해 많지 않은 만큼 ‘반드시 지금의 리드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도 강해진다. 이민호는 “내가 무너지면 내 앞의 포수, 내 뒤의 야수들 모두 흔들린다. 사명감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하루하루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재윤은 “내가 등판한다는 것은 KT의 승리가 다가왔다는 뜻이다. 8회까지 투수·야수들이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팀이 앞서고, 내 등판 기회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경기를 지켜야 한다”고 마음가짐을 전했다.

KT와 NC 모두 7월 한 달간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KT는 12승8패1무, NC는 12승9패1무로 나란히 월간 5할 승률을 넘겼다. 김재윤은 “마무리 투수 자리가 조금은 익숙해졌다”며 “앞으로 이기는 경기가 더 많아질 것 같다. 자주 등판해도 좋으니 팀 승리를 지킬 기회가 많아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민호 역시 “선수들끼리 ‘꼴찌는 하지 말자’고 서로 주문하고 격려한다. 팬들께 허무함을 안겨드리고 싶지 않다. 아직 경기가 많이 남았으니 더 올라갈 수 있다”고 밝혔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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