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이 우로 가!”…축구 대신 연병장 도는 상무

스포츠동아 입력 2018-02-06 05:45수정 2018-02-06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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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상무 소속선수 모두가 사력을 다했던 지난해 부산 아이파크와의 승강 플레이오프 장면. 그날의 절박함을 괌 전지훈련에서 망각했던 상무 선수들은 이제 자신이 축구선수 이전에 군인 신분인 것을 새삼 느끼고 있다. 사진제공 ㅣ 한국프로축구연맹
김병오 성추문 탓에 상무 이미지 큰 타격
개인운동시간 줄고 제식·정신교육 강화


“줄줄이 우로 가!” “뒤로 돌아 서!” “왜, 오와 열 맞추지 않나?”

요즘 K리그1(클래식) 상주 상무 선수들은 축구공 없이 연병장을 돈다. 한겨울 맹추위 속에서도 매일 일과시간을 쪼개 제식훈련을 반복해서 받는다.


다른 K리그1 팀들은 시즌 개막에 맞춰 본격적인 전술훈련에 들어갔지만 군 팀 상주 상무 전혀 다른 일정을 보내고 있다. 해외토픽에 나올법한 상황이다. 이는 “축구선수 이전에 군인임을 잊지 말라”는 국군체육부대장(상무) 부대장(준장 곽합)의 지휘 지침에 따른 것이다. 지난해와는 전혀 다른 시즌준비를 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김병오(29·상병)와 관련된 성추문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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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여성의 신고로 1월 22일(현지시간) 새벽 현지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보석금을 내고 구금 신분은 면했으나 여권이 압수돼 괌을 떠날 수 없는 몸이 됐다. 상주 상무 코치와 함께 현지에 머물고 있는 그는 2월 1일 괌 법원의 예비심리를 받았다. 판결은 부정적이었다. 배심원들이 ‘정식 기소’ 평결을 내려 결국 정식으로 법정에 서게 됐다. 선수는 무죄를 주장해왔으나 괌 현지매체에 따르면 오히려 범죄 혐의가 3가지 추가됐다. 이 내용은 5일 부대장에게도 상세히 보고 됐다.

이 사고로 이미지에 치명상을 입은 상주 상무의 축구와 관련한 모든 스케줄은 올 스톱됐다. 국방부 감사관의 집중 조사를 받는 한편, 선수단은 틈날 때마다 그라운드가 아닌 회의실에 모여 정신교육을 받는다. 대적관과 안보관, 군인으로서 기본의무와 자세를 숙지하고 있다.

연병장에서의 제식훈련도 무한 반복이다. 다만 총은 없다. 상무는 전시를 대비한 보충병으로 분류돼 부대 내에 개인화기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사격과 총검술을 익히려면 인근 부대의 협조를 구해야 한다. 오전·오후 하루 2차례 약 6시간이 훈련시간으로 마련됐으나 실질적으로 땀 흘리는 건 4∼5시간이다. 남은 일과 3∼4시간은 개인운동 및 정비(마사지 등)에 할애했으나 전부 제식훈련과 정신교육으로 프로그램이 바뀐 지금은 꿈도 꾸기 어렵다.

물론 축구팀에 한해서다. 매주 금요일마다 체육부대 내 각 종목 지도자들과 군 간부들이 참석해 진행하는 주간회의에서도 부대장은 다시 한 번 정신무장을 강조했다. 이번 사고가 해이한 기강에 있다고 보고, 선수 이전에 군인이라는 사실을 병사들에게 단단히 주지시키고 있는 것이다.

괌에 이어 부산 기장으로 장소를 옮겨 진행하려던 선수단 2차 전지훈련은 아예 언급조차 없다. “전지훈련 이야기는 감히 말도 꺼내지 못한다. 향후 일정은 결정된 바 없다”는 얘기만 간접적으로 흘러나올 뿐이다.

한 축구인은 “시즌이 임박했는데 제대로 손발을 맞추지 못한다는 건 치명적이다. 성적을 포기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이를 감수할 정도로 내부 상황이 심각했다는 반증”이라며 혀를 찼다.

이와 별개로 국방부 및 부대 차원의 자체 조사에 따른 추가 징계자도 나올 전망이다. 괌 현지에서 음주, 근무지(숙소) 무단이탈 등 군인으로서 품위를 손상시킨 행동에 동참한 몇몇 선수들의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얘기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정상적인 팀 운영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 기본을 저버린 행위의 파장이 너무 크다. 상주 상무 선수단을 향한 세간의 시선도 따갑다. 군 복무 중에도 본업에 충실할 수 있는 엄청난 혜택을 받았음에도 이를 권리로 알고 본분을 망각한 이들이기에 비판의 강도는 더 높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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