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볼 브레이크] “실책을 두려워 말라” 패스마스터를 만드는 건 감독의 신뢰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2월 22일 05시 45분


과감한 패스는 언제나 실책의 위험성을 가진 양날의 칼이다. 현역시절 날카로운 패스를 뽐냈던 김승현(왼쪽)은 실책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김이슬(오른쪽)은 여자프로농구에서 떠오르는 ‘패스능력자’다.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하는 패스를 구사하지만, 실책도 잦은 편이다. 사진제공 | KBL·WKBL
과감한 패스는 언제나 실책의 위험성을 가진 양날의 칼이다. 현역시절 날카로운 패스를 뽐냈던 김승현(왼쪽)은 실책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김이슬(오른쪽)은 여자프로농구에서 떠오르는 ‘패스능력자’다. 보는 이들을 놀라게 하는 패스를 구사하지만, 실책도 잦은 편이다. 사진제공 | KBL·WKBL
■ ‘굿 패스와 턴오버’ 영원한 딜레마

김승현 “어떤 지도자 만나는지가 중요”
KEB 이환우 감독도 김이슬 패스 장려
위성우 감독 “성공률 70% 안되면 손해”


농구는 5명이 한 팀을 이뤄 경기를 하는 팀 스포츠다. 선수 개인의 드리블, 슈팅 능력이 경기력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팀 스포츠이기 때문에 패스도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패스가 좋은 선수가 많으면 자연스럽게 팀플레이가 원활하게 이뤄진다. 또한 환상적인 어시스트 패스에 의해 만들어지는 득점은 볼을 받는 선수도 기분 좋을 뿐 더러 경기를 보는 관중들의 탄성을 자아내기도 한다. 좋은 패스가 가진 매력이다.

전성기 시절 김승현(오른쪽). 사진제공|KBL
전성기 시절 김승현(오른쪽). 사진제공|KBL

● 역대급 패스마스터였던 김승현

패스는 볼 핸들러(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손에서 다른 선수에게 볼이 전달되는 것이기 때문에 늘 실책의 위험성에 노출돼 있다. 특히 찰나의 순간에 이뤄지는 패스는 실책 가능성이 더 높다. 가드의 실책은 곧 상대의 속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자칫 경기 흐름이 무너질 수도 있다.

현역시절 환상적인 패스로 농구팬들을 매료시킨 김승현(39)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통산 3243개의 어시스트(평균6.9개)를 기록했지만, 실책도 1357개(평균2.9개)를 했다. 평균 어시스트 역대 1위이자 평균 실책도 국내선수 가운데 가장 많다. 그는 “실책을 두려워해서는 좋은 패스를 할 수 없다. 실책을 크게 의식하지 않았다. 그래야 창의적인 패스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패스를 받는 선수 입장에서 김승현은 같이 뛰면 즐거운 선수였다.

김승현과 국가대표팀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주성(38·DB)은 “같이 뛰어본 가드 중 (김)승현 형이 최고였다. 속공을 나가거나 볼 없는 움직임을 할 때 ‘이 타이밍에 볼이 왔으면 좋겠다’ 싶어서 가드를 보면 이미 패스가 날아오고 있었다”고 말했다. 칭찬의 주인공 김승현은 “어떤 지도자와 만나는지도 아주 중요하다. 신인 때 만난 김진 감독님은 내 농구를 인정하고 마음껏 플레이하도록 믿어주셨다”며 지도자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KEB하나은행 김이슬. 사진제공|WKBL
KEB하나은행 김이슬. 사진제공|WKBL

● 절묘한 패스, 지도자 성향도 중요하다

여자프로농구 KEB하나은행의 가드 김이슬(23)은 20대 젊은 선수 가운데 가장 천부적인 패스능력을 가진 선수로 평가받고 있다. 아직은 기량을 발전시켜 나가는 미완의 대기지만 경기 도중 동료들까지도 깜짝 놀라게 하는 패스가 나온다. 그만큼 경기의 맥을 끊는 실책도 나온다.

김이슬은 ‘신한은행 2017∼2018 여자프로농구’ 정규리그 9경기에 출전해 평균 2.1개의 어시스트를 기록 중이다. 실책도 평균 1.6개다. 김이슬은 “순간적으로 움직이는 선수가 보이면 일단 패스를 하고 본다”고 말했다.

김승현의 말대로 김이슬처럼 기량을 성장시켜 나가는 선수에게는 지도자의 성향이 큰 영향을 미친다. 실책을 우려해 패스를 금지시킨다면 선수의 재능과 창의성이 벽에 막히게 된다. KEB하나은행 이환우(45) 감독은 김이슬의 패스를 장려하고 있다. “자꾸 경험해서 자기 것을 만들어 가야한다”고 했다.

하지만 반대의 입장도 있다. 우리은행 위성우(46) 감독이 대표적이다. 위 감독은 “선수의 창의성을 위해서라면 그런 패스를 하도록 두는 것이 맞다. 하지만, 3∼4번의 패스미스로 경기 흐름자체가 완전히 무너질 수 있다. 그 선수의 창의성을 살리기 위해 팀이 망가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시스트와 턴오버의 비율이 7대3 이상이 되면 모르겠지만, 6대4, 5대5라면 못하게 하는 편이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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