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s & Medical Story] 조정훈 “세번의 토미 존 이기고 8년만에 가을무대…멘탈의 승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0월 12일 05시 45분


롯데 조정훈은 부상과 수술, 재활로 오랜 세월 어둠의 터널 속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불굴의 의지 속에 2010년 이후 무려 7년 만에 다시 마운드에 서는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썼다. 당시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의사로서 조정훈에게 축하와 고마움의 뜻으로 꽃다발을 건넸다. 스포츠동아DB
롯데 조정훈은 부상과 수술, 재활로 오랜 세월 어둠의 터널 속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불굴의 의지 속에 2010년 이후 무려 7년 만에 다시 마운드에 서는 인간승리의 드라마를 썼다. 당시 오랜 시간을 함께 한 의사로서 조정훈에게 축하와 고마움의 뜻으로 꽃다발을 건넸다. 스포츠동아DB
■ 롯데 조정훈, 그리고 토미 존 수술

조정훈 피칭의 40%인 포크볼 위험 불구
ML선 속구 구속 증가 제1 위험요소 꼽아

토미 존 재수술땐 10게임 소화 확률 40%
조정훈 23이닝서 호성적 의지의 결과물
토미 존 처럼…그의 씩씩한 연투를 응원


7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필자가 의과대학을 들어가서 인턴까지 마친 시간과 같다고 생각하면 아득하기까지 하다. 그런 기나긴 시간을 수술과 재활로 견디고 다시 돌아온 선수가 있다. 팀이 5년 만에 가을잔치에 나가는데 큰 공을 세운 롯데 자이언츠의 투수 조정훈이다.

2010년 6월 이후로 1군 무대에서 사라졌지만 2017년 7월 복귀하면서 명품 포크볼의 위력을 다시 보여 주고 있다. 조정훈 피칭의 30∼40% 이상을 차지하는 포크볼은 과연 팔꿈치 손상의 원인이 될까?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3 번이나 받은 소위 토미 존 수술은 어떤 수술인지 또 무엇이 그렇게 오랜 기간의 재활을 필요로 했는지 다시 한번 짚어볼 필요가 있다.

타자들이 뻔히 알고도 못 친다는 포크볼은 흔히 직구라고 불리는 속구와 비슷한 궤적으로 날아오다가 타자 앞에서 급격히 떨어지는 변화구의 일종이다. 속구와 적절한 배합을 통해 타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헛스윙을 유발하고 삼진을 잡아내는 매력적인 구종이다.

속구는 던질 때 공에 대부분의 힘이 전달되는 반면 포크볼은 손가락 사이에 끼워서 던지므로 공에 힘이 모두 전달되지 못한다. 결국 남아 있는 힘은 팔꿈치나 어깨로 흡수된다. 일본 히로시마 대학 연구팀의 실험에 의하면 포크볼은 공을 던진 직후 속구보다 약 1.4배의 제동력이 팔꿈치에 더 걸린다고 한다. 투수들이 세도우 피칭을 할 때 수건을 쥐고 하는 이유도 관절의 제동력을 완충시키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러한 생체 역학적 데이터에도 불구하고 포크볼과 팔꿈치 손상과는 무관하다는 주장과 문헌도 많다. 일본 야구 선수들이 포크볼을 많이 던지는데 팔꿈치 손상의 비율이 높은 건 아니다. 공을 던질 때 상체 힘의 의존도가 높은 서양 선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체 조건이 떨어지는 동양 선수들은 온 몸을 이용해 공을 던지기 때문에 포크볼이라는 구종 자체가 팔꿈치 손상을 유발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조정훈도 포크볼과 자신의 팔꿈치 손상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2008년과 2009년 두 차례나 버두치 리스트에 오를 정도로 투구이닝의 증가가 급격했다. 특히 2009년에 180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어깨 통증이 발생하고 투구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팔꿈치 손상으로 이어졌다.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팔꿈치 수술결과를 분석한 미국의 스포츠의학 잡지에서도 구종으로 따지면 속구가 가장 손상의 위험이 높고, 속구의 구속이 증가하면 팔꿈치 손상의 위험도 같이 증가한다고 보고 있다. 속구 비율이 1% 증가하면 팔꿈치 인대 손상의 위험이 2% 더 높아지고, 전체적으로 속구 비율이 48% 이상이면 인대 손상을 염두에 두라는 주장도 있다.

필자도 조정훈의 팔꿈치 손상 원인을 포크볼에서 찾기보다는 피칭 이닝의 증가에 따른 피로누적에서 비롯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조형래 롯데 자이언츠 필드닥터가 오랜 시간을 함께한 의사로서 복귀한 조정훈에게 축하와 고마움의 뜻으로 꽃다발을 건넸다. 조정훈 인스타그램
조형래 롯데 자이언츠 필드닥터가 오랜 시간을 함께한 의사로서 복귀한 조정훈에게 축하와 고마움의 뜻으로 꽃다발을 건넸다. 조정훈 인스타그램

토미 존 수술이라고 부르는 팔꿈치 안쪽인대 재건수술은 1974년 미국 LA 다저스의 팀 닥터였던 프랭크 조브 박사가 고안한 수술이다. 투수가 공을 던지면서 팔꿈치 안쪽의 인대가 반복적으로 장력을 받아 손상되면 손목 힘줄을 이식해 인대를 다시 만들어 주거나 보강해 주는 방법이다.

수술 이후 재활에는 투수의 경우 평균 20개월이 걸린다. 토미 존은 31세에 이 수술을 받고 1년 반을 재활한 다음 46세까지 164승을 올리며 현역으로 장수했다. 과거보다 투수들의 평균구속이 증가하면서 이 수술의 빈도는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 2015년 기준으로 메이저리그 투수의 25%가 토미 존 수술을 받은 전력이 있다. 류현진 선수도 이미 고등학교 시절 토미 존 수술을 받았다. 그런 수술을 조정훈 선수는 세 번이나 받았다.

2010년 첫 번째 수술 이후 군에 입대하면서 2011년에는 고질적인 통증을 호소했던 어깨 수술도 받았다. 그러나 누적된 어깨와 팔꿈치 부상의 재활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다른 투수들에 비해 이식에 사용된 손목 인대가 그리 강하지 못한 탓에 조심스런 재활에도 불구하고 2013년 전지훈련, 2015년 시범 경기 이후 팔꿈치 손상 부위가 재발하고 근력 회복이 더뎠다.

잦은 수술 탓에 수술한 부위가 아닌 팔꿈치 뒤쪽으로 알 수 없는 통증이 반복되어 재활의 강약 조절이 지루하게 이어졌다. 같은 수술을 받은 팀 선후배들이 1∼2년 만에 복귀하는 것을 보면서 받은 심리적 압박감도 어느 정도 있었는지 만성적인 두통과 목 근육 통증도 오랫동안 지속되어 재활에 애를 먹기도 했다. 토미 존 수술 기법의 향상으로 메이저리그 투수의 경우 수술 뒤 다시 정상 수준으로 복귀할 확률은 80%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재수술을 받으면 60%대로 복귀비율이 떨어지고 그것도 시즌 중 10개임 이상 던질 확률은 40%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던질 수 있는 이닝 수도 적어지고 4사구의 허용비율도 높아진다. 3차 수술을 받은 선수들은 많지 않으므로 참고할 만한 통계적인 자료도 없다.

조정훈이 7월 9일 첫 등판 이후 정규시즌 26게임에서 23이닝을 소화하며 준수한 성적으로 불펜의 한 몫을 한 것은 놀라운 결과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반드시 다시 일어선다”는 강한 의지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혹시라도 손상이 재발할까 봐 경기당 1∼2이닝 정도로 등판 횟수와 간격을 조절하는 코칭스태프의 배려와 트레이너, 주치의를 통한 팔꿈치 체크도 잊지 않고 있다. 7월 복귀 뒤 필자는 조정훈에게 꽃다발을 선물했다. 기다리던 명품 포크볼을 다시 보여준 선수에게 열렬한 팬으로서 축하이기도하고 오랜 시간을 함께한 의사로서 환자가 다시 제자리를 찾아 준 것을 격려하고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기도 하다. 팀으로서는 5년만이지만 조정훈에게는 8년만의 가을야구이다. 또다시 부상으로 힘들어질 수 있다는 주위의 우려도 있으나 정작 본인은 연투도 자신하고 있고 투지도 강하다.

세월이 많이 바뀌었지만 수술 이후 46세까지 현역 생활을 이어갔던 토미 존을 떠올려 보면 못할 것도 없어 보인다. 기나긴 시간을 잘 견뎌낸 조정훈 에게 마음속으로 성원을 보낸다.

Slow and steady win the game.

조형래 롯데 자이언츠 필드닥터·좋은 삼선병원 정형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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