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의 외야석] 강백호에게 필요한 ‘구리야마 리더십’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9월 29일 05시 30분


강백호(가운데)가 드디어 kt 유니폼을 입고 수원 kt위즈파크에 나타났다. 김민(왼쪽), 최건과 함께 28일 기자회견에 나선 강백호. 수원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강백호(가운데)가 드디어 kt 유니폼을 입고 수원 kt위즈파크에 나타났다. 김민(왼쪽), 최건과 함께 28일 기자회견에 나선 강백호. 수원 | 정재우 기자 jace@donga.com
오타니 쇼헤이(23·니혼햄)는 2013년 프로입단과 함께 투수와 타자를 겸하며 일본 최고의 스포츠 스타로 우뚝 섰다. 2년차였던 2014년부터 10승 이상·2점대 방어율 투수가 됐고 4년차인 2016년 타율 0.322, 22홈런을 치며 타자로도 정상급 선수가 됐다. 2016년은 ‘이도류(二刀流)’가 완성된 해라는 평가도 따르는데 투수로 10승4패, 방어율 1.86을 기록했다. 프로 4년 만에 투수와 타자 모두 특급 선수가 된 셈이다.

그러나 오타니는 올 시즌 허벅지 부상의 영향으로 투수와 타자로서 모두 기대 이하다. 올 시즌 종료 후 메이저리그 진출이 예상되는데 앞으로 투수에 전력해야 특급 계약이 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kt 강백호. 사진제공|kt wiz
kt 강백호. 사진제공|kt wiz

‘한국의 오타니’로 불리는 강백호(18·서울고)가 역대 고졸신인 야수 최고 계약금과 같은 4억5000만원에 사인하고 kt선수가 됐다. 강백호에 대한 kt 경영진과 김진욱 감독의 생각은 일치한다. 타자와 투수로 함께 뛰어 전력적인 플러스 뿐 아니라 kt를 대표하는 프랜차이즈 슈퍼스타로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강백호도 28일 수원구장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투수로선 이대호(롯데), 타자로선 헥터(KIA)와 맞붙고 싶다”며 투·타겸업에 대한 희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우리는 그동안 수 없이 많은 고교, 대학 최고 스타 선수가 프로무대에서 쓸쓸히 사라지는 것을 봤다. 부상이 원인인 경우도 있었고 기술적인 한계, 새로운 환경에 대한 부적응 등 이유는 다양하다. 강백호는 당장 내년 열아홉 나이에 타자와 투수 양 쪽에서 모두 큰 기대와 함께 냉정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한 쪽에서 부진하다 작은 부상이라도 당하면 ‘당장 투자겸업 중단해라’는 말이 쏟아질 것이다. 고등학교 때는 포수였지만 이제 외야수로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는 큰 숙제도 있다.

이정후(넥센)의 성공사례가 있지만 고졸신인이 1군 무대에서 곧장 두각을 나타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오타니도 첫 해 3승 방어율 4.23, 타율 0.238 3홈런에 그쳤다.

그러나 오타니에게는 구리야마 히데키 니혼햄 감독이 있었다. 투·타 겸업에 쏟아지는 관심 과 기대 속 구리야마 감독은 밖으로는 오타니의 든든한 울타리를 자처했다. 안으로는 식단, 훈련법, 체력 관리까지 직접 선수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세심한 정성을 쏟아 투수와 타자 로서 모두 일본리그 최고 선수로 성장을 이끌었다. 일본 언론이 ‘오타니 보존법’으로 표현하는 구리야마의 리더십은 선수의 무한한 가능성을 그라운드에서 실력으로 이끌어내는 특별한 힘이다.

니혼햄 구리야마 감독-오타니(오른쪽). 사진제공|니혼햄 파이터스
니혼햄 구리야마 감독-오타니(오른쪽). 사진제공|니혼햄 파이터스

구리야마 감독은 선수시절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대학교수 출신 제1호 프로야구 감독으로 유명하다. 야구도 잘 했지만 교사가 되기 위해 국립 사범대학에 입학했고 심각한 현기증을 일으키는 메니에르 병 때문에 일찍 현역에서 은퇴했지만 방송 해설가와 교수로 큰 성공을 거뒀다. 2012년 프로야구 감독이 된 후에는 그동안 쌓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팀의 우승과 오타니의 성공을 이끌었다.

강백호는 오타니와 많은 부분이 다르다. 시속 165㎞를 던지는 오타니는 투수로 당장 실전에 투입될 수 있는 뛰어난 자질을 갖고 있었다. 반대로 강백호는 투수보다는 타자 쪽에 재능이 크다. 타자로는 전체 고교 선수 중 무조건 1등이지만 투수로는 그렇지 않다.

강백호는 앞으로 훈련, 실전투입과 그 결과에 따른 기술적 심리적 대처가 다른 선수와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구리야마 감독과 같은 특별한 관리와 분명한 목표 설정이 꼭 필요하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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