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되는 외국인 감독 수난사…슈틸리케만 떠나면 만사 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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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6월 15일 16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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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4강 신화 이뤄낸 거스 히딩크 감독. 스포츠동아 DB
월드컵 4강 신화 이뤄낸 거스 히딩크 감독. 스포츠동아 DB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울리 슈틸리케 감독(63·독일)이 15일 전격 경질되면서 996일 동안 잡고 있었던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낸 거스 히딩크 감독 이후 반복되고 있는 한국 축구 외국인 감독 ‘잔혹사’에 이름을 올리게 돼 씁쓸함을 남긴다.

월드컵 4강 진출이라는 히딩크 감독의 눈부신 성공으로 국가대표팀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진 탓에 2002년 이후 영입된 외국인 감독들은 늘 전임자 히딩크와 비교되며 어려움을 겪었다.

2003년 대표팀 사령탑 자리에 오른 포르투갈 출신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은 한·일 월드컵 때 만큼의 인적·물적 지원을 받지 못해 어려움을 겪다 다음 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지휘봉을 내려놔야했다.

당시 코엘류 호는 2003년 아시안컵에서 약체 베트남과 오만에 연달아 패배해 충격을 안겼다. 특히 2006 독일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에서 신혼여행지로만 알려진 작은 섬나라 몰디브와 0-0 으로 비기면서 코엘류 감독은 결국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한국을 떠났다.

2004년 부임한 네덜란드의 조 본프레레 감독은 김밥을 먹어가며 K리그 경기를 관전하는 등 열정을 보였으나 2005년 동아시안컵에서 최하위(2무 1패) 수모를 당했다.

한국을 독일 월드컵 본선에 올려놓긴 했으나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사우디아라비아에 2연패를 당하는 등 경기력 논란과 리더십 부재 비판 속에 해임됐다.

2005년 10월 한국 축구의 수장이 된 네덜란드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독일월드컵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의욕을 불태웠다.

아드보카트 호는 독일 월드컵 본선에서 토고를 잡고 프랑스와 극적으로 비기며 한국 축구 역사상 첫 월드컵 원정 16강 진출을 이루는듯 했다. 하지만 스위스에게 0-2 통한의 패배를 당하면서 조3위로 끝내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계약을 연장하지 못하고 한국과 작별했다.

‘히딩크 이후 반복되는 외인 감독 수난사’
‘히딩크 이후 반복되는 외인 감독 수난사’


아드보카트 후임으로 선임된 네덜란드 핌 베어벡 감독도 아쉬움을 남겼다. 그는 한·일 월드컵 때 대표팀 코치로 한국과 인연을 맺은 후 사령탑 자리까지 올라 기대를 모았다. 베어벡 감독도 “한국은 아시안컵 우승이 가능하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그러나 베어벡 호는 2007 아시안컵 6경기에서 단 3골을 넣는 데 그치며 전술 부재 논란의 중심에 섰다. 특히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 바레인에게 1-2 충격적인 패배를 당해 엄청난 비난을 샀다. 승부차기로 ‘꾸역꾸역’ 4강까지 올랐으나 결국 이라크에 승부차기로 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베어벡 감독은 성적 부진을 책임지고 자진 사퇴했다.

2014 브라질 월드컵 1무 2패 16강 탈락 이후 충격에 빠진 한국 축구를 구하러 온 슈틸리케 감독도 전임자들과 다르지 않았다. 슈틸리케 호는 2011 아시안컵 준우승을 기록하고 러시아월드컵 2차 예선에서 무실점 행진을 펼치며 8전승을 거둬 ‘실리 축구’, ‘늪축구’, ‘갓틸리케’라는 칭찬을 받았다.

이후 슈틸리케 호는 아시아 최종예선 원정에서 단 1승도 거두지 못하는 등 부진을 거듭했다. 또 사상 첫 중국 원정 0-1 패배, 카타르에게 33년 만에 2-3 무릎을 꿇는 등 ‘졸전’을 거듭했다. 이 과정에서 슈틸리케 감독은 패배의 책임을 선수에게 돌리는가 하면 ‘유체이탈’ 화법으로 변명을 늘어놔 여론의 비난을 샀다. 결국 슈틸리케 감독도 경질의 칼끝을 피하지 못했다.

슈틸리케를 선임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대한축구협회 이용수 기술위원장은 15일 대표팀 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차기 감독은 국내 지도자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도 후임으로 허정무, 신태용 등 국내 감독이 유력하다고 보는 상황. 이때까지 히딩크 감독을 제외하고 모든 외국인 감독이 눈물을 흘린 가운데, 과연 ‘이방인’ 지도자만 책임지고 떠나면 한국 축구가 살아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동아닷컴 디지털뉴스팀 dn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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