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단장 “한화 1군-2군 따로 운영, 확고한 원칙”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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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훈 단장 “할 일은 해야 한다”

최근 불거진 선수단 운영과 관련된 김성근 한화 감독과의 논란을 의식해서였을까. 박종훈 한화 단장은 고민 끝에 어렵사리 인터뷰에 응했다. 그러나 한 번 시작된 박 단장의 야구 이야기는 1시간이 넘도록 이어졌다. 한화 제공
최근 불거진 선수단 운영과 관련된 김성근 한화 감독과의 논란을 의식해서였을까. 박종훈 한화 단장은 고민 끝에 어렵사리 인터뷰에 응했다. 그러나 한 번 시작된 박 단장의 야구 이야기는 1시간이 넘도록 이어졌다. 한화 제공
올 시즌 프로야구의 화두로 떠오른 ‘선수 출신 단장’ 중에서도 야구팬들의 이목이 쏠리는 인물을 꼽자면 한화 박종훈 단장(58)이다. 프로야구 첫 신인왕(1983년), LG 감독, NC 육성이사 등 그가 밟아온 화려한 경력 때문만은 아니다.

구단에서 한솥밥을 먹는 김성근 감독(75)과의 역학 관계 때문이다. 감독 중심의 구단 운영을 주장하는 김 감독과 단장의 고유한 역할을 강조하는 박 단장이 한 지붕 생활을 하면서 그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에는 2군 선수 4명을 1군 훈련에 동행하도록 한 김 감독의 요청을 박 단장이 원칙을 내세워 고사의 뜻을 전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협의 없이 선수를 1군으로 올려 보냈다간 2군 훈련 체계 또한 흔들릴 우려가 있다는 게 박 단장의 생각이었다.

6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만난 박 단장은 “시즌이 시작되면 감독은 누구나 성적 부담으로 예민해진다. 오히려 김 감독님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생각에 죄송하기 그지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1984∼1988년 김 감독 밑에서 선수 생활을 하기도 했던 박 단장은 “대립 구도로만 보는 주변 시선도 부담스럽다. 구단의 창피한 부분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팬들에게 죄송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올 시즌 구단이 천명한 ‘1군과 2군의 분리 운영’이란 원칙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박 단장은 “(논란이 부담스럽다고 해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을 수는 없다. ‘R&R’(역할과 책임)에 대한 구단과 감독님의 생각 차를 좁힐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둘의 동거가 주목받는 건 현재 한국 프로야구에서 단장과 감독의 역할 구분에 대한 논의가 싹을 틔우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박 단장은 “단장 중심의 메이저리그, 감독 중심의 일본 프로야구 또한 감독과 단장의 역할이 끊임없이 변하고 있다. 고정된 건 없다. 중요한 건 구단과 감독이 비전에 대해 얼마나 공감대를 형성하고 동행할 수 있느냐다”라고 말했다.

반면 김 감독은 2월 일본 오키나와 전지훈련 기간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 야구가 너무 흐름에 민감하다. 변화란 쉽게 오는 게 아니다. 더 깊은 곳, 더 높은 곳에서 변화가 시작돼야 한다”며 역할 변화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박 단장은 “지금까지 프로야구에선 단장의 역할에 대한 인식이 크지 않았다. (선수 출신 단장이 늘어난) 지금도 단장은 플레이어이기보다는 구단의 일부로 여겨지는 것이 사실”이라며 “(선수, 감독 출신 외에도) 운영팀장, 홍보팀장, 심지어 세이버 메트리션(야구통계학자)도 단장 후보가 될 수 있어야 한다. 야구를 사랑하는 다양한 이들이 경쟁할 수 있는 구도가 돼야 야구의 미래가 밝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세이버 메트릭스에 관심을 갖고 있는 박 단장은 조만간 구단 내 관련 팀도 새로 만들 계획이다. 시즌 전 자유계약선수(FA) 대신 메이저리그 출신 거물 외국인 투수를 영입한 것 또한 박 단장의 판단이다. 박 단장은 “팀의 취약 부분을 고려한 결과다. 두 투수가 기둥이 된다면 우리가 원하는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결과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야누에바, 오간도, 송은범, 배영수 등으로 이어지는 한화의 선발진은 지난해보다 안정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프로구단 단장으로서 막 첫발을 내디딘 박 단장은 인터뷰 말미 “그동안 육성 전문가라는 칭찬을 받았지만 사실 내가 한 일이라기보단 함께한 감독들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유망주가 성장하기 위해선 1군에서 감독에게 얼마나 출전 기회를 보장받느냐도 중요하다”며 선수 테스트에 치중하는 듯한 김 감독의 변화를 바라는 듯한 말을 남겼다. 순간 김 감독이 자신의 역할을 강조하며 역설한 “선수 육성은 감독에게 맡겨야 한다”는 발언이 오버랩됐다.

대전=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한화 이글스#박종훈#김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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