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 건사 못하고… 쪼그라드는 K리그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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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공격포인트 톱10 외국인 3명, 중국-중동-일본으로 줄줄이 팔려가
인천은 케빈 연봉 감당못해 풀어줘
인재 육성시스템 좋지 않아 위기감
‘셀링리그’ 우려… 中-日은 영입경쟁

 한중일 프로축구의 ‘맏형’인 한국 K리그가 아시아 셀링리그(selling league)로 전락해 가고 있다.

 울산에서 뛰던 국가대표 골키퍼 김승규(27)가 2015시즌을 마치고 일본 J리그 빗셀 고베로 이적한 것을 포함해 몇 년 새 적지 않은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아시아의 다른 리그로 떠났다. 최근에는 2016시즌 K리그 클래식(1부 리그)에서 공격 포인트(득점+도움) 10위 안에 든 외국인 선수 6명 중 4명이 줄줄이 중국과 일본, 중동행을 택했다.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에서 공격 포인트 1위(23개)를 한 서울의 아드리아노(30)는 16일 중국 2부 리그 스자좡으로 이적했다. 서울은 아드리아노를 스자좡에 내주면서 이적료 45억 원(추정치)을 받았다. 지난해 전북이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에서 10년 만의 우승을 차지하는 데 일등공신의 역할을 한 레오나르도(31)도 최근 아랍에미리트의 알자지라로 팀을 옮겼다. 전북은 레오나르도의 이적료로 40억 원 정도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K리그 구단들은 두세 배 높은 연봉을 제시하면서 선수들에게 접근하는 중국과 일본, 중동 리그 팀들의 영입 공세를 막아내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인천은 구단의 넉넉지 못한 주머니 사정 탓에 케빈(33)이 일본 J2(2부)리그 교토 상가로 옮기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케빈은 지난해 인천에서 팀 내 최고 연봉인 65만 달러(약 7억6000만 원)를 받았다. 경영난을 겪었던 시민구단 인천으로서는 감당하기 벅찬 액수였다. 인천은 그를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줬다. 성남에서 뛰던 티아고(24)는 지난해 8월 사우디아라비아의 알힐랄이 약 45억 원의 이적료를 치르고 시즌 도중에 데려갔다.

 1983년 닻을 올린 K리그는 아시아 최초의 프로 리그였다. 1993년 출범한 J리그보다 10년 앞섰다. 중국 슈퍼리그는 1994년 시작됐다. K리그가 선수 공급 시장으로 전락하면서 아시아 최고(最古) 리그로서의 위상이 차츰 낮아지고 있다. 최근 빗셀 고베가 독일 국가대표 공격수 출신의 루카스 포돌스키(32·갈라타사라이)를 사들이기 위해 이적료 500만 유로(약 62억 원)에 연봉 800만 유로(약 100억 원)를 제시했다는 독일 언론들의 보도는 K리그를 더욱 초라해 보이게 만든다. K리그는 갈수록 ‘황사 머니’를 앞세운 중국 슈퍼리그와 J리그의 기세에 눌리는 모양새다.

 셀링리그 자체를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유럽에서 대표적인 셀링리그다. 여기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은 꽤 많은 이적료를 소속 구단에 안기면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등의 빅리그로 진출한다. 유럽의 셀링리그 구단들은 선수 육성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고, 선수층이 두꺼운 하위 리그를 통해서도 이적 선수들의 빈자리를 오래지 않아 채워 나간다. 하지만 K리그는 아직 이런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선수들의 연봉 수준이나 평균 관중, 중계권료 수입 등 리그의 외형적 위상을 보여주는 척도에서 K리그는 J리그와 슈퍼리그에 갈수록 밀리고 있다. 중계권료 수입과 관중 수입 등이 각 구단의 선수 영입 재원으로도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K리그가 당장 셀링리그에서 탈출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종석기자 wing@donga.com
#k리그#셀링리그#selling league#외국인 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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