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토픽] 새총재 뽑지 못한 프로축구연맹…숙제만 남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월 17일 05시 45분


1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한국프로축구연맹 제11대 총재선거에선 단독 출마했던 신문선 후보가 낙선하면서 연맹의 취약한 재정 자립도와 구단간 불화 등의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투표에 앞서 정견 발표를 마친 신 후보가 대의원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16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한국프로축구연맹 제11대 총재선거에선 단독 출마했던 신문선 후보가 낙선하면서 연맹의 취약한 재정 자립도와 구단간 불화 등의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투표에 앞서 정견 발표를 마친 신 후보가 대의원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K리그 상품성·마케팅능력 부족’ 현실 직면
프로축구계 통합과 화합 분위기 조성 과제

제11대 총재선거에 단독 출마한 신문선(59) 후보가 과반득표에 실패하면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권오갑(66) 현 총재의 뒤를 이을 후임자를 선출하지 못했다. 신임 총재 선출이 물 건너가면서 권오갑 총재가 당분간 직무를 계속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관에 ‘임원의 임기가 만료된 경우라도 후임자가 취임할 때까지는 그 직무를 계속해야 한다’고 돼있다는 것이 연맹의 설명이다.

● 총재 선출 실패에서 드러난 냉혹한 현실

2013년 추대 형식으로 취임한 권오갑 총재는 그동안 승강제 정착, 구단별 연봉·입장권 객단가 등 각종 지표 공개, 심판 비리 최소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 적잖은 일을 했다. 더욱이 자신이 사장을 지낸 현대오일뱅크가 K리그 타이틀 스폰서를 맡도록 하는 등 연맹의 재정안정화에도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권 총재는 바쁜 회사 일정을 이유로 총재 연임에 부정적 입장을 취했고, 선거전에 돌입하기 전 일찌감치 여러 기업구단주들에게 총재를 맡아줄 수 있는지를 타진했다. 대답은 한결같이 부정적이었다. 경제 전반의 상황이 여의치 않아 권 총재처럼 타이틀 스폰서를 유치해 1년에 40억원 안팎, 4년간 160억원 가량을 부담해야 한다는 점이 큰 걸림돌이었다. 더욱이 ‘최순실 국정농단’의 여파로 곤경에 처한 기업구단주들은 연맹 총재를 맡겠다고 선뜻 나서지 않았다.


한 축구인은 “권 총재에 이어 연맹을 맡을 적임자가 나타나지 않은 것은 그만큼 우리 프로축구의 현실이 암울하다는 증거”라고 한탄했다. 연맹 총재라는 상징성 큰 자리가 ‘기피직책’이 될 정도로 국내축구계의 현실이 녹록치 않다는 얘기다.

신문선 후보가 낙선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타이틀 스폰서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제시하지 못하면 반대표를 던질 것”이라던 A구단 사장의 말처럼 ‘돈을 만들어내지 못할 인물’이란 평가도 크게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마케팅 등 자체 능력에 의한 수입이 아니라, 총재 개인의 능력으로 타이틀 스폰서를 확보해야 할 만큼 K리그는 상품성도, 마케팅 능력도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 앞으로가 더 중요하다!

선거 과정에서 신문선 후보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취했던 B구단 사장은 이런 말을 했다. “각 구단이 현 연맹 집행부에 갖고 있는 반감이 적지 않다. 제대로 능력 있고, 역량을 갖춘 후보가 나온다면 많은 표를 얻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현 집행부가 연맹을 제대로 이끌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는 의미다. 그동안 적잖은 성과를 일군 것도 사실이지만, 심판매수 파문을 일으킨 전북현대에 대한 솜방망이 징계 등에서 드러나듯 한계도 분명했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프로축구계는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기업구단과 도시민구단, 클래식(1부리그) 구단과 챌린지(2부리그) 구단 사이의 해묵은 앙금이 표출되기도 했다. 프로축구계가 통합과 화합을 이뤄 재도약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도 필요하다. 이 역시 향후 연맹의 큰 과제다.

김도헌 기자 dohon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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