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한 “올해는 다승 목표…세계랭킹 50위 안에 들겠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월 6일 05시 45분


“벌써 일년”. 지난해 2월 SMBC싱가포르오픈에서 데뷔 4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송영한이 우승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으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제공 ㅣ KPGA
“벌써 일년”. 지난해 2월 SMBC싱가포르오픈에서 데뷔 4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송영한이 우승트로피를 들고 활짝 웃으며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제공 ㅣ KPGA
■ 스피스 꺾고 우승한 지 1년…새로운 꿈

첫 우승 늦었지만 더 많은 선물 받았죠
왜 PGA로 가야 하는지 확실히 깨달아
우승 기억 생생한데 벌써 타이틀 방어
어니 엘스·애덤 스콧 등 스타들 총출동
올해도 작년처럼 멋진 경기 보여줄 것


“엊그제 같은 데 벌써 1년이 지났다. 첫 우승은 늦었지만 대신 더 많은 선물을 받았다.” 2016년 2월1일은 송영한(26·신한금융그룹)에게 두 가지를 선물했다. 아시안투어 겸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의 시즌 개막전으로 열린 SMBC싱가포르오픈에서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미국)를 제물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했다. 그리고 이날 우승은 송영한의 골프인생을 바꿔 놨다.

SMBC싱가포르오픈 시상식에서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을 펼쳤던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에게 축하인사를 받고 있는 송영한(오른쪽). 사진제공 ㅣ KPGA
SMBC싱가포르오픈 시상식에서 마지막까지 우승 경쟁을 펼쳤던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에게 축하인사를 받고 있는 송영한(오른쪽). 사진제공 ㅣ KPGA

● 4년 만의 첫 우승 그리고 다짐

2013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에 데뷔한 송영한은 기대주로 평가받으며 주목받았다. 그러나 예상과 다르게 그는 우승과 쉽게 인연을 맺지 못했다. 2015년까지 준우승만 6차례. 번번이 우승 문턱에서 좌절을 맛보면서 그에겐 ‘준우승 징크스’라는 달갑잖은 수식어가 붙었다.

2016시즌을 시작하는 SMBC싱가포르오픈에서 다시 기회가 왔다. 하지만 상대가 만만치 않았다.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라는 강자가 송영한을 위협했다. 우승은 쉽지 않았다. 일요일 진행된 마지막 4라운드 경기가 기상악화로 인해 하루 연기됐다. 송영한은 16번홀에서 3.5m 거리의 파 퍼트를 남기고 홀을 빠져나왔다. 다음날 아침 경기가 속개됐다. 2위였던 조던 스피스가 마지막 18번홀에서 버디를 기록하며 1타차 2위로 먼저 경기를 끝냈다. 송영한에겐 전날 마무리 짓지 못한 파 퍼트가 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불안감이 엄습했지만, 송영한은 천금같은 파 세이브를 성공시켰다. 그리고 남은 2개 홀에서 모두 파를 잡아 스피스를 잡는 파란의 주인공이 됐다. 프로데뷔 4년 만에 찾아온 첫 우승이었다.

송영한은 1년이 지난 지금도 그날의 기억을 생생하게 떠올렸다. 그는 “생각했던 우승 장면은 아니었다”며 의외로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고는 “솔직히 기대했던 우승 분위기를 느끼지는 못했다. 더군다나 하루가 지난 상태여서 우승에 대한 긴장도 살짝 풀렸고, 지켜보는 갤러리도 많지 않았다. 경기를 하던 당시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제대로 우승의 맛을 보지 못해 뭔가 조금 부족한 듯 했다”며 멋쩍게 웃었다. 송영한의 말처럼 우승의 축배를 들기엔 분위기가 어색했다. 하지만 그는 이날 우승으로 더 큰 걸 얻었다. 바로 골프를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떴고, 더 큰 세상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 그날의 우승으로 송영한의 세계랭킹은 110위까지 뛰었고, 우승 덕분에 미 PGA 투어의 메이저대회인 PGA챔피언십과 WGC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 HSBC챔피언스 그리고 CIMB클래식 같은 굵직한 대회에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그 전까지는 PGA 투어가 어떤 곳인지 말로만 들었다. 그리고 무작정 PGA 투어에 가겠다는 꿈을 꿨다. 그러나 이후 4번의 경험을 통해 왜 PGA 투어에 가야하는지를 확실하게 알게 됐다. 더 열심히 하게 만드는 동기부여가 됐고, 새로운 목표를 설정하는 더욱 강한 의지를 갖게 됐다.”

자신감을 얻은 것도 큰 수확이다. PGA 투어에서 뛰는 선수들은 감히 넘볼 수 없는 상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붙어보니 생각이 달라졌다.

“PGA투어에서 뛰는 선수들의 기량은 대단했다. 그러나 주눅 들 정도는 아니었다. 나를 포함해 한국선수들 정도의 실력이라면 조금만 보완하면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직접 상대하고 보니 ‘나도 할 수 있다’는 더 강한 의지가 생겼다.”

자신감만으로 되는 건 아니다. 그래서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송영한은 “PGA 투어라는 곳이 가고 싶다고 해서 갈 수 있는 곳은 아니다. 그러니 무작정 덤비기보다는 실력을 쌓으면서 한 계단 한 계단씩 오르는 전략을 택했다”면서 “투어의 환경과 분위기는 다르지만, 지금 뛰고 있는 일본투어도 PGA 투어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일본투어에서 실력을 쌓은 뒤 미국으로 가는 것도 늦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조금 빨리 가면 좋을 수 있다. 그러나 첫 우승도 그랬고 지금까지의 골프인생도 천천히 한 계단씩 올라섰다. 앞으로의 도전도 서둘지 않고 천천히 이뤄가겠다”고 또박또박 설명했다.

송영한. 사진제공|월간 The Golf
송영한. 사진제공|월간 The Golf

● 징크스 떨쳐진 무한긍정

4년 만에 찾아온 첫 우승. 그러나 송영한은 우승이라는 달콤함을 느끼기 위해 무려 6번이나 쓴 패배를 맛봤다. 올해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첫 우승의 물꼬를 트기는 했지만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 혼마투어월드컵과 다이헤이요마스터스에서 또 다시 준우승에 만족하고 말았다. 어떻게 보면 지독할 정도로 우승의 운이 없다고 볼 수 있다. 송영한은 “준우승만 하다보니 좌절감이 들었고, 스스로에 대한 패배감이 들 때도 있었다. 그때는 정말 답답했다”고 솔직한 심정을 털어놨다.

힘든 순간을 이겨낼 수 있었던 건 무한긍정 덕분이다. 그는 “다시 생각하면 2위도 잘 한 것이다. 우승을 하지 못해서 아쉬울 뿐이지 그 많은 선수들을 제치고 2위를 했으니 나무랄 게 없는 성적이다”며 “당시엔 힘들었지만 실망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다보니 첫 우승이 찾아왔고 더 많은 걸 얻게 됐다. 지금도 그렇게 믿고 있다”고 말했다.

2017시즌 첫 출격까지는 2주 밖에 남지 않았다. 송영한은 잠시 느슨해진 마음을 조이며 카운트다운에 들어갔다. 짧은 휴식을 마친 송영한은 태국으로 날아가 일주일 동안 무뎌졌던 샷 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강도 높은 마무리 훈련을 진행할 계획이다. 그런 다음 생애 처음으로 타이틀 방어를 위해 싱가포르에 입성한다.

송영한은 “아직도 첫 우승의 기억이 생생한데 이제 2주 후면 타이틀 방어에 나서야 한다. 첫 우승이었기에 디펜딩 챔피언 자격으로 대회에 나가는 느낌이 아직은 어색하다. 기분이 남다른 것도 있지만, 부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이런 모든 것들이 좋은 분위기로 이어질 것 같다. 올해는 어니 엘스, 애덤 스콧, 세르히오 가르시아 등 또 다른 PGA 스타들이 출전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런 선수들과 멋진 경기를 해보고 싶다”며 2년 연속 우승에 각오를 보였다.

평소 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답게 올해의 목표를 크게 잡지는 않았다. 송영한은 “작년 우승을 해봤으니 올해는 다승을 해보고 싶다. 그리고 지금 78위인 세계랭킹을 더 끌어올려 50위 이내로 진입하는 것이 목표다. 한걸음씩 올라가겠다”고 다짐했다.

● 송영한

▲1991년7월12일
▲2007, 2009, 2011년 국가상비군
▲2013년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데뷔
▲2013년 KPGA 투어 신인상(명출상)
▲2015년 일본프로골프(JGTO) 투어 신인상
▲2016년 아시안투어 겸 JGTO SMBC싱가포르오픈 우승
▲2016년 JGTO 혼마투어월드컵, 다이헤이요마스터즈 준우승
▲2016년 JGTO 상금랭킹 4위(9156만2130엔)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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