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가 벼랑 끝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비기기만 해도 경질 위기를 벗어나기 어려워 보였던 울리 슈틸리케(62·독일) 축구국가대표팀 감독도 한숨을 돌렸다.
한국은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우즈베키스탄과의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5차전 홈경기에서 남태희(레퀴야)의 동점골과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의 역전골에 힘입어 2-1의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3승1무1패, 승점 10을 마크한 한국은 4차전까지 2위를 달렸던 우즈벡(3승2패·승점9)을 제치고 반전의 흐름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A·B조로 나눠 최종예선을 진행하는 아시아에선 각조 2위까지 본선에 직행하고, 3위끼리 플레이오프(PO)를 거쳐 승자가 북중미 4위와 한 차례 더 대륙간 PO를 펼쳐 러시아월드컵 본선행에 도전한다. 최소 조 2위를 확보해야 안정적으로 러시아행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는 점에서 이날 우즈벡전 승리는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초반부터 답답한 흐름이 이어졌다. 수비적으로 나올 것으로 보였던 우즈벡은 정상적 라인위치를 바탕으로 강한 압박을 펼쳤고, 이에 당황한 듯 한국은 단조로운 패턴으로 효과적 공격을 펼치지 못했다. 어이없는 수비 실수로 먼저 실점하고 말았다. 전반 25분 센터백 김기희(상하이 선하)가 상대의 압박을 이기지 못해 골키퍼 김승규(빗셀 고베)에게 건넨 패스가 턱없이 짧았다. 김승규가 페널티박스 밖에서 황급히 걷어낸 볼은 우즈벡 마라트 비크마예프에게 향했고, 비크마예프가 빈 골문을 향해 날린 중거리슛은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전반을 0-1로 마친 한국은 후반 17분 지동원(아우크스부르크) 대신 이재성(전북현대)을 넣고, 곧이어 이정협(울산현대) 대신 김신욱(전북현대)을 투입하면서 활기를 되찾았다. 교체카드 투입이 꽉 막힌 흐름을 뚫었다.
패배의 위기에 몰린 한국을 구한 이는 남태희(레퀴야)였다. 남태희는 후반 22분 박주호(도르트문트)의 크로스를 머리로 받아 넣으며 분위기를 돌려놓았다. 남태희의 동점골로 기운을 되찾은 한국은 후반 40분 김신욱의 패스를 받은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다시 한 번 골문을 열면서 짜릿한 역전승에 입맞춤했다.
팀당 10경기씩 치르는 최종예선은 이제 5차전을 마치면서 반환점을 돌았다. 2016년 공식 일정을 마무리한 대표팀은 내년 3월 23일 중국과의 원정 6차전을 시작으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향한 여정을 재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