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스피드…돌격형 박상영…‘발 펜싱’의 기적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8월 11일 05시 45분


박상영은 1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체육관 3관에서 벌어진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제자 임레(헝가리)를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10-14의 절대 열세를 극복하고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한 박상영이 태극기를 펼쳐들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박상영은 1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체육관 3관에서 벌어진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제자 임레(헝가리)를 꺾고 금메달을 따냈다. 10-14의 절대 열세를 극복하고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한 박상영이 태극기를 펼쳐들고 환호하고 있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 10:14→15:14 에페 역전金 원동력

펜싱협회 고종환 심판위원
빠른 ‘발 펜싱’에 뛰어난 순발력
신장 열세 딛고 184cm 상대 제압

한국스포츠개발원 정진욱 박사
재활 훈련 통해 몸의 밸런스 향상
스피드 활용한 연속공격 더 빨라져


‘겁 없는 신예 검객’ 박상영(21·한체대)이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기적을 연출했다. 박상영은 10일(한국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파크 카리오카 체육관 3관에서 펼쳐진 펜싱 남자 에페 개인 결승전에서 제자 임레(42·헝가리)에게 15-14 역전승을 거두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회 초반 기대보다 저조한 성적에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았던 대한민국 선수단과 펜싱대표팀 모두 ‘깜짝 스타’ 박상영의 등장으로 큰 힘을 얻게 됐다.

● 탁월한 스피드를 앞세워 기적을 일으키다!

에페는 사브르, 플뢰레를 포함한 3개 펜싱 세부종목 중 유일하게 동시타가 인정돼 선취점이 중요하다. 15점에 다다른 박빙의 상황에서도 동시타로 점수를 쌓을 수 있기 때문에 1점이라도 앞서야 유리하다. 박상영은 결승에서 임레에 10-14까지 뒤지며 패색이 짙었다. 그러나 내리 5점을 따내는 극적 승부로 고정관념을 깨트렸다. 고종환 스포츠동아 펜싱해설위원(대한펜싱협회 심판위원)은 “에페에선 10-14에서 역전이 힘들어 99%가 포기한다. 국내 대회에서도 나오기 힘든 경기인데, 박상영이 올림픽에서 해내 더욱 놀랍다”고 극찬했다.

뛰어난 순발력을 지닌 박상영이기에 가능했다. 결승 상대였던 임레는 세계랭킹 3위의 백전노장인데다 키 184cm의 좋은 체격조건까지 갖췄다. 반면 177cm로 신장에서 열세였던 박상영은 빠른 움직임으로 상대의 허를 찔렀다. 고 위원은 “에페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면 불리하다. 먼저 찔러야 한다. 단순 동작을 자신 있고 빠르게 구사한 덕분에 경험 많은 상대들을 다 이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기를 즐길 줄 안다. 세계적 선수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은 체격이 뛰어난 유럽권 선수들을 상대하기 위해 스피드에 중점을 둔 특유의 ‘발 펜싱’을 무기로 삼았다. 대다수 국가들이 유럽 강호들의 기술을 따라할 때도 한국은 외국인 지도자 없이 한국인에 맞는 스타일을 추구했다. 고 위원은 “신체조건이 좋은 유럽은 손 기술에 중점을 두지만, 한국은 상대보다 한 박자 더 빨리 움직이는 데 주력한다. 펜싱을 처음 시작하면 풋워크부터 배우고, 평소 훈련도 스피드 위주다”며 “국내에서 펜싱을 하는 인원은 2000명에 불과하지만, 세계 상위권에 들 수 있는 원동력은 많은 훈련량”이라고 밝혔다.

● 저돌적 스타일로 사고(?)를 치다!

박상영은 에페 선수들 중에선 보기드문 ‘공격형 선수’다. 에페 선수들은 종목의 특성상 신중한 편이다. 동시타가 인정되기 때문에 어설프게 공격하다가 포인트를 빼앗기면 경기 전체가 꼬인다. 이 때문에 사브르, 플뢰레에 비해 흥미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듣는다. 그러나 박상영은 사브르 선수와 비슷한 성향을 지녔다. 자신의 기술과 스피드를 믿고, 공격적으로 밀어붙인다. 저돌적 성향은 상승세를 타면 그만큼 무섭지만, 그만큼 쉽게 허물어질 수도 있다. 이번에는 거침없는 상승세로 정상에 올랐다.

박상영을 오랫동안 지켜본 한국스포츠개발원(KISS) 정진욱 박사는 “매우 공격적인 선수인데, 부상 이후 재활과정을 거치면서 과거보다 좀더 신중해진 게 눈에 띄었다.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하면서 자신의 장점을 잘 살린 덕분에 좋은 결과를 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3월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 다리 좌우의 밸런스가 맞지 않아 부상을 입었는데, 재활과정을 단축하면서도 좌우의 밸런스가 많이 좋아졌다. 그만큼 스스로 많이 준비하고 훈련한 결과다. 워낙 성실한 선수라 해낼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정 박사가 눈여겨본 부분은 또 있다.


몸의 밸런스다. 박상영은 다른 에페 국가대표선수들보다 스피드와 순발력이 탁월했다. 이를 바탕으로 스피드를 활용하는 플레이를 잘하는데, 이번 올림픽에선 몸의 밸런스도 향상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몸의 밸런스가 잘 유지되니 스피드를 활용한 연속공격 동작이 더 매끄러워졌다. 정 박사는 “펜싱에서 칼을 든 반대 팔의 역할이 중요하다.

반대 팔을 잘 이용하면 몸의 밸런스가 잘 유지돼 연속공격을 빠른 템포로 할 수 있다. 리우올림픽을 준비하며 이 부분을 향상시키기 위한 훈련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박상영이 이 훈련에 많은 관심을 보이며 집중 연마했는데, 그 효과를 톡톡히 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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