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이원홍]올림픽 엽기 사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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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에서는 엽기적인 사건도 많이 발생했다. 더 좋은 성적을 올리려고 속임수를 쓰다 일어난 사건이 많았다.

1960년 로마 올림픽 근대5종 단체전 경기에서였다. 근대5종은 수영 승마 펜싱 사격 크로스컨트리(육상)를 함께 치르는 종목이다. 튀니지 대표팀과 상대하던 선수들은 무언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펜싱 경기에 나선 튀니지 선수들의 경기가 너무 똑같았던 것이다. 알고 보니 튀니지 대표팀 선수 3명 중 1명이 다른 2명을 대신해 경기를 했다. 펜싱 경기에는 마스크를 쓰고 나서는 점을 이용했다. 절대 마스크를 벗지 않으려 했지만 결국 들켰고 실격 처리됐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여자 1600m 계주에 나설 예정이던 푸에르토리코의 마델리네 데 헤수스는 대회 도중 부상으로 경기를 하기 힘들어졌다. 그러자 자신을 응원하러 온 쌍둥이 자매를 몰래 경기에 내보냈다. 푸에르토리코 여자 대표팀은 결선에까지 진출했다. 그러나 코치가 상황을 알아채고 사태가 커지기 전에 팀을 결선에서 철수시켰다. 1936년 베를린 올림픽 여자 높이뛰기에 출전했던 독일의 도라 라트옌은 4위를 한 뒤 2년 뒤에는 세계기록도 세웠다. 그러나 그녀는 남자였다. ‘그녀’를 수상하게 여긴 동료들로 인해 그의 정체가 밝혀졌고 기록은 삭제됐다.

경기 결과에 승복하지 못해 벌어진 사건도 많았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태권도 80kg 초과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쿠바의 앙헬 발로디아 마토스가 판정에 불만을 품고 심판에게 킥을 날려 쓰러뜨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경기 외적인 이유로 올림픽을 이용하려 한 사건도 있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마라톤 선두를 달리던 브라질의 반데를레이 리마가 결승점을 얼마 남겨 놓지 않은 37km 지점에서 닐 호런이라는 괴한의 습격을 받아 쓰러졌다. 호런은 “세상의 종말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인류의 평화를 위해 다 같이 춤을 추자”고 주장해 왔다. 호런은 춤이야말로 사람들을 평화로 이끌 수 있다며 세계의 지도자들에게 자신과 함께 춤을 추자고 했다. 호런은 올림픽 이전에도 시속 250km가 넘는 자동차 경주장에 뛰어들어 비슷한 주장을 하기도 했다. 호런 자신은 세계 평화를 위한 절박한 심정으로 이런 사건을 일으켰지만 자신의 주장을 위해 올림픽을 방해했다. 리마는 결국 3위에 그쳤고 브라질은 금메달을 도둑맞았다며 분노했다.

우리는 알고 있다. 오늘의 올림픽이 마주한 현실에 비하면 과거의 이런 사건들은 어쩌면 소극(笑劇)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것을.

성적과 명예에 대한 욕망은 자매를 대신 출전시키거나 다른 선수를 대리 출전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러시아의 예에서처럼 국가가 개입하는 대규모 도핑 사태로 번졌다. 경기력을 높이기 위해 신선한 피를 새로 수혈받거나 금지된 약물을 복용하는 기괴한 행위들이 적발되고 있다.

춤으로 세계 평화를 이끌어내자는 주장은 돌이켜 보면 낭만적으로까지 느껴진다. 평화의 제전이라는 올림픽은 대규모 테러의 공포 아래 놓여 있다. 테러는 합리적인 소통을 거부한 채 일방적인 메시지만을 강요하는 가장 야만적인 형태의 폭력이다.

올림픽에 대한 다양한 위협은 역설적으로 올림픽의 광대한 영향력을 보여준다. 근대 올림픽의 창시자 피에르 쿠베르탱은 “올림픽은 미래에 대한 믿음을 위한 행동이다”라고 말했다. 모든 올림픽 참가자는 성실성과 도덕성, 그리고 타락한 욕망의 유혹을 물리칠 용기를 필요로 한다. 그런 요소들은 경기장 밖에서도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다. 이런 점에서 참가자들은 모두 미래를 위한 전사들이기도 하다. 6일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개막한다. 당당히 싸우고 돌아오라.

이원홍 스포츠부 차장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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