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메리트는 근절될까?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8월 2일 05시 30분


한여름 그라운드에 흉흉한 소문이 떠돌고 있다. 올 시즌부터 금지시킨 메리트(승리수당)가 은밀하게 지급되고 있다는 내용이 괴담의 핵심이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스포츠동아DB
한여름 그라운드에 흉흉한 소문이 떠돌고 있다. 올 시즌부터 금지시킨 메리트(승리수당)가 은밀하게 지급되고 있다는 내용이 괴담의 핵심이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스포츠동아DB
KBO 규약 제83조에 따르면, ‘구단이 규정을 위반하여 선수에게 계약금을 지급한 경우 총재는 위반이 확인된 날을 기준으로 해당구단의 다음 연도 2차지명 1라운드 지명권을 박탈하고, 제재금 10억원을 부과한다’고 적시돼있다. 여기서 계약금은 ‘연봉 외에 구단이 선수에게 지급하는 금전, 물품 등 일체의 경제적 이익’을 의미한다. 실행위원회(단장회의)를 통해서 이 규약을 넣은 것은 메리트(승리수당) 폐지를 겨냥한 것이다.

죄수의 딜레마 법칙처럼 모두가 약속을 지키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안 지키는 구단이 나올 수 있기에 구단은 강력한 제재안을 KBO 규약에 넣은 것이다. 문제는 제도가 강경할수록 틈을 파고드는 인간의 계략도 치밀해진다는 것이다.

지금 야구계에서는 ‘메리트 금지를 안 지키는 구단이 있을지 모른다’는 괴담이 떠돌고 있다. 사안의 속성 상, 구체적 실체를 잡기란 어렵다. 만에 하나 메리트를 하더라도 극도의 보안을 유지할 것이라 그렇다.

그렇다면 구단이 메리트의 지급 시한을 늦추는 우회로를 선택한다면 어떨까? 가령 메리트를 바로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시즌 후 연봉에 포함시키는 방식이다. 이를테면 A선수의 고과는 1000만원 인상인데 메리트가 추가돼 2000만원 상승으로 연봉을 발표하는 것이다. 이러면 어디까지가 연봉상승분이고 메리트인지 바깥에서는 구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KBO 관계자는 1일 “메리트의 지급 시기를 시즌 후 연봉협상 때로 늦추는 것을 제재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구단에서 ‘조금만 더 힘내서 가을야구를 하면 나중에 섭섭지 않게 해 주겠다’는 말까지 메리트 금지조항 위배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결국 메리트냐 아니냐의 구분 여부는 구체적 금액 적시 여부와 보상안을 제안하는 시기가 언제인지에 달려있다.

또 다른 KBO 고위인사는 “연봉에 메리트를 얹어주는 방식은 나중에 선수와 구단이 틀어지는 일이 발생하면 발각될 수 있다. 설마 구단이 이런 위험을 감수하겠나?”라고 반문했다.

KBO 규약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성적에 따른 보너스 지급도 광의의 메리트로 실행위원회에서 합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일한 예외는 우승이다. 우승팀은 배당금 이외에 모그룹에서 나오는 보너스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2위 이하 팀들은 원칙적으로 안 된다는 유권해석이 내려졌다. 가령 5위 경쟁에서 최후의 승자가 됐다고 추후에 보너스를 주면 메리트 금지에 위배되는 것이 된다.

메리트 지급은 불법은 아니지만 신뢰의 문제다. ‘규약을 어긴 것이 아니니까 괜찮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편법을 모색하는 구단이 나온다면 이는 곧 KBO리그의 공동체임을 포기하는 행위일 것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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