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P가 우선인 선수단 AD카드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7월 21일 05시 45분


런던 때보다 줄어 지도자 몫도 부족
VIP에 밀려 협회·연맹 임직원 홀대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 출전할 대한민국 선수단에 배분된 AD카드(신분확인 및 식별 신분증)는 331장이다. 행정임원들에게 32장이 배분됐고, 감독·코치·트레이너 등 경기임원들에게 95장이 돌아갔다. 선수들의 몫은 204장. 2012런던올림픽(총 374장)보다 43장이 줄었다. 당시 36장(본부임원)·93장(경기임원)·245장(선수)이 전달됐다. 이처럼 한국의 몫이 줄어든 까닭은 남자배구, 남녀농구 등 출전선수가 많은 구기종목에서 티켓 획득에 실패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이 있다. 과거나 현재나 현장에 할당되는 AD카드의 수량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통상 지도자 쿼터는 출전선수의 약 절반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50%에 못 미친다. 당연히 웃지 못할 상황도 많다. A종목에선 국가대표팀 감독이 후배 코치에게 AD카드를 양보했다. 2개 세부종목으로 나뉜 B종목의 지도자 쿼터는 3장. 각각 2장·1장으로 나누기로 했지만, 정상적 훈련이 어려워졌다. 이뿐이 아니다. C종목은 3장을 받았는데, 이 중 1장이 후원사에 할당됐다. 결국 2장의 활용을 놓고 고민하다 역시 대표팀 감독이 올림픽에 가지 않기로 결정했다. 감독 없는 대표팀이 탄생한 꼴이다.

선수단 AD카드는 굉장히 미묘한 문제다. 격려금 및 포상금과도 연계돼 있다. 선수단으로 인정받지 못하면 지급대상에서 제외된다. 단복조차 얻지 못한다. D종목에선 쿼터를 받지 못한 지도자들이 자비로 단복을 구입해 19일 열린 ‘리우올림픽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 참석하는 촌극이 빚어졌다. 이 와중에 회식비도 종목별로 차등 지급돼 일부 선수단은 상대적 박탈감을 겪었다.

산하단체라고 사정이 다르진 않다. 오히려 심각하다. 상당수의 협회·연맹 임직원들은 AD카드를 받지 못했다. 현장에서 선수들을 지원할 인력이 없으면 오심 등의 돌발상황에 즉각 대응하기 어렵다. ‘제2의 신아람 사태’가 반복되지 않으리라고 장담할 수 없다. 또 트레이너가 불참하는 종목은 부상 방지와 컨디션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기대하기 어렵다. 선수단의 훈련을 꾸준히 지원해온 한국스포츠개발원(KISS)에 전달된 AD카드도 2장뿐이다.

현장에선 AD카드가 불필요하고 엉뚱한 곳에 전달되는 ‘구조’가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선수단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특히 ‘VIP’로 분류되는 정·재계 인사들이 꼭 리우를 찾을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카테고리(출입가능구역) 분류가 다르다고 하나, AD카드가 있으면 최소한 현장에서 다양한 상황을 점검할 수 있는 만큼 간접적 지원이 가능하다. 현장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경비 일부 지원을 조건으로 산하단체들의 인력 파견을 뒤늦게 제안했지만, AD카드가 없는 협회·연맹 임직원은 관광객과 다름없다. 더욱이 항공편과 숙소를 그 짧은 시간에 확보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많은 체육계 인사들은 “현장이 최우선인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정치인들과 기업인들에게는 최소한의 예우만 하면 된다. 대한체육회 행정임원들이 모든 종목을 돌보는 것도 아니다. 선수들을 진짜 돕지 않는 행정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며 혀를 찼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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