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 따라잡기]꼴찌 추락 삼성… 승리수당 없다고 태업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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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삼성 선수단은 정말 메리트(merit)가 사라져서 힘을 잃은 걸까.

11일 삼성이 창단 후 처음으로 최하위(80경기 소화 기준)로 떨어지면서 프로야구에서 사라졌던 ‘메리트’라는 말이 되살아나고 있다. 메리트는 프로 스포츠에서 ‘승리 수당’을 일컫는 말이다.

프로야구에서 구단이 메리트를 지급하는 건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 위반이다. 하지만 지난해까지는 연봉과 별개로 메리트를 지급하는 게 관례였다. 그러다 올 3월에 열린 KBO 이사회에서 메리트를 폐지하기로 의견을 모으면서 메리트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삼성 선수단이 메리트가 없기 때문에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소문은 이렇다. ‘원래 부자 구단 삼성은 메리트가 아주 후했다. 다른 구단 선수들도 메리트 폐지에 따른 영향을 받았지만 삼성은 워낙 금액이 컸기 때문에 선수들의 낙담도 그만큼 컸다. 삼성 선수단은 사인회 같은 팬 서비스 행사를 보이콧하면서 어떤 식으로든 메리트를 보전해 달라고 시위 중이다. 이 때문에 경기에서도 열심히 뛰지 않는다.’

일단 삼성이 메리트가 더 많았다는 건 절반은 사실이고 절반은 사실이 아니다. 삼성 관계자는 “경기당 금액 자체는 평균 수준이었던 걸로 안다. 다만 우리가 제일 많이 이기다 보니 총액 자체가 더 많았을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금액이 더 많은 연봉을 놔두고 메리트 때문에 선수들이 태업을 할 리는 없다는 지적도 있다. 한 야구인은 “성적이 좋아야 팀 전체 연봉 규모가 커진다는 걸 선수들도 안다. 메리트가 없어지면서 팬 서비스에 소홀한 선수가 나올 수는 있다. 그러나 야구 자체를 게을리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올해부터 제일기획에서 구단 운영을 맡게 된 영향은 아닐까. 삼성 팬들은 제일기획에서 씀씀이를 줄이는 바람에 자유계약선수(FA) 박석민(31·NC)과 외국인 선수 나바로(29·지바 롯데)를 놓쳤다고 아우성이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그룹 바로 밑의 자(子)회사에서 제일기획 아래의 손자(孫子)회사로 바뀌었을 뿐이다. 계열사에서 갹출해 예산을 마련하는 팀 운영 방식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면서 “제일기획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한 것도 없이 욕만 먹는다’고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올해 삼성이 부진한 제일 큰 이유는 부상이다. 주전 선수 절반 정도가 부상을 달고 뛴다. 특히 외국인 투수 두 명이 부상과 부진에 시달린 게 컸다”며 “박석민과 나바로가 있었다면 꼴찌는 안 했을지 몰라도 그렇다고 예전처럼 높은 순위를 기대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삼성뿐 아니라 모든 구단에서 지출 규모를 줄이고 싶어 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야구인들은 돈을 받는 데만 익숙하다. 상황이 변했다는 걸 빨리 깨달아야 한다. 지금은 FA나 외국인 선수 시장 모두 너무 과열돼 있다. 하루라도 빨리 스포츠 산업화의 기틀을 잡지 않으면 프로야구 자체가 위기에 빠질 수 있다. 삼성의 부진은 신호탄일 뿐이다”고 우려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야구#삼성 라이온즈#류중일#허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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