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원 “공격보다 수비에 더 집중”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4월 14일 05시 45분


SK 이재원은 올 시즌 풀타임 포수로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동료이자 선배였던 정상호가 LG로 떠나면서 홀로서기라는 과제를 떠안았다. 스포츠동아DB
SK 이재원은 올 시즌 풀타임 포수로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동료이자 선배였던 정상호가 LG로 떠나면서 홀로서기라는 과제를 떠안았다. 스포츠동아DB
포수 첫 풀타임…수비에 온 신경
후배와 많은 대화…선배의 품격


“독하게 마음먹고 가야죠.”

SK 포수 이재원(28)에게 올 시즌은 ‘도전’의 연속이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공격형 포수’로 성장하고 있었는데, 이는 정상호(34)라는 든든한 선배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타고난 타격 재능에 주전 정상호 아래서 포수로 출장시간을 늘려가며 포수다운 포수가 되고 있었다.

그러나 이재원은 올해 홀로서기를 해야만 한다. 정상호가 FA(프리에이전트)로 LG 유니폼을 입으면서 이재원이 주전의 짐을 지게 됐다.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만났던 이재원은 “힘들면 의지할 곳이 있던 게 장점이었지만 단점이기도 했다. 주전으로서 책임감을 더 가져야 한다”며 달라진 무게감을 체감하고 있었다.

● 포수 첫 풀타임, 내 몸을 맡긴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첫 풀타임 시즌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이재원은 “방망이는 시범경기 때에 비하면 감이 조금 떨어졌다. 그런데 다행히 안타가 많이 나오고 있다. 사실 포커스는 다 수비에 맞춰져 있다”고 밝혔다.

이재원의 온 신경은 수비에 쏠려 있다. 매일 박경완 배터리코치의 강훈련을 소화하고, 상대를 분석하느라 정신이 없다. 그는 “훈련 량이 정말 많다. 숨이 넘어가 몸이 안 움직일 때도 있다”며 웃었다. 주전포수지만 전날 미스플레이가 나온 부분이 있다면 이튿날 박 코치와 끊임없이 반복훈련을 한다.

체력적으로 부담은 없을까. 사실 이재원은 지명타자와 포수를 겸한 지난 2년간 여름에 타율이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을 겪었다. 그는 “캠프 때부터 훈련이 많아 익숙해졌다. 올 시즌은 풀로 뛰면서 내 몸을 맡겨보려 한다. 독하게 마음먹고 가야 한다. 정신적으로도 배우는 게 많다”고 강조했다.

● 홈플레이트에 들어가는 시간에 집중!

지난해와 크게 달라진 건 공격과 수비의 비중이다. 이재원은 “공격과 수비의 비율이 7대3이었다면, 이제 완전히 반대로 바뀌었다. 수비는 내가 홈플레이트에 들어가는 3시간만큼은 최고로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현역 시절 명포수였던 박경완 코치는 이재원을 어떻게 지도하고 있을까. 이재원은 “코치님께서 경기 중에는 말씀을 많이 안 하신다. 선수생활을 하실 때 경험으로 중간에 간섭하는 게 좋지 않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다. 대신 경기 전과 후에 포인트를 콕콕 짚어주신다”고 설명했다.

수비에 집중하다보면 타석에서 부담이 생길 수도 있다. 그러나 이재원은 13일까지 11경기서 타율 0.305(36타수 11안타)로 좋은 타격감을 이어가고 있다. 그는 “타석에서 부담되는 건 없다. 나도 타자의 입장이다. 팀이 이기려면 타자들이 쳐서 점수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선배의 역할, 주전 포수가 되고 있는 이재원

현재 SK 1군에서 이재원의 짝은 5년차 후배 김민식(27)이다. 1군 경험은 지난해 23경기가 전부다. 9일 LG전에선 체력안배를 위해 지명타자로 나선 이재원 대신 포수로 선발출장하기도 했다.

훈련 시간에 이재원은 항상 김민식과 대화를 한다. 상대하는 타자들의 스타일도 얘기하고, 야구 외적으로 사적인 대화도 많이 한다. 이재원은 이에 대해 “선배라고 무게 잡을 필요가 있나. 일부러 대화를 많이 하려 한다. 내가 처음 포수할 때를 생각해보면 민식이와 많이 비슷한 것 같다”고 밝혔다.

경험이 일천했던 옛 시절을 떠올리며 멘탈 쪽으로 도움을 주려는 것이다. 그는 “도루를 한 번 못 잡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라고 고민을 하더라. 나도 그랬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때가 되면 잡는구나’ 싶었다. 그런 식의 쉬운 조언을 해준다”며 미소 지었다.

이재원은 오키나와 캠프 당시 인터뷰에서 “어려운 시간을 선배들 덕분에 견뎌냈다. 그때 선배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걸 알았다”고 털어놨다. 김민식을 살뜰히 챙기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렇게 이재원은 점차 ‘주전 포수’가 돼 가고 있다.

문학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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