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둥이 선수’ 정수빈은 잊어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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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의 강한 1번타자 변신 선언

정수빈에게 2016년은 자신의 야구 스타일을 새롭게 바꾸는 도전의 시즌이다. 그는 “수비와 주루에 능한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방망이에 공을 맞히는 것을 넘어 언제든 장타를 터뜨릴 수 있는 1번 타자로 변신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정수빈에게 2016년은 자신의 야구 스타일을 새롭게 바꾸는 도전의 시즌이다. 그는 “수비와 주루에 능한 것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방망이에 공을 맞히는 것을 넘어 언제든 장타를 터뜨릴 수 있는 1번 타자로 변신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데뷔 8년째를 맞은 프로야구 두산의 1번 타자 정수빈(26)은 올해 목표가 색다르다. ‘순둥이’ 이미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수비든, 도루든 ‘야구를 예쁘게 잘한다’는 평가를 받아 온 그는 2016년에는 무서운 타자가 되고 싶어 한다.

호주로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 만난 정수빈은 “타구를 더 멀리, 더 강하게 보낼 수만 있다면 지금의 타격 폼도 바꿀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타를 치려고 하면 땅볼이 나오고, 땅볼을 치려고 하면 삼진을 당한다”며 “홈런을 치기 위해 왼손 투수 공도 완전히 끌어 당겨 친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신을 시도하려는 것은 자신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서다. 정수빈은 “프로에 와서 색깔 없이 야구를 했다. 이러다간 이도 저도 안 되는 1번 타자가 될 것 같다”고 했다.

2009년 프로에 데뷔한 정수빈은 타격에 대해 늘 아쉬움을 갖고 있었다. 정수빈은 “프로에 오니 내가 타석에 서면 상대 포수가 외야수를 내야 쪽으로 다가서게 하고, 내야수들도 전진 수비를 하더라”며 “포수가 나를 옆에 두고 투수에게 늘 ‘맞춰 잡아’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정수빈 스스로도 주자를 진루시키기 위한 타격을 하다 보니 타석에서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는 ”프로에 와서 무조건 짧게 쳐야 한다는 마음으로 타석에 서다 보니 타격 자세도 무너졌고, 마음도 소심해졌다”고 말했다.

그런 그에게 2014년은 자신감을 되찾아 준 시즌이었다. 양 무릎을 붙인 채 짧게 잡은 방망이를 어깨에 걸치는 넥센 서건창의 타격 자세를 그대로 따라한 것이 큰 효과를 봤다. 타율 0.306으로 처음 ‘3할 타자’에 이름을 올린 것. 그러나 정수빈은 지난해 오른 다리를 뒤로 뺀 채 방망이를 곧추세우는 자세로 타격 폼을 다시 바꿨다. “지난해 9, 10월 즈음 타격에 눈을 뜬 것 같다”는 정수빈은 지난 시즌 타율 0.295에 안타도 145개나 때려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14타수 8안타(0.571)의 맹타를 휘두르며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무서운 타자로 변하고 싶다고 해서 정수빈이 4번 타자가 되려는 것은 아니다. 강한 1번 타자가 그의 최종 목표다.

OB 시절을 포함해 두산의 역대 1번 타자 중에는 발 빠르고 작전 수행 능력이 뛰어난 왼손 타자가 많았다. 프로야구 원년 윤동균을 비롯해 박종훈, 김광림, 정수근, 이종욱(NC) 등이 두산 1번 타자의 계보를 이어왔다. 정수빈은 “수근, 종욱 선배가 가장 이상적인 1번 타자라고 생각하고 본받아왔다”며 “타석에서 조금 더 강한 인상을 주는 두산의 1번 타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정수빈은 정근우(한화)와 이용규(한화)가 굳게 지키고 있는 국가대표 1번 타자 자리도 내심 노리고 있다. “근우, 용규 선배보다 한참 못하지만 중요한 순간에는 저도 나름대로 잘 하는 것 같아요. 큰 국제대회에서는 더 자신감이 생길 듯합니다. 저도 ‘정수빈’이 국가대표가 되는 걸 보고 싶어요.”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정수빈#두산#1번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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