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차우찬의 ‘전천후 투수’ 운명과 빛바랜 역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31일 05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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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 삼성라이온스와 두산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1차전 MVP에 선정된 삼성 차우찬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구|김종원기자 won@donga.com
26일 대구 시민야구장에서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한국시리즈 1차전 삼성라이온스와 두산베어스 경기가 열렸다. 1차전 MVP에 선정된 삼성 차우찬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구|김종원기자 won@donga.com
삼성 왼손투수 차우찬은 이번 한국시리즈(KS) 최고의 ‘키플레이어’로 꼽혔다. 원정도박 스캔들로 주축 투수 3명을 잃은 상태에서 선발과 불펜이 모두 가능한 전천후 요원 차우찬을 어떻게 쓰느냐에 삼성의 운명이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차우찬 자신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데뷔 후 줄곧 선발과 불펜을 오갔다. 구멍이 나는 곳에 언제든 투입됐다. 투구 후 회복속도가 빠르고, 길게 던질 때나 짧게 던질 때나 좋은 구위를 유지하는 장점이 있었다. 타고난 체질이었다. 그러나 이런 체질이 그를 한 자리에 자리 잡지 못하게 만든 이유가 되기도 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풀타임 선발로 한 시즌을 보내면서 31경기(선발 29경기)서 13승7패 1홀드 방어율 4.79를 기록했다. 생애 첫 탈삼진왕(194개)도 차지했다. 하지만 KS 들어 팀 사정상 다시 선발과 불펜을 오가는 ‘스윙맨’으로 준비했다.

차우찬은 “내 장점은 안 아프다는 것이다. 선발과 불펜을 다 해도 구위를 유지하는 편인 것 같다. 보직이 정착됐으면 좋겠지만, 팀 사정상 그렇게 안 되는 것 같다”며 웃었다. 그래도 팀 승리를 위해 자신과 같은 전천후 투수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는 “팀이 이기기 위해선 선발과 중간을 왔다 갔다 하는 투수도 있어야 한다. 크게 스트레스 받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차우찬은 선발 자원으로 ‘2015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 프리미어 12’ 국가대표팀에 뽑혔다. 하지만 아직 정확한 보직은 알 수 없다. KS와 마찬가지로 그의 보직은 전천후 요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대표팀은 워낙 좋은 투수들이 많다. 보직이야 시켜주시는 대로 할 뿐이다. 다른 선발투수도 많고, 많은 경기에 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보직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KS 1차전에서 1.2이닝 무실점으로 자신의 한국시리즈 첫 세이브를 올린 차우찬은 30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KS 4차전에 두 번째로 나섰다. 2·3차전에서 투입시기를 계속 놓치면서 류중일 감독은 경기 전부터 차우찬을 반드시 쓰겠다고 선언했다.

차우찬은 3-3 동점인 5회말 2사 1·2루서 등판해 첫 상대인 민병헌에게 적시 2루타를 허용했다. 운이 따르지 않았다. 라인드라이브로 3루수 박석민의 글러브에 들어가는 타구였는데 박석민이 포구에 실패하며 2루타가 됐다. 차우찬은 더 이상의 실점은 허용하지 않았다. 6회와 7회를 삼자범퇴로 마친 그는 8회 무사 2루 위기에서도 실점하지 않았다. 54개의 공으로 3.1이닝 무실점으로 두산 타선을 봉쇄했다. 하지만 삼성 타선이 찬스마다 침묵하면서 경기를 뒤집을 수는 없었다.

잠실 |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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