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들 앞에서 “빠른 농구” 외친 78세 총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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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L 김영기 총재 취임식

모호한 미사여구로 “잘해보겠다”는 식의 틀에 박힌 취임사는 없었다. 간단한 인사를 마친 뒤 준비된 원고 없이 평소 생각을 거침없이 늘어놓던 김영기 한국농구연맹(KBL) 신임 총재(78·사진)의 말문은 30분 넘게 닫힐 줄 몰랐다. 그만큼 프로농구에 드리워진 위기의식은 심각해 보였다. 10년 만에 KBL에 복귀한 김 총재의 열정은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뜨거웠다. 1일 서울 강남구 KBL센터에서 열린 김 총재 취임식에는 이례적으로 10개 구단 감독 10명이 총출동했다. KBL 총재가 8대까지 이르도록 감독들이 이런 행사에 호출된 것은 처음이었다.

김 총재는 “감독들에게 속에 있는 내 생각을 직접 전해줄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1997년 아마추어 농구가 프로로 바뀔 때 이상으로 다시 시작한다는 비장한 마음을 먹어야 한다. 농구라는 상품의 가치를 높이려면 재미와 감동을 창출해야 한다. 지도자와 심판이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최근 프로농구 인기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 큰 키와 힘만 앞세운 정적인 농구로 진단한 그는 속공의 부활을 강조했다. 김 총재는 “빠른 경기 흐름을 저해하는 플레이를 없애기 위해 규정을 개선하겠다. 공격 개시 후 8초 안에 반칙을 한다거나 속공에 대한 고의 파울에는 자유투와 공격권을 부여해 엄단할 방침”이라고 했다. 문제가 끊이지 않는 심판 자질과 오심 등에 대해선 경기인 출신인 총재가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경기의 흥미를 높이려면 평균 70점대 초반에 머물러 있는 현재의 공격력을 80점대 중반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 총재도 공감하고 있어 경기 운영과 규칙도 공격 농구를 지향하도록 변경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선수제도는 프로 초창기처럼 두 명 선수의 신장을 장신자와 단신자로 제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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