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레슬링 전설’ 박장순 감독의 삭발 투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5월 21일 06시 40분


20일 태릉선수촌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레슬링 자유형 대표팀 박장순 감독(가운데)과 정순원 코치(오른쪽), 노재현 코치. ‘레슬링 
레전드’인 박 감독은 최근 1992바르셀로나올림픽 이후 22년 만에 삭발을 하며 레슬링 자유형의 부활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제공|레슬링대표팀
20일 태릉선수촌에서 파이팅을 외치는 레슬링 자유형 대표팀 박장순 감독(가운데)과 정순원 코치(오른쪽), 노재현 코치. ‘레슬링 레전드’인 박 감독은 최근 1992바르셀로나올림픽 이후 22년 만에 삭발을 하며 레슬링 자유형의 부활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제공|레슬링대표팀
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 이후 22년 만에 삭발
금맥 끊긴 자유형 재건 위해 감독부터 정신무장

한국레슬링은 2008베이징올림픽과 2010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획득에 실패하는 등 침체기를 겪었다. 그러나 2012런던올림픽 남자 그레코로만형 66kg급에서 김현우(삼성생명)가 세계 정상에 서며 부활의 실마리를 잡았다. 자유형 역시 오랜 침묵을 깨고 2014인천아시안게임에서 과거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레슬링 자유형 대표팀 박장순(46·삼성생명) 감독은 최근 사령탑으로선 이례적으로 삭발을 하며 재건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 옛 영광 되찾기 위해 다시 뛰는 자유형!


레슬링 자유형은 1976몬트리올대회에서 양정모가 대한민국 건국 이후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을 수확한 종목이다. 이후에도 유인탁(1984LA올림픽 금메달), 한명우(1988서울올림픽 금메달), 박장순(1992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 등 스타선수를 배출했다. 그러나 바르셀로나대회 이후로는 20년 넘게 자유형 올림픽 금맥이 끊겼다. 대한레슬링협회는 지난해 2월 박장순 감독에게 자유형 대표팀의 지휘봉을 맡기며, 그를 구원투수로 내세웠다.

박 감독은 진종오(kt·사격), 황경선(고양시청·태권도)과 함께 대한민국 올림픽 출전 역사상 단 3명뿐인 3회 연속 메달리스트다. 1988서울올림픽 은메달, 1992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 1996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 등을 획득한 ‘한국레슬링의 전설’이다. 지도자로서도 실력과 열정을 인정받았다. 대표팀 사령탑으로 베이징올림픽을 준비하던 2008년에는 선수에게 기술을 전수하다 코뼈가 부러진 적이 있을 정도다. 박 감독은 “자유형은 상·하체를 모두 쓰기 때문에 선수 육성에 상대적으로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아직 부족한 점들이 많지만, 앞만 보고 나가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밝혔다.

● 심기일전 다짐하며 22년 만에 삭발

박장순 감독은 지난주 머리를 3mm 길이로 짧게 잘랐다. 4월 아시아선수권 부진 등을 뚫고 심기일전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삭발하기 전 대표선수들에게는 미리 “너희들은 절대로 따라할 필요가 없다. 이것은 내가 자신을 채찍질하기 위함”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했다. 그렇게 40대 중반의 레슬링 레전드는 ‘까까머리’가 됐다. 감독의 결단에 후배 지도자들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며칠 뒤 자유형 대표팀 정순원(41), 노재현(34·구로구청) 코치도 짧게 머리를 밀고 태릉선수촌에 나타났다. 코칭스태프의 의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선수들에게 전해졌다. 훈련 과정의 긴장감과 집중력은 더 커졌다.

박 감독의 삭발은 바르셀로나올림픽 준비 과정 이후 22년 만이다. 당시 박 감독은 올림픽 D-100을 맞아 태릉에서 한솥밥을 먹던 동갑내기 친구 안한봉(삼성생명·현 그레코로만형 대표팀 감독)과 함께 머리를 밀었다. 결국 둘은 바르셀로나올림픽 자유형과 그레코로만형에서 각각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박 감독의 삭발은 당시의 기억을 되살리며 초심으로 돌아가겠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 그는 “나부터 정신무장을 새롭게 했다.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의 목표를 갖고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