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승리 감동 어게인1986

  • 스포츠동아
  • 입력 2014년 3월 26일 06시 40분


‘한국육상의 영웅’ 임춘애(113번)가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달리고 있다. 가난한 집에서 고생하는 어머니를 위해 뛰고 또 뛰어 금메달을 3개나 목에 건 그녀의 투혼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한국육상의 영웅’ 임춘애(113번)가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달리고 있다. 가난한 집에서 고생하는 어머니를 위해 뛰고 또 뛰어 금메달을 3개나 목에 건 그녀의 투혼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소치의 영광을 인천으로

임춘애 맨발의 질주…88올림픽 성공 견인차
또 하나의 감동으로…2018평창올림픽 준비

2014년 9월 19일 제17회 인천아시안게임이 개막한다. 한국은 1986년 서울대회 이후 통산 3번째로, 2002년 부산대회 이후 12년 만에 아시아게임을 개최한다.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는 ‘평화의 숨결, 아시아의 미래’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아시아 국가들의 평화와 공존, 공영 가능성을 시험하는 의미 있는 무대를 준비하고 있다. 성공적으로 끝난 1986년과 2002년의 감동을 재현하기 위해 만전을 기하고 있다.

● 1988서울올림픽의 성공 잉태한 1986서울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은 전 세계에 한국이라는 나라의 이미지를 180도 바꿔놓았다. 사실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은 전쟁이 스쳐간 깊은 상흔을 안고 있었다. 여전히 배고팠던 1960년대를 거쳐 1970년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뤘지만, 외국인의 눈에 비춰진 한국은 여전히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나라였다. 무엇보다 미국과 소련의 냉전구도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분단국가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러나 역대 최대 규모의 1988올림픽을 성대하게 치르면서 ‘한강의 기적’을 전 세계에 알렸다.

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의 단초는 2년 앞서 열린 1986년 서울아시안게임이었다. 아시안게임의 성공은 한국인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불어넣어줬다. 1조3000억원이라는 대대적 투자는 경제발전효과로 이어졌고, 한국문화와 관광자원을 세계에 널리 홍보하는 계기가 됐다.

● 임춘애를 통해 진한 감동을 전한 1986년

대한민국 선수단은 서울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무려 93개(은 55개·동 76개·종합순위 3위)나 따냈다. 이 대회를 통해 혜성처럼 나타난 ‘한국육상의 영웅’ 임춘애의 ‘맨발의 질주’는 지금까지 회자될 정도로 온 국민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실력도 빼어났지만, 임춘애의 가슴 찡한 사연들이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렸다. 깡마른 몸매에 짧은 머리의 17세 여고생은 그저 달리는 것밖에 몰랐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혼자 밤새 식당에서 일하며 여섯 식구를 건사한 어머니를 위해 딸은 뛰고 또 뛰었다. 임춘애는 여자 800m와 1500m에 이어 30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뒤 운동화를 벗고 맨발로 트랙을 돌았다. ‘우유가 먹고 싶다’, ‘라면만 먹고 운동했다’ 등 발언이 화제를 모았다. 급속도로 진행 중이었던 경제성장의 이면에 가려진 가난한 한 소녀의 모습에 많은 이들은 눈물을 흘렸다.

임춘애뿐 아니다. 남자탁구는 전 국민을 TV 브라운관 앞으로 모이게 했다. 당시 탁구는 21점이 한 세트였다. 한국팀의 포인트가 나올 때마다 전국이 몇 초 간격으로 들썩였다. 운명의 남자단체전 결승. 4-4로 맞선 가운데 치러진 9번째 단식경기 마지막 3세트에서 안재형이 중국 후이준을 상대로 7번의 동점과 2차례의 역전을 주고받는 혈전을 펼치다 21-16으로 승리했다. 안재형은 그대로 누워 엉엉 소리 내 울었고, 국민도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대회 이후 전국적으로 탁구 열풍이 불 정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 외에도 최윤희가 수영 3관왕에 오르는 등 불모지에 가까웠던 종목에서 불굴의 의지로 메달을 목에 건 여러 스포츠스타들이 많은 감동을 안겼다.

● 스포츠는 국력의 상징

국제대회는 단순히 스포츠경쟁을 위한 장이 아니다. 외교의 장이자 문화교류의 발판이다. 2014소치동계올림픽의 오점은 심판판정만이 아니라 세계 여러 국가 정상들의 대거 불참으로 국제대회로서의 기능을 충실히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이제 그 바통은 2018평창동계올림픽으로 넘어왔다. 그리고 이에 앞서 2014인천아시안게임이 열린다. 온 국민을 웃고 울게 만들 또 하나의 스토리 탄생과 더불어 아시아 중심시대를 이끌 리더로서 한국의 역할을 각인시키는 장을 기대한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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