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건영통신원의 네버엔딩스토리] 버스터 포지, 그가 뜨면 우승…공수겸비 블록버스터 안방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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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8일 07시 00분


버스터 포지. 동아닷컴DB
버스터 포지. 동아닷컴DB
■ 샌프란시스코 포수 버스터 포지

데뷔 3시즌 만에 벌써 우승반지 2개
지난해엔 NL 70년만에 포수 타격왕
‘겸손한 모범생’ 800만달러 대박 계약
류현진도 “포지는 꼭 잡고 싶다” 경계


메이저리그 경력 3년에 불과하지만 그의 손에는 월드시리즈 우승반지가 2개나 있다. 평생 한 번뿐인 신인왕을 차지하더니 지난해에는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주인공은 바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포수 겸 4번타자 버스터 포지다. 그의 활약으로 자이언츠는 1958년 뉴욕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연고지를 옮긴 뒤 처음으로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천하의 배리 본즈도 해내지 못한 일을 최근 3년새 2번이나 이뤘다.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지만 그는 늘 겸손한 태도를 잃지 않는, 인간적 매력의 소유자다. 4월 3일(한국시간) 샌프란시스코전에 선발 등판해 역사적인 빅리그 데뷔전을 치르는 LA 다저스 류현진도 “포지만큼은 꼭 잡고 싶다”고 얘기할 정도로 자이언츠에서 포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라이벌 다저스가 지난 겨울 엄청난 물량공세 속에 올스타급 선수들로 로스터를 가득 채웠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여전히 자이언츠의 우세를 예상한다.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는 현역 최고의 안방마님 포지가 건재하기 때문이다.

○다재다능한 ‘엄친아’의 탄생

3월 27일은 포지의 26번째 생일이다. 그의 본명은 제럴드 뎀시 포지 3세. 닉네임 ‘버스터’는 부친의 어릴 적 애칭으로 ‘매우 크거나 특별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4남매 중 첫째로 태어난 포지는 어린 시절부터 야구 외에도 풋볼, 축구, 농구 등 여러 운동에 탁월한 소질을 보였다. 리카운티 고교 시절에는 투수와 유격수를 번갈아 보았다. 고3 때 타율 0.462에 14홈런, 40타점으로 팀 역사상 최고 기록을 수립했고, 선발 등판한 13경기에서 12승무패, 방어율 1.06의 놀라운 성적을 남겨 조지아주 MVP로 선정됐다. 이뿐 아니다. 학업에도 충실해 학점 평균 3.94를 받아 302명 중 전체 4등으로 졸업한 ‘엄친아’다.

포지는 2005년 메이저리그 신인드래프트 50라운드로 LA 에인절스에 지명됐지만 플로리다주립대학에 진학했다. 신입생 시절 주전 유격수로 타율 0.346, 4홈런, 48타점으로 활약했다. 이쯤이면 장밋빛미래가 눈앞에 펼쳐진 셈이지만, 2학년 때 포지션을 포수로 변경하는 모험을 단행했다. 포수가 부족한 팀을 위해 희생한 것이다. 명석한 두뇌를 지닌 그는 타율 0.382, 3홈런, 65타점으로 대학야구 최고 포수에게 수여되는 ‘조니 벤치 상’ 투표에서 에드 이슬리에 이어 2위에 오르며 천재성을 발휘했다.

3학년인 2008년 포지는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의 눈을 사로잡을 만한 놀라운 업적을 남겼다. 타율 0.463, 26홈런, 93타점으로 ‘조니 벤치 상’을 차지한 것은 물론 대학야구 MVP로 뽑혔다. 그해 5월 13일 사바나주립대학과의 경기에선 만루홈런을 때리며 9개 전 포지션을 수행하는 진기록을 수립했는데, 마운드에서도 상대한 타자 2명을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대학 무대는 그에게 너무 좁았다.


○팔방미인의 초고속 성장

2008년 신인드래프트에서 최고의 포수로 인정받은 포지는 전체 5번으로 자이언츠에 지명됐다. 그의 뛰어난 재능을 인정한 자이언츠는 구단 역사상 최고액인 620만달러의 사이닝 보너스를 선사했다. 2009년 싱글A에서 시즌을 시작해 얼마 지나지 않아 트리플A로 승격될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고, 주전 포수 벤지 몰리나가 부상을 당하자 9월 3일 메이저리그로 승격됐다. 7경기에서 17타수 2안타에 홈런과 타점은 단 한 개도 기록하지 못했지만 잠시나마 경험한 빅리그는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하는 계기가 됐다.

2010년에도 트리플A에서 타율 0.349를 기록하며 꾸준한 성적을 내던 포지에게 다시 기회가 왔다. 빅리그로 승격된 5월 30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 주전 1루수로 출전해 4타수 3안타 3타점의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6월 10일 신시내티 레즈전에선 애런 하랑을 상대로 빅리그 첫 홈런을 터뜨리는 등 주전 1루수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자이언츠는 7월 1일 정상급 포수 벤지 몰리나를 텍사스 레인저스로 과감히 트레이드하고 포지에게 안방을 맡겼다. 고기가 물을 만난 것처럼 포지는 7월 2일부터 11일까지 타율 0.514, 6홈런, 13타점을 기록하며 구단의 믿음에 보답했다. 뒤늦게 메이저리그에 합류했지만, 108경기에서 타율 0.305, 18홈런, 67타점의 뛰어난 성적을 올려 제이슨 헤이워드를 따돌리고 내셔널리그 신인왕으로 선정됐다. 포스트 시즌에서도 활약은 멈추지 않았다. 특히 레인저스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에선 역시 루키 투수 매디슨 범가너와 힘을 합쳐 승리를 이끌었다. 신인 투수와 포수가 월드시리즈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1947년 뉴욕 양키스 요기 베라와 스펙 셰이 이후 처음이었다. 포스트시즌 전 이닝에 걸쳐 마스크를 쓴 포지는 4승1패로 레인저스를 제압하고 생애 첫 월드시리즈 우승반지에 입맞춤했다.

○시련에도 굴하지 않는 오뚝이

그러나 뜻하지 않은 시련이 찾아왔다. 2011년 5월 26일 플로리다 말린스전에서 포지는 홈으로 쇄도하던 스콧 커즌스와 충돌하며 쓰러졌다. 정강이뼈가 부러지고 인대가 끊어지는 중상을 입어 수술대에 올랐다. 일부 극성팬들은 커즌스에게 살해 위협을 가했지만, 포지는 “늘 성원해준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고 시즌을 접게 돼 미안한 마음뿐이다. 그러나 커즌스와 그의 가족에게 해가 되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해 큰 감동을 줬다. 간판스타 포지가 빠진 자이언츠는 86승을 따내며 분전했지만, 결국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수술 후 재활을 성공적으로 마친 포지는 2012년 개막전부터 다시 마스크를 썼다. 6월 14일 휴스턴 애스트로스전에선 선발투수 매트 케인의 퍼펙트게임에 힘을 보탰다. 이는 메이저리그 22번째 대기록이었는데, 경기 후 포지는 “야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보다 더 그라운드에서 벌벌 떨었다”며 모든 공을 케인에게 돌리기도 했다. 생애 처음 올스타에 뽑힌 포지는 후반기 들어 방망이를 매섭게 휘둘러 타율 0.336, 24홈런, 103타점으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타율 0.346으로 거침없는 질주하던 팀 동료 멜키 카브레라가 금지약물 복용 사실이 들통 나 50경기 출전정지를 당해 타격왕은 포지의 차지가 됐다. 내셔널리그는 물론 메이저리그를 통틀어 가장 높은 타율이었다. 포수가 내셔널리그 타격왕에 오른 것은 1942년 보스턴 브레이브스 어니 롬바르디 이후 처음이었다.

○부와 명예를 거머쥔 ‘겸손한 모범생’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지만 카브레라의 낙마로 인해 자이언츠를 우승 후보로 꼽는 전문가는 극히 드물었다. 신시내티와의 디비전시리즈에서 자이언츠는 홈 1·2차전을 모두 패해 팬들을 실망시켰다. 그러나 자이언츠는 포기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2연패 뒤 3연승으로 디비전시리즈를 차지하는 신기원을 열었다. 역시 그 중심에는 포지가 있었다. 5차전에서 상대 선발 매트 라토스를 상대로 결승 만루홈런을 터뜨렸는데, 포수가 플레이오프에서 터뜨린 3번째 그랜드슬램이었다.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1할대의 빈타를 보인 포지는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의 월드시리즈 4차전에서 맥스 슈어저를 상대로 2점홈런을 때려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포지를 앞세운 자이언츠는 4경기만에 타이거즈를 물리치고 타이틀 탈환에 성공했다.

시즌을 마치자 포지에게 상복이 터졌다. 내셔널리그 MVP를 비롯해 실버슬러거 포수 부문, 행크 애런 상, 재기선수상 등을 휩쓸었고, 올 시즌 자이언츠와 연봉 800만달러에 계약해 명예와 부를 모두 거머쥐었다. 2009년 1월 고교 시절 친구였던 크리스틴과 결혼해 순정파임을 만천하에 알린 포지는 지난해 이란성 쌍둥이로 아들과 딸을 동시에 얻었다. 명석한 두뇌와 탁월한 운동신경을 앞세워 메이저리그 최고의 포수로 자리매김한 포지. 늘 팀을 위해서라면 포지션 변경도 마다하지 않고, 개인기록보다는 팀의 승리를 앞세우기 때문에 폭 넓은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겸손한 빅리그의 모범생’ 포지가 마스크를 쓰는 한 자이언츠는 늘 영원한 우승 후보일 수밖에 없다.

스포츠동아 미국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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