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한국, WBC에 간절함 없었다”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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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3일 09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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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
[동아닷컴]

“배고픔, 간절함, 열정. 모두가 같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 후배 선수들의 인성교육이 중요하다. 국가를 대표한다는 의미, 선수로써의 책임감을 심어줘야한다.”

‘한국야구 레전드’ 박찬호(40)가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후기에서 우승팀 도미니카에 대한 축하와 함께 한국 야구와 후배 선수들에게 쓴소리를 남겼다.

박찬호는 지난 22일 자신의 홈페이지 ‘팀61’에 ‘WBC 해설을 마치며’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박찬호는 “이번 WBC챔피언결정전을 보며 어떤 생각들을 하셨나요”라며 운을 뗐다.

박찬호는 이번 WBC에 메인 해설로 참여, 풍부한 메이저리그 경험을 바탕으로 수준높은 해설을 선보였다는 평을 받았다. 이에 대해 박찬호는 “지난 20일까지 해설자로써 일을 마치고나니 긴장감도 풀리고 피곤함이 몰려오는 걸 느꼈다. 경험 없던 일을 나름대로 열심히 했지만 많은 부족함으로 어려움을 겪었다”라며 “송재우 님과 임경진 아나운서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할 수 없었던 경험을 하면서 큰 보람도 느꼈다. 저의 실수들과 부족함을 잘 보완해주신 두 분의 프로급 진행에 많이 배웠다. 매일같이 제게 지도와 조언을 하면서 이끌어 주시고 노력해주신 두 분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라고 첫 해설 후기를 남겼다.

방송 스텝들에 대한 감사도 잊지 않았다. 박찬호는 “3주간 함께 고생해 오신 방송 스텝 분들의 노고에도 정말 깊은 감사를 보낸다. 해설도 해설이지만 야구중계방송을 하기위해 얼마나 많은 일들이 보이지 않게 이루어져서 시청자들에게 전달되는지를 제대로 알게 됐다”라며 “우리팀의 예선탈락에 큰 상처도 있었지만 모든 분들이 시청자들을 위해 끝까지 묵묵히 쓰린 마음을 견디며 일을 마쳤다. 저와 애국심을 함께 하면서도 가족애를 느끼게 해준 고맙고 소중한 분들이었다. 감사하다”라고 인사를 전했다.

박찬호는 우승팀 도미니카에 대한 축하도 전했다. 박찬호는 “도미니카팀의 우승을 바라보며 우리 한국팀에 대한 아쉬움이 더욱 깊어지기도 하면서 참 욕심은 끝이 없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지난 1-2회 때는 저들이 한국팀과 일본팀의 선전을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도미니카는 어제 우승한 날짜를 국가 기념일로 선포했다고 한다. 대단한 하루였을 거란 생각에 그들에게 더욱 기쁜 마음으로 축하를 보내고 싶다”라는 말을 남겼다.

이어 박찬호는 “한국보다도 작은 나라, 생활수준과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아주 작은 섬나라 도미니카가 세계대회에서 우승을 했다는 건 국민 모두에게는 큰 기쁨과 축복이 되었을 것”이라면서 “도미니카 선수들의 환호하며 어우러진 우승 세레머니를 보면서 부러움과 함께 무엇이 도미니카의 야구가 강해질 수 있었나 하는 생각도 했다”라고 썼다.

박찬호는 “오래전 96년 시즌을 마치고 11월 한 달 동안 저도 도미니카에서 겨울리그에 참가했다. 한국 모든 남자들이 군대를 가는 것처럼 도미니카 모든 남자 어린이들이 야구를 한다”라며 과거를 회상했다.

박찬호는 “현재 메이저리그에만 100여명의 선수들이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 참 대단하다. 마이너리그에는 더욱 많겠죠. 그 선수들이 어떻게 성장하였고 어떤 마음으로 훈련을 하였는지가 궁금해졌다”라면서 “그들에게는 오직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일만이 생활수준을 올리고 많은 사람들에게는 자신은 물론 모든 가족들의 배고픔도 해결해줄 수 있는 목표일거라 짐작한다. 배고픔, 간절함, 열정. 모두가 같은 의미가 있는 것 같다“라고 말을 이어갔다.

박찬호


박찬호는 이어 본격적으로 이번 대회 한국팀에 대한 실망감을 토로했다.

박찬호는 “이번에 우리 한국팀은 예선탈락이라는 실망을 우리에게 안겨줬다. 과거에는 없었던 힘까지 발휘하면서 승리의 기쁨을 만들어냈는데, 이번 우리선수들은 어떤 목표와 정신을 갖고 있었는지 궁금하다”라면서 “이제 우리 선수들에게 WBC가 미국 선수들처럼 큰 의미를 갖게 하진 않는 것 같다. 미국 선수들은 꼭 승리해서 우승의 목표를 이루려는 의지가 남미나 과거 우리 선수들보다 확연히 부족하다. 국제대회보다 메이저 시즌이 더 중요한 한 해의 중대사이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사람은 자신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더욱 관심과 열정 그리고 의지력을 만든다. 스포츠, 특히 야구는 심리적인 부분이 굉장히 크게 작용한다. 바로 정신력이다”라며 “얼마나 간절함이 있냐에 따라 집중력과 에너지는 더욱 좋고 강하게 나타난다”라고 자신의 야구론을 피력했다.

또 “앞으로 시간이 가면 갈수록 우리선수들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다. 그러니 대회 성적에 대한 보너스를 많이 준다 해도 몇몇 선수들 빼고는 그걸로 남미 선수들처럼 강한 의지력을 만들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그에 대한 대책으로 “선수들의 인성교육이 더욱 중요하다”라고 역설했다.

박찬호는 “군대 면제 혜택이 가장 크게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받는 인성교육 안에 국가를 대표한다는 의미와 선수로써의 책임감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라면서 “훌륭한 기술을 가진 선수 이전에 훌륭한 인성과 지식을 갖춘 선수들을 많이 길러내야 한다”라는 아쉬움도 표했다.

박찬호는 자신의 야구 인생에 대해 “어린 시절을 부족한 지능교육에 오로지 기능훈련만 하다 보니 야구를 이해하고 사회를 이해하는데 많은 어려움과 시행착오를 겪었다”라고 설명하며 “지혜로움에 올바른 정신 곧 정의로운 사람들이 선수가 된다면 한국야구에는 물론이고 국가에 큰 힘들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또한 정정당당함과 정의로움이 깃들은 야구경기들이 우리 한국야구 속에 뿌리가 깊이 박히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라며 ‘정정당당 스포츠’를 꿈꾸는 마음도 드러냈다.

박찬호는 “마지막으로 어설프게 해설하는 저와 중계방송을 함께해준 여러분에게도 감사드린다”라며 “나름 이번 대회를 통해서 많은 고민을 해보는 찬호로부터…”라는 말로 긴 글을 마무리했다.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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