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빈 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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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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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야구 최근 3시즌 1596경기 분석
무사 1루 때 득점, 강공 때보다 낮아

《 20일까지 총 35경기를 치른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시범 경기에서 9개 팀이 시도한 희생번트는 25개(경기당 0.71개)였다. 올해도 ‘번트의 시대’를 예고하는 수치다. 지난해 경기당 희생번트는 0.77개로 1986, 1997, 2006년(각 0.8개)에 이어 4번째로 많았다. 감독들은 득점 확률을 높이기 위해 희생번트를 댄다. 그렇다면 실제로 희생번트가 끌어올릴 수 있는 득점 확률은 얼마나 될까. 》

동아일보가 2010∼2012년 3시즌 동안의 한국야구위원회(KBO) 공식 자료를 분석한 결과 무사 1루에서 희생번트를 시도했을 때 득점할 수 있는 확률은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1596경기 2만8457이닝 동안 무사 1루에서 희생번트를 댄 것은 1523번이었으며 이 중 42.4%(645번)가 득점에 성공했다. 반대로 강공을 선택한 5923번 중에서는 41.6%(2463번)가 점수를 올렸다. 희생번트가 득점 확률을 0.8%포인트 올린 것이다.

하지만 야구는 득점 확률이 높은 팀이 아니라 점수를 더 많이 낸 팀이 이기는 경기다. 희생번트가 나왔을 때는 해당 이닝에서 평균 0.763점(총 1162점)을 뽑아낸 반면 강공일 때는 0.891점(총 5278점)을 얻었다. 이닝당 0.128점인 이 차이를 한 경기(9이닝) 기준으로 바꾸면 1점이 넘는다.

무사 1루가 아닌 모든 상황을 분석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1사든 2사든 관계없이 똑같은 상황에서 번트를 댄 것과 강공을 선택한 경우를 비교 분석한 결과 강공을 선택한 2010번은 평균 0.732점을 올렸다. 반면 번트를 댄 1883번은 0.686점에 그쳤다.

그런데도 감독들은 갈수록 번트 사인을 내기 바쁘다. 무사 1루에서 희생번트가 나온 비율은 2010년 17.6%에서 지난해 22.6%로 늘었다. 같은 기간 리그 평균 득점은 4.98점에서 4.12점으로 줄었다. 모든 팀이 ‘점수 적게 내기’ 경쟁에 뛰어든 셈이다. 한 야구계 관계자는 “2010년 이후 모든 팀 감독이 바뀌었다. 감독들은 자신이 경기에서 중요한 존재라는 사실을 증명하려 한다. 그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번트만 한 게 없다”고 말했다.

올 시즌은 홀수(9개) 구단 체제. 휴식일을 앞두고 감독들이 불펜을 총동원할 가능성이 높다. 막판까지 1, 2점 승부가 계속되면 번트도 더 많이 나오는 게 당연지사. 그런데 한국보다 희생번트가 더 빈번한 일본 프로야구는 관중 감소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희생번트#한국야구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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