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수가…한국 레슬링계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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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4일 07시 00분


대한레슬링협회. 사진제공|대한레슬링협회 공식사이트
대한레슬링협회. 사진제공|대한레슬링협회 공식사이트
근대올림픽 종목 레슬링 올림픽 퇴출 충격

한국스포츠 효자종목 불구 재미·판정시비 이유로 아웃
레슬링 전설들 “비통”…9월 IOC 최종결정 실낱 희망
태권도, 전자호구·비디오판독 등 도입 영구종목 쾌거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망연자실할 뿐이다.”

12일(한국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집행위원회에서 레슬링이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 레슬링계도 큰 충격에 빠졌다. 레슬링은 고대올림픽부터 치러졌고, 1896년 아테네에서 열린 제1회 근대올림픽부터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자유형 62kg급에 출전한 양정모가 건국 이후 최초의 금메달을 안기는 등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종목이었다.

○레슬링 전설들의 한목소리 “비통”

삼성생명 박장순(45) 감독은 1988서울올림픽 은메달을 시작으로 1992바르셀로나올림픽 금메달, 1996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의 금자탑을 쌓았다. 한국레슬링 사상 올림픽 3회 연속 메달리스트는 박장순뿐이다. 심권호(41·한국토지주택공사 부장)는 한국레슬링에서 유일한 2회 연속 올림픽(1996애틀랜타·2000시드니) 챔피언이다. 박 감독은 “(9월) IOC 총회에서 최종결정이 난다고 하니, 희망을 갖고 지켜보겠다. 올림픽 무대는 선수 모두의 꿈인데…. 마음이 많이 아프다”며 답답한 심경을 전했다. 심 부장 역시 비통한 마음은 마찬가지. “레슬링이 재미없다는 것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다. 올림픽 때마다 레슬링경기장은 관중으로 가득 찬다. 판정시비도 과연 다른 종목보다 심한지 의문이다. 결국 IOC를 장악하고 있는 서유럽 국가들에서 레슬링 인기가 없어 이런 결정이 나온 것 아닌가”라며 개탄했다. 레슬링의 퇴출 이유로는 수비 위주의 플레이와 잦은 판정시비 등이 꼽히고 있다.

○태권도, 오랜 자구책 결실

반면 태권도계는 IOC가 2020년 올림픽부터 채택할 25개 핵심종목에 태권도가 포함된 것을 반기고 있다. 국기원 관계자는 “역설적이지만, 태권도는 항상 퇴출 위기에 놓였기 때문에 생명력을 유지한 것 같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태권도는 1994년 IOC 총회에서 처음으로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올림픽 정식종목 조정 논의가 나올 때마다 퇴출 후보로 거론됐다. 이 과정에서 세계태권도연맹(WTF)과 국기원 등은 꾸준히 자구책을 마련했다. 2012런던올림픽에서 전자호구와 비디오판독제를 도입해 판정시비를 없앤 것은 큰 성과였다. 태권도의 국제화 노력도 올림픽 잔류의 원동력이 됐다. 올해로 창설 40주년을 맞은 WTF는 204개 가맹회원국을 보유한 경기단체로 성장했다. 그러나 방심은 금물이다. 태권도 관계자는 “태권도가 영구종목에 포함됐다고 하지만, 가라테와 우슈 등 경쟁종목들이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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