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의 Let’s Go Baseball] 두산 ‘화수분 야구’는 프런트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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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2일 07시 00분


감독 선임보다 중요한 프런트 구성

쉼 없는 경쟁·선수 발굴 시스템 탄탄
“두산 가면 기회 많아” 유망주들 몰려

서울 라이벌 LG는 성적 나쁘면 ‘리셋’
프런트 맨파워 신생팀 수준으로 약화

‘10구단’ KT의 미래도 프런트에 달려


제10구단이 KT로 확정되면서 가장 관심을 모은 인물은 김성근 고양 원더스 감독이다. 창단 사령탑 제1후보로 회자되고 있다. KT는 “프런트 등 구단의 골격을 갖추는 것이 감독 선정보다 먼저”라는 입장이다. 현재 특별 임무를 맡은 팀에서 여러 가지를 검토 중이다. 언론에선 감독 후보에 관심이 크지만, 실제로 야구단 KT의 미래를 결정하는 사람은 단장을 포함한 새로운 프런트다.

○왜 감독보다 프런트인가?

감독 자원은 많다. 검증도 충분히 가능하다. 그동안의 성적으로 쉽게 능력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거론되는 사령탑 후보마다 장점이 있다. 김성근, 김인식, 김재박, 조범현 등은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역량을 입증했다. 프런트와의 관계 등 KT가 어디에 역점을 두는지에 따라 평가항목에 가중치를 책정하면 된다. 만일 선택이 잘못됐을 경우에도 감독은 프런트보다 쉽게 수정(교체)이 가능하다. 새 감독을 내세워 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면 된다.

그러나 프런트는 다르다. 우선 검증된 사람이 드물다. 검증방법도 많지 않다. 필요한 인재도 모자란다. 야구단을 경험했다고 모두 유능한 프런트는 아니다. 역량은 천차만별인데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프런트의 역량은 선수단 운영, 스카우트와 육성, 용병 영입과 관리 등에서 드러난다. 문제는 그것이 감독이 펼치는 야구에 투영돼 간접적으로 발현된다는 데 있다.

○프런트는 무슨 일을 하나?

선수단 운영의 목표는 팀 전력을 꾸준히 상위원에서 유지하는 것이다. 모든 팀의 꿈이지만 한정된 선수자원과 예산이 변수다. 그 능력을 발휘하는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의 차이가 바로 팀 성적이고 프런트의 능력이다. 프런트는 어떤 상황에서건 각 포지션의 주전을 대신할 후보를 준비해둬야 한다. 플랜 B, 플랜 C다. 구단별로 60∼100명 정도 되는 모든 선수의 역량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LG처럼 팀의 귀중한 자산을 다른 팀에 넘겨주고 후회한다.

공장의 기계나 부품과는 다른 선수들에 대한 평가가 구단운영의 핵심이다. 프런트는 다양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선수 로테이션의 노하우를 축적해야 한다. 군 입대와 주력선수의 노후화에 대비한 세대교체, 부상자가 생겼을 경우의 대비책, 선수의 가치가 정점에 이르렀을 때 팔아치우기, 해마다 신인보강에 따른 적정인원 구성 등이 절실하다. 한화가 지난해 2군에서 1군으로 올려 쓸만한 선수가 없었던 것은 이 같은 프런트의 능력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대놓고 리빌딩을 언급하는 팀은 프런트의 능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을 자랑하는 격이다. 전성기의 해태와 현대는 항상 리빌딩을 했다. 그것도 성적을 내면서다.

○서울 두 구단의 다른 길

1990년대 서울의 두 구단이 한창 치열한 전쟁을 벌일 때였다. 당시 OB는 새로운 것을 추구한다고 했지만 결과는 나빴다. 신인지명에서 이상한 선택을 해서 땅을 치는 경우가 많았다. LG는 풍부한 자금력으로 OB를 압도했다. 서울 연고의 아마추어 선수들도 LG를 더 좋아했다. 1994년 신인 3총사 서용빈-김재현-유지현이 스타가 되면서 LG는 앞서가는 ‘프런트 야구’를 자랑했다. 그러나 화무십일홍이라고 했다. LG의 영화는 오래가지 못했다. 구리 2군에 모아놓은 유망주들이 소리 없이 사라졌다. 훈련장에 외제차를 몰고 온 신인들은 많았지만, 잠실의 1군으로 가는 선수는 드물었다.

OB에서 이름을 바꾼 두산은 달랐다. 투자를 전보다 많이 한 것은 아니지만 성과가 나타났다. 신인들이 먼저 변화를 알아차렸다. LG보다 두산을 택했다. 두산에 가야 주전으로 뛸 기회가 많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두산은 계속 새로운 선수를 발굴했다. ‘화수분 야구’의 탄생이었다. 두산은 쉼 없는 내부경쟁으로 좀처럼 무너지지는 않는 탄탄한 시스템을 갖췄다.

○무엇이 서울 두 팀을 다르게 만들었나?

LG 추락의 원인은 프런트 맨파워의 상실 때문이다. 한때 LG를 이끌던 사람들이 물러난 뒤 팀을 이끌던 구심점이 사라졌다. 오너 일가의 야구에 대한 관심은 타 구단보다 컸지만 그것이 독이 됐다. 눈앞의 성적에 급급해 감독을 바꾸고 단장을 교체하며 발버둥칠수록 결과는 더 나빴다. 지금 LG는 신생구단 같다. 컴퓨터처럼 ‘리셋’하는 것으로 새 판을 짜지만 실수를 주기적으로 반복할 뿐이다. 이런 저런 사정으로 그나마 경험 많은 사람을 내보내다보니 노하우가 실종됐다. 사장, 단장, 운영팀장 모두가 처음부터 시작이다. 한화도 마찬가지다.

야구단 프런트는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특히 야구단의 주축인 운영부서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매니저로 시작해 1·2군을 두루 경험해야 선수단 파악에 대한 노하우가 생긴다. 최소 5년, 길면 10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여기에 스카우트, 육성까지 경험하면 금상첨화다. 문제는 많은 구단이 사람을 그렇게 키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낙하산 사장과 단장이 아무리 혼자 노력해도, 속성과외에는 한계가 있다. 프런트는 넓은 시야로 옆도 보고 미래도 생각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현장과의 알력을 지혜롭게 수습하고, 최악을 피해가는 대안을 가져야만 한다. 그래서 신생구단에는 감독보다 프런트의 선정이 더 중요하다.

전문기자 marco@donga.com 트위터 @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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