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석주 감독 “회 한접시면 소통 끝…90점 팀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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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2월 1일 07시 00분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전남 드래곤즈 코칭스태프들이 태국 방콕 전지훈련장에서 함께 모여 뜻 깊은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왼쪽부터 노상래 코치, 하석주 감독, 김도근 코치, 이민성 코치. 방콕(태국)|남장현 기자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전남 드래곤즈 코칭스태프들이 태국 방콕 전지훈련장에서 함께 모여 뜻 깊은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왼쪽부터 노상래 코치, 하석주 감독, 김도근 코치, 이민성 코치. 방콕(태국)|남장현 기자
하석주 “꼼꼼한 노·분위기맨 김·속깊은 이”
김도근 “현역때의 하석주 선배 보스 기질 짱”
노상래 “감독님 핸디 덕에 술자리 부담 극복”
이민성 “어려움 닥치더라도 사심없이 직언”


전남 드래곤즈의 하석주(45) 감독과 노상래(43) 코치, 김도근(41) 코치, 이민성(40) 코치는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 출신이다. 스포츠동아는 태국 방콕에서 제자들을 조련하고 있는 지도자 4인방과 생생한 사커토크를 가졌다.

○서로가 서로를 논하다

-코치들에게 하석주란?


하석주(이하 하) : 허심탄회하게 털어놔. 눈치 보지 말고. 그런데 감독이 코치를 선임한다는 사실은 기억해(웃음).

이민성(이하 이) : 음…. 현역으로 형 동생 생활할 때는 알지 못했는데, 의외로 꼼꼼하더라고요. 근데 저 아직 1월에 사인한 계약서 잉크도 마르지 않았어요.

김도근(이하 김) : 요즘 수평 리더십이니 뭐니 말 많잖아요. 그 전형이죠. 선수 때는 안 그러셨는데.

노상래(이하 노) : 감독님은 확실히 수가 높죠. 레벨이 다르죠. 그런데 돌발 질문은 삼가셨으면 해요. 생각할 틈도 없이 허를 찌르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요구하시니.

-선수 때 하석주 감독은 어땠나?

김 :
덜렁대는 것까진 아닌데, 보스나 형님 기질이 강했죠. 예전 대표팀이 가끔 모이면 윗분 몰래 딴 짓(?)도 했고요(웃음). 후배들이 정말 잘 따랐어요.

하 : 야, 그런 얘기를 여기서 하면 어떡해?(웃음)

노 : 감독님이 조금 건성건성 하는 것 같아도 속은 꽉 차 있었죠.

이 : 좋게 보면 머리가 비상한 거고, 반대는 아시죠? 이제야 본래 꼼꼼한 사람이다 싶은데.

-몇 점짜리 선·후배?

하 :
최소 90점 이상. 열정도 크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많지 않고. 성향도 제각각이죠. 노 선생은 꼼꼼하고, 김 선생은 분위기메이커로서 손색없고. 이 선생은 진솔하고 속 깊은 친구죠. 이친구들을 만났으니 권위와 권한만 내세울 수 있겠어요? 언제까지 함께 할지 몰라도 훗날 ‘우리 그 때 그랬지’ 행복하게 웃을 관계가 됐으면 해요.

일동 : 우리 자주 만나요. 소통도 많고. 술자리도 자주 하며 회포를 풀죠.

하 : 최적의 스트레스 해소가 바로 회 한 접시에 곁들이는 소주와 맥주 섞음이야. 메뉴가 거의 비슷해도 항상 생각나. 그래도 요즘은 많이 약해졌지.

노 : 예전에는 술자리가 좀 두려웠는데, 감독님이 핸디를 주셔서 버틸만 해요.

○함께 나이 드는 동반자

-상처받지 않을 올 시즌을 위해 뭐가 필요할까?


노 : 긴 시즌을 보내다보면 분명 10% 부족함과 위기가 도래할 때가 있겠지만 저희는 숨길 생각이 없어요. 쓴 소리도 아끼지 않아야죠.

김 : 감독처럼 외로운 자리도 없잖아요. 사실 코치들이 전부 감독 속내를 알 수 없겠지만 미처 보지 못하는 세세한 부분을 찾아내야겠죠.

이 : 혼란이 닥치면 머리회전도 안 되고, 앞이 캄캄하실 때가 있겠지만 사심 없이 정확히 조언해야죠. 감언이설로 위로하기보단 직설적으로 꼬집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나이가 들었다 싶을 때는 언제?

하 :
야, 난 50대는 안 왔으면 좋겠어. 팔팔했는데, 벌써 40대 중반이네.

노 : 최근 모 선수 나이를 물었더니 25세라고 하더라고요. 제가 프로에 입문할 때가 딱 그 나이였죠.

김 : 몸에 고장이 하나씩 나요. 얼마 전에 오른 무릎 연골 수술도 받았죠.

하 : 코치 재계약 안 할까봐 한참 숨기고 있었잖아. 이 선생이 좀 안 좋지.

이 : 왜들 그래요? 앓는 소리 안 해요. 정말 괜찮은데.

-다른 직종을 꿈꾼 적은?

하 :
다른 직업은 전혀 노(No). 은퇴 전에 영어권 무대에서 몇 년 더 선수생활 했으면 어떨까 아쉬움은 있지. 사실은 은퇴 동시에 지도자로 곧장 뛰어들었으니 생각할 여유도 없지.

노 : 전 은퇴하고 프로골퍼 좀 생각했는데. 잘 안 풀렸죠.

일동 : 포기는 정말 잘한 듯.

노 : 아니, 기본기를 좀 더 다졌으면 가능할 뻔 했다고요.

김 : 다른 분야는 생각한 적도 없죠. 친정 후배를 지도할 기회가 쉽게 오는 건 아니죠.

이 : 지도자는 한 번 해보고 싶었죠. 많이 편해보여서. 요즘은 좀 고민을 하고 있어요. 이게 내게 맞는 길일까 하고. 문득 구단 단장도 좋다 싶어요.

하 : 선수 출신 행정가면 좋겠는데, 선수단에 대한 월권행위도 우려되지 않아?

이 : 전 성적만으로 평가되는 게 아니라 축구 인사관리에 대한 명쾌한 답을 찾고 싶었어요.

-선수 출신 에이전트라면?

하 :
전혀 생각 안 했다면 거짓말이고. 다만 자신 없어서 못했지. 상처받기 싫고. 돈에 얽혀 사람 잃고 싸움 하고. 내 성격에 안 맞아. 그냥 에이전시 고문이라면 모를까.

이 : 딱 월급만 받고 사는?(웃음)

노 : 모두 생각만 하다 일찍 접은 거죠.

김 : 이미지가 있잖아요. 돈에 울고 웃고 싶진 않아요.

방콕(태국)|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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