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우찬 올라왔다, 주자들 꿈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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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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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승계주자 실점률 분석


“정현욱 선배, 지못미.”

지난해 6월 8일 정현욱(당시 삼성)은 4년 5개월여 만에 선발투수로 경기에 나섰다. 5회 투아웃까지 SK 타선을 무실점으로 막은 정현욱의 구위가 갑자기 흔들렸다. 선발승까지 아웃카운트 한 개만을 남긴 상황에서 정현욱은 연속 안타와 볼넷을 허용하며 만루 위기를 맞았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정현욱 대신 이우선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준비가 덜 된 이우선의 초구는 폭투가 됐고, 이어진 포수의 2루 악송구까지 겹치며 삼성은 SK에 두 점을 헌납했다. 뒤이어 SK 이호준은 이우선을 상대로 쐐기 투런포까지 터뜨렸다. 1-5로 패한 뒤 류중일 감독은 “투수 교체 타이밍을 잘못 잡았다”고 말했다.

앞선 투수가 남겨둔 주자인 ‘승계주자(Inherited Runner)’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는 경기의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이 승계 주자의 득점을 최소화하기 위해 감독들은 투수 교체 때마다 고심을 거듭한다. 그렇다면 지난 시즌 투수 교체를 가장 잘한 감독은 누구일까.

동아일보가 한국야구위원회(KBO)의 2012시즌 자료를 토대로 계산한 결과 류중일 감독이 교체 타이밍을 가장 잘 맞췄다. 삼성 투수들은 지난 시즌 승계 주자 177명 중 42명(23.7%)에게만 홈을 허용했다. 반면 두산 투수들은 지난해 승계주자 239명 중 93명(38.9%)이 득점할 수 있도록 해줬다. 8개 구단의 승계주자 실점률 평균은 30.9%였다.

흥미롭게도 투수 출신이 감독인 팀들의 승계주자 실점률은 35.3%로 야수 출신이 사령탑인 팀들의 28.3%보다 높았다. 야수 출신 감독들이 투수 교체를 더 잘했다는 의미다.

승계주자가 있는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가장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보인 투수는 차우찬(삼성)이었다. 차우찬은 지난 시즌 승계주자 10명을 넘겨받아 단 한 명의 주자에게도 득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반면 박정배(SK)는 넘겨받은 승계주자 20명 중 12명(60%)에게 홈을 밟도록 해줬다. 승계주자의 득점은 구원투수가 아닌 승계주자를 내보낸 투수의 자책점으로 계산된다. 하지만 숨어 있는 기록을 잘 찾아보면 ‘승계주자 실점률’은 감독들의 투수 교체를 평가할 때 중요한 잣대로 활용할 수 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차우찬#K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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