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OUT]인생도 설계해주는 스페인 유소년축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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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종구 스포츠레저부 차장
양종구 스포츠레저부 차장
“축구하는 게 즐거워요.”

올 9월 스페인의 명문 비야 레알 유소년팀에 입단한 안준혁(13)은 “훈련이 너무 재밌다”고 말했다. 한 번에 1시간 30분가량 주 3회 훈련하고 주말에 리그 경기를 하는, 한국의 기준으로 보면 아주 가벼운 훈련이지만 ‘할 건 다 하고 훈련도 재밌다’는 것이다.

역시 비야 레알 유소년팀의 양재우(11)를 현지에서 지원하고 있는 아버지 양진규 씨(41)는 “지도자들이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공을 차게 만든다. 전혀 강요하지 않고 생각하게 만든다”고 전했다. 그는 “재우는 화, 목, 금요일 훈련하고 주말에 리그를 하는데 훈련할 땐 엄청나게 집중도가 높다”고 말했다. 주 3회를 하지만 한 번 훈련할 때 ‘쓸 수 있는 에너지를 모두 발산해 훈련하라’고 지도자들이 강조한다고. 그래서 한국 선수들은 처음엔 적응을 하지 못한다. 선수들이 싸움닭처럼 거칠게 달라붙어 제대로 공을 잡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공을 다루는 템포도 한국보다 빠르다. 6세 때부터 반 박자 빠른 볼 터치와 패스를 강조한다. 빠른 템포 축구를 어릴 때부터 습득하고 있다.

양 씨는 “구단에서 ‘축구가 전부가 아니니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늘 강조한다”고 설명했다. 구단에서 연령별로 수십 명씩을 키우지만 프로 1군까지 살아남을 확률이 적기 때문에 프로 선수가 안 됐을 경우를 생각해야 한다는 얘기다. 바르셀로나에서도 2∼4년에 1명꼴로 1군 선수가 탄생할 정도로 스페인에선 1군 프로선수 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스페인 축구 유학과 연수를 주로 담당하는 여행사 ‘데포르티보 안토니오’의 안계정 사장(56)은 “스페인 축구가 한국 선수들에게 잘 맞는 이유는 스페인 선수들이 유럽 선수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체구가 작아서다. 또 힘보다는 기술 축구를 구사하기 때문에 발재간이 좋은 한국 선수들에게는 성공하기에 좋은 조건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구단은 공부를 시키며 언어와 문화 습득도 강조해 꼭 프로선수가 안 되더라도 축구 전문가로 이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만든다”고 덧붙였다.

축구선수를 키우는 국내 부모라면 스페인이 부러울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스페인으로 갈 수는 없는 법. 그렇다면 스페인을 배우면 된다. ‘축구기계’만을 양산하던 한국에서도 공부하는 축구를 표방한 주말리그가 정착되는 큰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성적에만 급급한 지도자, 자기 자식만 잘되면 된다는 학부모들의 욕심, 이를 제대로 잡아주지 못하는 행정 등이 건전한 유소년 축구문화를 막고 있다.

스페인 유소년 시스템의 핵심은 엘리트 선수를 키우면서 아이들의 성공적인 인생 설계까지 도와주는 것이다. 우리가 배워야 할 게 바로 이것이다.―발렌시아에서

양종구 스포츠레저부 차장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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