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심장 채병용을 키운 8할은 공동묘지

  • Array
  • 입력 2012년 10월 24일 07시 00분


채병용. 스포츠동아DB
채병용. 스포츠동아DB
큰 경기에 더 강하다…SK 영웅 ‘채병용 성장스토리’

어릴적 공동묘지가 놀이터…담력 쑥쑥!
학창시절 눈칫밥에 단련된 무덤덤한 성격
KS 7차전 끝내기포 맞은 쓰라린 경험도
과감한 몸쪽 승부…삼성전 복수혈전 선봉


22일 롯데와의 플레이오프(PO) 5차전을 앞둔 SK 덕아웃. SK 모 코치는 자신의 심장에 오른손을 갖다 대며 이렇게 말했다. “(채)병용(30·SK·사진)이는 이게 달라요. 기회만 오면 잘 던질 겁니다.” 야구전문가들은 “한국시리즈(KS) 7차전을 경험해본 투수는 큰 경기 등판 때의 무게감부터 다르다”고 말한다. 채병용이 딱 그랬다. 그는 PO 5차전에서 0-3으로 뒤진 2회초 2사 1·3루 위기서 마운드에 올라 4이닝 5탈삼진 무실점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특히 큰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몸쪽 승부가 돋보였다. 2003·2007·2008·2009년 KS(10경기)에서 3승2패3세이브, 방어율 2.95를 기록한 채병용의 시선은 이제 ‘사자군단’을 겨누고 있다. 큰 경기에서 더 강해지는 그의 심장은 과연 어떻게 단련된 것일까.

○꼬마 병용…월하의 공동묘지를 놀이터 삼아 키운 담력

채병용의 고향은 전북 군산에서도 한참 더 들어가야 하는 시골마을이다. 그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도 걸어서 30분을 가야 했다. 마음껏 놀 공간도 별로 없었다”고 회상했다. 놀이터를 찾던 ‘꼬마’ 병용의 눈에 들어온 곳은 바로 공동묘지. “잔디가 깔려 있으니까 친구들과 뛰어놀기가 좋잖아요.” 비석 뒤에 몸을 감추며 숨바꼭질을 했다. 어릴 때부터 큰 체구였지만, 잘도 뛰어다녔다. 그러다 어둠이 깔리고 피로가 엄습하면, 그대로 무덤 곁에서 잠이 들었다. 동네 어른들은 월하의 공동묘지를 누비며 꼬마 병용을 찾으러 다니기 일쑤였다. 그 때부터 “쟤는 어린 애가 겁도 없다”는 말을 들었다. 채병용은 “아마 꼬마 때 경험이 담력을 키운 게 아닐까 싶다”며 웃었다.

○소년 병용…학창시절 눈칫밥 속에서 단련된 무덤덤함

채병용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학창시절을 보냈다. 야구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았지만, 회비를 못 낼 만큼 집안형편이 좋지 않았다. 학부모들이 야구부의 식사를 준비할 때면, 틈틈이 푸념소리가 들려왔다. “쟤는 회비도 안내는 애가 밥은 정말 많이 먹어.” 성장기, 남다른 덩치를 불려가던 그는 먹성도 대단했다. 다른 학부모들이 무심코 내뱉은 말이 사춘기 소년의 가슴에 생채기를 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꼬마 때와 마찬가지로 ‘소년 병용’은 무덤덤하기만 했다. 도리어 보란 듯이 밥통째로, 더 많은 밥을 먹기도 했다. “그런 거 신경 안 썼어요. 어차피 난 나의 할 일만 하면 된다. 야구만 열심히 하자. 이런 마음가짐뿐이었습니다.”

○청년 병용…KS의 최후는 언제나 그가 지켰다!

채병용은 만 21세이던 2003년 KS에서 당시 최강전력을 구가하던 현대를 상대로 방어율 1.23(14.2이닝 2자책점)을 기록했다. 당황한 현대가 채병용의 구종별 껌 씹는 버릇까지 파악하려고 했던 일화가 전해진다. “그 땐 정말 멋모르고 던졌죠. 아마 어린 나이에 큰 경기를 잘 치러본 경험이 지금까지도 좋은 영향을 주는 것 같아요.” 그는 2007년 KS 최종전(6차전)에서 승리투수가 됐고, 2008년 KS 최종전(5차전)에선 우승 순간 마운드에 있었다. 2009년 KS에서도 7차전 최후의 투수는 그였다. SK는 24일 대구에서 막을 올리는 삼성과의 KS에서도 채병용에게 기대를 건다. “페넌트레이스에서 한번도 삼성을 상대한 적이 없어서 설레고 기대돼요. 어차피 제가 몸쪽 공을 잘 던지는 것은 상대도 알지 않겠어요? 맞아도 시원하게 맞고, 제 스타일대로 한판 붙을 겁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