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고작 4개월치 월급…조광래 전 감독 두번 죽인 축구협

  • 스포츠동아
  • 입력 2012년 8월 23일 07시 00분


대한축구협회의 헛발질 시리즈는 끝이 없다. 또 다시 전임 국가대표팀 코칭스태프에 대한 잔여 연봉 미지급 사태의 연장이다. 대한상사중재원은 22일 축구협회에 국가대표팀에서 조광래 전 감독을 도운 가마 코치(브라질)에게 잔여 연봉을 지급할 것을 통보했다. 그간 축구협회는 올해 7월까지 1차 계약이 돼 있던 가마 코치의 잔여 연봉을 미지급한 채 국제 분쟁을 했고, 결국 이번 중재 결정이 났다. “가마 코치가 해고 무효를 주장하며 ‘2014년 7월까지 연봉을 지급해 달라’고 주장했다”는 게 축구협회의 설명이었다.

당연히 국내 지도자들에 대한 대접이 좋을 리 없었다. 작년 말 축구협회가 기술위원회를 배제한 채 독단적으로 경질한 조 전 감독과 한 배를 탔던 박태하 수석코치(서울), 서정원 코치(수원), 김현태 골키퍼 코치(전 인천)에게는 올해 K리그에서 직장을 구했단 이유로 잔여 연봉을 줄 수 없다고 고집했다. 따가운 눈총이 계속되자 뒤늦게 일부(4개월치)를 지급했다. 국내 코치들이 이러한 축구협회의 비상식적 요구에 합의한 건 더 이상 돈 문제로 얽히기 싫어서였다.

그러나 축구협회는 조 전 감독에게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다. 축구계는 대립각을 세워온 조 전 감독에게 일명 ‘괘씸죄’를 적용했다고 보고 있다. 런던올림픽 한일전에서 나온 박종우(부산)의 ‘독도 세리머니’를 놓고 일본축구협회에 굴욕적인 사과 이메일 사태를 주도한 축구협회 김주성 사무총장이 또 총대를 맸다. 김 총장은 올림픽 직전 조 전 감독에게 “다른 코치들처럼 4개월치 봉급만 받으시라”고 요구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이를 축구협회는 ‘협의 중’이라고 했다. 주변에선 “(가마 코치처럼) 소송하라”고 권유하지만 자존심이 센 조 전 감독은 가슴만 친다. “(축구협회가) 조 전 감독을 한 번도 아닌, 두 번씩 죽이려 한다”는 게 축구 인들의 생각이다. 노선이 다르면 편을 가르고 방향이 같지 않으면 언제든 쉽게 버림받는 곳. 한국 축구 행정을 총괄해온 축구협회의 현주소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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