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진혁-기보배 열애…“내년엔 결혼하겠다” 金金커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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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4일 07시 00분


오진혁(왼쪽)-기보배. 스포츠동아DB
오진혁(왼쪽)-기보배. 스포츠동아DB
전영희 기자의 여기는 런던

오진혁 남자양궁 개인전 사상 첫 금


3년째 활 쏘며 데이트…양가 부모님도 허락
첫 만남서 결혼약속까지 풀스토리


오진혁(31·현대제철)이 한국남자양궁의 역사를 새로 썼다. 오진혁은 3일(한국시간) 런던 로즈크리켓경기장에서 열린 2012런던올림픽 양궁 남자 개인전 결승에서 일본의 후루카와 다카하루와 격돌해 세트 포인트 7-1(29-26, 29-28, 29-29, 28-25)으로 이겨 한국남자궁사로는 첫 올림픽 챔피언에 등극했다.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8번째 금메달. 한국은 그동안 남자양궁에서도 줄곧 세계정상을 지켜왔지만, 올림픽 개인전 금메달과는 인연이 멀었다. 종전 남자양궁의 개인전 최고 성적은 은메달. 오진혁에게는 또 다른 의미가 서린 금메달이기도 했다. 여자친구이자 양궁대표팀 동료인 기보배(24·광주광역시청)가 지켜보는 가운데 금메달을 땄기 때문이다. 오진혁과 기보배는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로 나란히 선발되면서 친분을 쌓았고, 그해 오진혁의 생일을 계기로 연인으로 발전해 내년 결혼을 앞두고 있다. 전날 여자 개인전에서 우승해 대회 2관왕에 오른 기보배(오른쪽)와 오진혁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금메달 신궁 커플’로 탄생했다.

케이크가 맺어준 사랑…서로에게 ‘큐피드 화살’을 쏘다

오진혁 ♥ 기보배 ‘골드 커플’
만남서 결혼 약속까지 풀스토리


신궁(神弓)들은 서로의 가슴에 큐피드의 화살을 날렸다. 결과는 ‘X-10’이었다. 2012런던올림픽을 빛낸 ‘신궁 커플’이 탄생했다. 런던올림픽 여자 개인·단체 2관왕 기보배(24·광주광역시청)와 남자 개인 금메달·단체 동메달리스트 오진혁(31·현대제철)이 열애 중이다. 2년 가까이 교제한 이들은 결혼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양궁계에선 “박경모(37·공주시청 감독)-박성현(29·전북도청 감독) 이후 최고의 신궁 커플”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금메달보다 짜릿한 기보배-오진혁의 러브스토리를 공개한다.

2010년 8월 15일
태릉서 홀로 생일 맞은 오진혁 위해
외박 나갔던 기보배 케이크 사와 선물
한국양궁의 보배, 한 남자의 보배로

연애후 성적 떨어졌단 얘기 듣지말자!
함께 훈련하며 슬럼프땐 헌신적 도움도
태극마크 달고 런던서 금메달 동반 수확

양가 부모님도 교제 허락 공인 커플
늦어도 내년중엔 웨딩마치 계획
박경모·박성현 이어 2호 신궁부부 예고


○인사만 하던 선후배, 친한 오빠·동생 되기까지

두 선수가 양궁경기장에서 처음 만난 지는 벌써 10년이 넘었다. 둘의 나이 차이는 일곱 살. 기보배가 안양서중에 다니던 시절, 오진혁은 국군체육부대 소속이었다. 현재도 기보배는 여자대표팀의 막내, 오진혁은 남녀대표팀을 통틀어 최고참이다. 기보배는 안양서중 3학년 때 소년체전 3관왕을 차지하며 양궁계의 시선을 끌었다. 당시만 해도 오진혁은 기보배에 대해 ‘그냥 활 잘 쏘는 꼬마가 있나보다’고 생각했다. ‘인사만 나누던 선후배’였던 둘의 사이가 급속도로 가까워진 것은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로 나란히 선발되면서부터다. 오진혁-기보배는 양궁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며 친한 ‘오빠-동생’이 됐다.

○생일케이크가 맺어준 인연

그러던 중 ‘꼬마’가 ‘여자’로 느껴지게 된 결정적 계기가 있었다. 2010년 8월 15일이었다. 광복절인 이날은 우리 나이로 서른 살이 된 오진혁의 생일이었다. 2010년 8월 15일은 마침 일요일. 다른 선수들은 고된 훈련을 마치고 외박을 나갔지만, 오진혁은 홀로 태릉선수촌을 지키고 있었다. 기보배는 그런 오빠가 안쓰럽기만 했다. 결국 태릉으로 돌아오기 직전, 경기도 안산의 집 앞에서 생일케이크를 하나 샀다.

오진혁은 평소 케이크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날 저녁 룸메이트 임동현(26·청주시청)과 함께 케이크 하나를 다 먹어치웠다. 그렇게 맛있는 케이크는 난생 처음이었다. 오진혁은 2년이 지난 지금도, 블루베리가 박힌 케이크의 모양을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결국 그 케이크 하나가 사나이의 마음을 움직였다. 생일케이크를 받아 든 순간, 오진혁의 마음속에는 ‘찌릿’ 전기가 통했다. 가장 외로운 순간 손을 내밀어준 것이 고마웠고, 그 케이크를 안산에서부터 사왔다는 게 더 감동적이었다. 이렇게 ‘한국양궁의 보배’는 ‘한 남자의 보배’가 됐다.

○기보배, 오진혁의 지극정성으로 슬럼프 탈출

본격적으로 사귀기 시작한 것은 광저우아시안게임 직후였다. 둘은 단체전에서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물이 종이에 스며들 듯,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마음을 열었다. 보통 ‘선수 커플’은 운동 얘기를 잘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들은 달랐다. “쟤네 연애하더니, 성적이 안 좋네”라는 얘기가 죽기보다 싫었기 때문이다.

둘이 교제를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인 2011년 3월. 호주 멜버른에서 2011토리노세계선수권 국가대표 1차 평가전이 열렸다. 오진혁은 1차 평가전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했지만, 기보배는 6위로 처졌다. 세계선수권에 출전할 대표는 남녀 각 3명. 기보배는 자칫 토리노에 동행할 수 없을 지도 모르는 위기에 처했다. 이 때부터 오진혁의 헌신적 도움이 이어졌다. 기보배와 함께 야간은 물론, 주말에도 활시위를 당겼다. 오진혁은 “원래 야간운동은 잘 안하는데, 나도 (기)보배 덕에 운동을 열심히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남자친구의 극진한 노력 속에 기보배도 광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의 저력을 되찾았다. 결국 둘은 토리노세계선수권에 동반 출전해 오진혁이 남자 단체전 금메달, 기보배가 여자 단체전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국군체육부대 오진혁과 안양서중 기보배가 양궁경기장에서 처음 만난 지 벌써 10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 이들은 서로를 격려하고 채찍질하며 함께 미래를 꿈꾸는 ‘신궁 커플’이 됐다. 비 오는 훈련장에서 우산을 쓰고 나란히 걷는 오진혁(왼쪽)과 기보배. 스포츠동아DB
국군체육부대 오진혁과 안양서중 기보배가 양궁경기장에서 처음 만난 지 벌써 10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이제 이들은 서로를 격려하고 채찍질하며 함께 미래를 꿈꾸는 ‘신궁 커플’이 됐다. 비 오는 훈련장에서 우산을 쓰고 나란히 걷는 오진혁(왼쪽)과 기보배. 스포츠동아DB

○오진혁, 기보배의 눈물이 자극제

런던올림픽 국가대표 평가전을 앞두고는 반대로 오진혁의 컨디션이 최악이었다. 항상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오진혁도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시 남자대표팀은 진천선수촌에서, 여자대표팀은 태릉선수촌에서 훈련하고 있었다. 둘은 화상통화로 그리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오빠, 요즘 운동 잘돼?” “아니…. 요새 잘 안돼서 걱정이야.” 갑자기 기보배의 뽀얀 두 뺨 위로 맑은 구슬이 흘러내렸다. 이어 훌쩍거리는 소리까지 들렸다. 자신을 위해 야간운동과 주말운동까지 마다하지 않았던 남자친구에 대한 절절한 마음이었다. 여자친구의 눈물을 본 오진혁은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래, 반드시 런던으로 함께 간다’고 다짐했다.

2012년 3월 경남 남해에서 런던올림픽 국가대표 1차 평가전이 시작됐다. 굳게 마음을 먹은 오진혁은 1차 평가전에서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승리를 이어갔다. 그것이 극적 반전의 계기였다. 오진혁은 “양궁선수는 단 몇 발에 훅 가기도 하고 확 살아나기도 하는데, 그 때가 후자의 경우였다”고 회상했다. 기보배가 주저 없이 과감하게 활을 당기는 반면, 오진혁은 활을 쏘는 타이밍이 다소 늦는 편이다. 오진혁은 “어떻게 해야 너처럼 빠르게 활을 쏠 수 있느냐?”고 물었고, 기보배는 “빠르게 쏘는 것이 아니라, 강하게 쏘는 느낌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로의 도움 속에 결국 신궁 커플은 런던행 티켓을 움켜쥐었다.

○양궁계의 공인커플, 내년쯤에는 결혼생각도

둘은 열애 기간 중 2011세계선수권과 2012런던올림픽 대표평가전의 바늘구멍을 통과했다. 굳이 사랑을 감출 필요가 없었다. 박경모-박성현 커플이 서로의 룸메이트도 열애 사실을 모를 정도로 교제에 대해 ‘쉬쉬’했던 것과 달리, 오진혁-기보배는 이미 양궁계에서도 공인된 커플이다. 이들의 교제사실은 대한양궁협회 정의선(42·현대자동차 부회장) 회장을 비롯해 협회 고위층도 파악하고 있다.

오진혁-기보배 커플은 조만간 사랑의 결실도 맺을 예정이다. 아직 정식으로 양가 상견례를 한 것은 아니지만, 서로의 부모님께 인사를 올렸고 종종 왕래도 하고 있다. 오진혁은 “아직 정식으로 청혼한 것은 아니지만, 결혼 얘기는 서로 한 적 있었다. 빨리 준비해도 올해 안으로는 쉽지 않을 것 같지만, 늦어도 내년 중에는 결혼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둘이 백년가약을 맺는다면, 또 한번 신궁 부부가 탄생한다. 양궁계에선 축하의 화살세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오진혁?

▲생년월일=1981년 8월 15일
▲키·몸무게=182cm·97kg
▲출신교=연무중앙초∼연무중∼충남체고∼한일장신대
▲소속팀=현대제철
▲수상경력=2010광저우아시안게임 단체전 금, 2011세계양궁선수권 단체전 금·개인전 은, 2011프레올림픽 단체전 동, 2012런던올림픽 단체전 동


기보배?

▲생년월일=1988년 2월 20일
▲키·몸무게=168cm·56kg
▲출신교=안양서초∼안양서중∼성문고∼광주여대
▲소속팀=광주광역시청
▲수상경력=2010광저우AG 단체전 금, 2011세계양궁선수권 단체전 동, 2011프레올림픽 개인전 동·단체전 금, 2012월드컵 2차대회 단체전 금, 런던올림픽 단체전 금·개인전 금


런던|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트위터@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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