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양승호 감독은 성격이 ‘쿨’하기로 정평 나 있다. 감독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만 겉으로 표출하는 법이 거의 없다. 최근에는 부상을 입은 홍성흔의 전력이탈로 4번타자를 놓고 고심 중인 양 감독은 오히려 유쾌하게 고충을 털어놓았다.
양 감독은 15일 “지난 두산과 3연전에 (황)재균이에게 4번타자를 맡겼더니 안타는 안 치고, 제 발만 때렸다”며 “시즌 개막 후 4명(홍성흔 전준우 강민호 황재균)을 4번타자에 번갈아 기용했는데 이러다가 선수들을 돌아가면서 4번타자를 시키게 생겼다”고 말했다.
롯데는 4번타자로 좋은 역할을 펼쳐온 홍성흔이 부상과 부진을 겪을 때면 간혹 다른 선수에게 그 역할을 맡겼다. 그러나 감독의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선수는 나오지 않고 있다. 그나마 성격이 좋은 강민호가 심적 부담을 제일 잘 극복해내고 있지만, 가벼운 부상을 입어 두산과의 3연전에 모두 결장했다. 양 감독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강민호가 덕아웃 앞을 지나갔다. 양 감독은 강민호를 향해 “부상으로 3일 쉬었으니까 오늘은 안타 많이 쳐야 된다. 도루 같은 건 안 해도 돼”라고 독려했다. 점점 블랙홀이 되고 있는 롯데의 4번타자 자리. 겉은 웃고 있지만 양 감독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