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달 전 코치 “이대호, 리드미컬한 스윙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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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11일 07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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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달 전 LG 타격코치. 동아닷컴DB
김용달 전 LG 타격코치. 동아닷컴DB
“일본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한국에서 했던 것처럼 리드미컬한 스윙이 필요합니다.”

김용달 IPSN 해설위원(前 LG 트윈스 타격코치)이 이대호(30·오릭스 버팔로스)가 리듬 있는 스윙을 되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이대호가 일본 프로야구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위원은 “물론 일본 투수들이 한국 투수들 보다 빠른 공 스피드와 정교한 제구력을 갖춘 것은 사실이지만, 이대호가 본연의 리드미컬한 인앤아웃 스윙을 하다보면 자연스레 공은 외야를 향할 것이고 팬들이 원하는 홈런도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지금과 같이 유격수 쪽 땅볼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이대호가 일본 투수들의 변화구에 지나친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고 전하며 “이대호가 한국에서처럼 우중간 쪽에 초점을 맞추고 편한 스윙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대호는 9일까지 개막 후 9경기에 나서 홈런 없이 34타수 9안타 타율 0.265와 볼넷 3개에 3타점 2득점을 기록 중이다.

이날 동아닷컴을 만난 김 위원은 이대호의 스윙 외에도 많은 선수의 타격자세와 스윙에 대해 날카로운 분석을 내놓았다.

김 위원은 LG 트윈스 김무관 타격코치와 함께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타격코치 중 한 명. 지난 1989년 LG의 타격코치로 부임한 후 1999년 현대 유니콘스의 타격코치로 자리를 옮기는 등 2009년까지 20년 동안 수많은 정상급 타자를 길러 냈다.

그의 손을 거쳐 간 대표적인 선수로는 LG 시절 ‘신인 트리오’ 유지현, 김재현, 서용빈과 ‘적토마’ 이병규 등이 있으며, 현대 시절에는 신인 최초 30-30에 빛나는 박재홍과 ‘헤라클레스’ 심정수 등 그의 가르침을 받았다.

김 위원은 현재 일선에서 물러나 야구해설을 맡고 있으며, 자신의 전공 분야를 살려 국내 최초로 타격 전문서를 출간하기도 했다. ‘용달매직의 타격비법’이란 제목의 책에는 김 위원이 20년 동안 프로야구 타격코치로 얻은 타격에 대한 모든 노하우가 담겨져 있다.

‘타격 이론의 달인’이라 불러도 좋을 김 위원에게 그만의 타격 이야기를 들어봤다.

김용달 전 LG 타격코치. 동아닷컴DB
김용달 전 LG 타격코치. 동아닷컴DB
<다음은 김용달 전 코치와의 일문일답>

-어떻게 지내고 있는가.
: 지난겨울에는 애리조나 캠프에서 선수들의 타격 지도를 도왔다. 해설자로서 선수들에 대한 장단점 파악도 같이 이뤄졌다. 현재는 IPSN의 프로야구 해설을 맡고 있다. 해설자로서 시청자들이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해설을 하도록 노력하고 있다.

-20년간 타격 코치를 했다. 코치로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 선수들이 목표한 타이틀을 차지할 때 보람을 느낀다. 예컨대 2009년에 박용택이 타격왕을 차지했을 때 매우 기뻤다. 또 기량이 처지던 선수들이 나의 도움을 받고 정상급 선수가 됐을 때 코치로서 자긍심을 갖게 된다.

-코치 시절 자신의 타격 이론과 가장 부합된 타자는 누구였나.
: 특별히 내 이론이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 타격 지도는 타자들 각각의 개성과 특징을 잘 살려주는 것이다. 확실한 내 이론을 갖게 된 후 코치를 하면 선수에게 내 방식을 강요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타격 지도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몸담았던 팀에서 소위 타격천재라고 할만한 타자는 누구인가.
: LG의 이병규다. 30대 후반인 지금도 대단한 타격을 하고 있지만 데뷔했을 당시의 공을 맞히는 능력은 가히 천부적이었다. 1999년에 잠실야구장을 홈구장으로 사용하면서 30-30클럽(30홈런-30도루)을 달성할 당시에는 한국 최고의 타자라고 해도 손색없었다. 2009년에 0.372의 타율로 타격왕에 오른 박용택 역시 대단했다. 지금도 몸에 힘을 뺀다면 언제든지 2009년과 같은 고타율을 기록할 수 있는 선수다. 타고난 빠른 스윙에 펀치력을 겸비했다.

-이병규가 1999년 당시 홈런을 포기했다면 200안타와 더 높은 타율을 기록할 수 있었을 것 같나.
: 아니다. 당시 이병규는 크게 무리해서 홈런을 치는 타자가 아니었다. 물 흐르듯 좋은 밸런스에서 쳤는데 워낙 치고 나가는 힘이 좋아 홈런이 나오는 경우였다. 만약 의식적으로 힘을 빼고 안타에 치중하려 했다면 오히려 밸런스가 흐트러졌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국 프로야구에서 가장 완벽한 타격을 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선수는?
: 삼성 라이온즈의 최형우와 한화 이글스의 김태균이다. 최형우는 가장 체중 이동을 잘하는 선수다. 결국 타구의 힘은 체중 이동의 리드미컬함에서 나온다고 생각하는데, 최형우가 이 부문에서는 최고다. 김태균은 타고난 재능이 대단하다. 공을 맞히고 힘을 싣는 재주는 국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약간 소극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홈런타자는 헛스윙을 두려워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데 김태균은 너무 헛스윙을 하지 않으려 한다. 타고난 파워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다.

-김무관 타격 코치가 LG에 부임하며 이대형의 타격 폼이 화제다. 이에 대한 생각은?
: 이대형은 홈런 타자 스윙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KIA 타이거즈의 이용규와 같이 좌익수 쪽으로 밀어쳐 좋은 타구를 만들어내야 한다. 하지만 내가 가르치던 시절의 이대형은 치기도 전에 달릴 생각부터 하고 있었다. 그러니 배트에 공이 제대로 맞을 턱이 있나. 타석에서는 타격에만 집중한다면 이대형은 충분히 3할을 칠 수 있다.

-현재 국내 타자 중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면 어떤 선수가 가장 유력하다고 생각하는가.
: 두산 베어스의 김현수라고 생각한다. 다만 지금처럼 홈런을 때리기 위해 무리하게 당겨치는 스윙을 하는 김현수가 아닌, 2008년 타격왕과 최다 안타왕을 휩쓸던 당시의 모습이라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 당시의 김현수는 투수가 던지는 모든 공을 배트 중심에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 시즌이 개막됐다. 2012 프로야구에서는 어느 팀이 상위권에 오를 것 같나.
: 내가 타격 코치이긴 하지만 결국 페넌트레이스는 마운드가 강한 팀이 이기게 되어있다. 현재 8개 구단 중 마운드는 삼성이 제일 강력하다. 대부분 전문가가 삼성을 1위로 꼽는 이유가 다른 데 있는 것이 아니다. 나머지 4강 진출 팀은 SK, KIA, 두산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선우-니퍼트의 원투 펀치만 건재하다면 두산이 강력한 모습을 보일 것이다. 롯데는 에이스와 4번 타자 이대호의 공백을 메우기 힘들 것으로 보이고, 한화는 전력 보강에는 성공했지만, 여전히 허점이 보인다. 하지만 이 두 팀 역시 4강권에서 멀리 있는 것은 아니다. 넥센과 LG는 4강 진출을 노리기엔 무리가 있어 보인다.

-2012 프로야구 타격왕과 홈런왕을 예측한다면?
: 타격왕은 두산의 김현수가 가장 유력해 보인다. 김현수가 무리하게 홈런을 노리지 않는다면 타율 0.350 이상을 때려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현재 김현수만큼 배트 중심에 공을 잘 맞혀내는 타자는 없다. 홈런왕은 최형우의 2연패가 가장 유력한 가운데 김태균이 경쟁자가 될 것으로 본다. 앞서 말했듯 최형우는 완벽한 체중 이동을 하고 있고, 김태균은 타고난 재능이 뛰어나다. 다크호스가 있다면 넥센의 박병호다. 넥센 이적 후 박흥식 타격 코치가 부담을 덜어준 것으로 보인다. 부담만 없다면 박병호의 타격 파워는 국내 제일이다.

-올해 이 선수를 지켜봐 달라고 할 만한 타자가 있다면 누가 있을까.
: 넥센의 오재일이다. 애리조나 캠프 때 보니 타격 능력이 많이 향상됐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시즌에 사고 한 번 칠 것 같다.
(실제로 오재일은 개막 2연전에서 두산을 상대로 홈런 1개 포함 9타수 5안타 4타점을 몰아치며 김 전 코치의 기대에 부응했다.)

-야구팬 사이에 아직까지도 아직도 회자되고 있는 2003년 당시의 ‘이승엽 vs 심정수’, 두 선수의 타격 능력에 대해 설명해달라.
: 그 시즌만 놓고 본다면 타격 능력은 심정수가 우위에 있다 말하고 싶다. 다만 이승엽은 공을 띄우는 기술이 국내 선수 중에는 역대 최고였다. 그래서 홈런 개수에서 심정수를 누를 수 있었다.

. -책 얘기로 넘어가서 타격 전문서는 국내 최초인데 책을 쓰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 20년 동안 타격 코치로 활동하면서 차근차근 준비를 해왔다. 프로 선수들이라고 해서 타격에 대해 자세히 알고 훈련하는 게 아니다. 그러한 선수들이 타격에 대한 이론을 머릿속에 입력한 채 선수 생활을 한다면 더욱 좋은 타격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 출간하게 됐다. 또한, 유소년 선수들과 지도자들이 타격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갖고 어린 시절부터 훈련과 지도를 한다면 더욱 뛰어난 타자들이 많이 나올 수 있겠다는 기대감 역시 갖고 있다.

-책은 어떤 식으로 구성돼 있는지.
: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타격의 ABC’를 담았다고 하고 싶다. 타격의 기본부터 실전 대비까지 총망라했다. 또한, 관련 전문가의 조언을 통해 기존 타격 이론서에서 놓친 멘탈 쪽 부분까지 다뤘다. 이 책 한 권이면 어느 정도 타격에 대한 지식을 갖춘 채 야구를 할 수 있게끔 구성했다고 자부한다.

동아닷컴 조성운 기자 madduxl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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