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 “지금은 연습…안타도 아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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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2일 07시 00분


롯데에서 오릭스 4번으로 순조로운 적응. 오릭스 이대호가 21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연습경기에서 4회초 2루타를 때려내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롯데에서 오릭스 4번으로 순조로운 적응. 오릭스 이대호가 21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열린 삼성과 연습경기에서 4회초 2루타를 때려내고 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日투수 공 열심히 익혀야 할 탐색기
시즌때 홈런 안타 등 실컷 치고 싶어
야구 전념…성적으로 팀에 보답할 것


“홈런? 당분간 기대하지 말아 주세요.”

오릭스 이대호(30)가 고개를 흔들었다. 21일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연습경기에서 스프링캠프 첫 장타를 신고한 후였다.

이대호는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2회 첫 타석 좌익선상 2루타, 4회 두 번째 타석 우중간 2루타를 뿜어냈다. 비록 연습경기지만 두 타석 연속, 그것도 각기 다른 방향으로 장타를 터뜨렸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당연히 ‘첫 홈런’에 대한 기대감도 부풀었다. 일본 취재진에게서 ‘오늘 장타가 좌·우로 두 개 나왔는데 홈런은 언제쯤 볼 수 있겠느냐’는 질문이 나온 이유다. 하지만 이대호는 “홈런은 기대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한국 최고의 홈런 타자에게 나온 이색 선언에 취재진이 고개를 갸웃하는 찰나, 그의 그럴 듯한 답변이 이어졌다. “홈런은 기왕이면 시즌 때 치고 싶다. 지금 뻥뻥 치면 너무 아까울 것 같다”는 것이다. 또 “사실 지금 치고 있는 안타들도 아깝다. 이게 다 시즌 때 나왔으면 좋겠다. 지금은 투수들의 공이나 열심히 보고 눈에 익히고 싶다”며 웃어 보였다.

말 그대로 연습 경기는 ‘연습’을 위한 것일 뿐. 이대호는 “일본팀과의 경기에서 일곱 타석에 서봤지만, 그쪽 투수들도 에이스급이 아니었기 때문에 제대로 알기는 힘들다”면서 “다른 팀도 나도 컨디션 조절을 위해 나서는 경기 아닌가. 안타를 치든 볼넷을 얻든, 배팅볼만 치던 내가 140km대 공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대호는 22일 비행기를 타고 고지로 이동한다. 퍼시픽리그 상대팀인 세이부와 두 차례 연습경기가 예정돼 있다. 오릭스는 이대호를 위해 비행기 비즈니스석을 제공한다. 이대호는 “구단에서 야구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많은 부분을 도와주고 있다. 내게 투자한 게 아깝지 않게 나도 성적으로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이 생긴다”면서 “부상당하지 않는 것, 그리고 일본 투수들의 공에 내 눈과 내 몸이 빠르게 반응하게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겠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하지만 지난해 홈런·타점왕을 모두 빼앗겼던 삼성 최형우 얘기가 나오자 금세 눈빛이 장난기로 반짝였다. ‘최형우가 이대호 앞에서 뭔가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는 말에 “안 그래도 무식하게(?) 파울홈런을 치더라”면서 웃은 뒤 “연습경기에서만 잘 하지 말고 시즌 때도 계속 잘 했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건넸다.

오키나와(일본)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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