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용병들의 수다… 세르보크로아티아語가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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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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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외국인 선수 10명이 모두 모이면 서로 영어를 쓴다. 하지만 영어가 모국어인 선수는 현대캐피탈 수니아스와 삼성화재 가빈뿐이다. 두 명 모두 캐나다에서 왔다.

10명이 모두 모일 때를 빼고 평상시 외국인 선수들이 가장 많이 쓰는 언어는 세르보크로아티아어다. KEPCO 안젤코, 흥국생명 미아, 현대건설 브란키차, 도로공사 이바나 등 4명이 이 언어를 쓴다.

안젤코와 미아는 크로아티아, 브란키차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이바나는 세르비아에서 왔다. 이 국가들은 1991년 유고슬라비아에서 분리 독립했다. 독립 전에는 모두 유고슬라비아의 공용어였던 세르보크로아티아어를 썼기에 이들은 이 언어로 대화한다.

같은 언어를 쓰다 보니 당연히 더 친해진다. 세르보크로아티아어를 쓰는 4명 중에서는 한국 생활을 가장 오래한 안젤코가 구심점이다. 그는 최근 브란키차를 따로 만나 저녁식사를 하며 한국생활에 대해 알려줬다. 한국에 온 지 한 달도 채 안된 이바나에게도 전화를 걸어 격려하기도 했다. 미아와는 크로아티아에서 남녀 국가대표팀에서 활동하며 서로 알고 지냈던 10년 지기다. 이들은 세르보크로아티아어로 이야기하며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달래곤 한다. 가장 최근 한국에 온 이바나는 “한국에는 같은 말을 쓰는 사람이 없을 줄 알았는데 3명이나 있어 정말 반가웠다”고 전했다.

GS칼텍스 로시(체코)와 대한항공 마틴(슬로바키아)도 친근한 언어를 매개로 친해졌다. 로시는 체코어로, 마틴은 슬로바키아어로 대화하는데도 서로 알아듣는다.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체코슬로바키아라는 한 나라였을 땐 두 언어가 모두 공용어였기 때문이다.

워낙 다양한 나라에서 선수들이 오다 보니 구단은 때로 통역을 구하는 데 애를 먹는다. 대한항공은 영어를 불편해하는 마틴을 위해 영어 통역 대신 슬로바키아어 통역을 찾았지만 적임자를 구할 수 없었다. 슬로바키아어를 하는 한국인이 거의 없는 데다 국내에 몇 안 되는 슬로바키아인은 한국말이 서툴렀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궁여지책으로 마틴에게 이탈리아어 통역을 붙였다. 마틴은 한국에 오기 전 이탈리아에서 뛰어 영어보단 이탈리아어가 편했기 때문이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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