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종규 KBO 심판위원장의 이것이 야구다] Q. 주자, 2루 안밟고 3루까지 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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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27일 07시 00분


A. 심판한테 ‘누의 공과’ 어필해야 아웃

⑭ 누의 공과

올해 5월 3일 사직 삼성-롯데전에서는 안타가 안타로 기록되지 않는 보기 드문 장면이 같은 팀에서 한 회에 두 번이나 나왔다.

Q. 2회초 선두타자로 나서 볼넷으로 출루한 용병 라이언 가코는 다음 타자 채태인의 직선타구가 2루수 쪽으로 날아가자 그대로 잡혀 아웃이 될 것으로 판단해 급히 1루로 귀루했다. 하지만 공은 롯데 2루수 조성환의 글러브를 살짝 스치고 우익수 앞으로 굴러갔고 슬라이딩까지 했던 가코는 뒤늦게 2루로 다시 스타트를 끊었지만 여유있게(?) 아웃되고 말았다. 선행주자를 진루시키지 못하면 안타로 기록되지 않는다는 규칙에 따라 채태인의 타구는 결국 우익수 앞 땅볼로 기록됐다.

자신의 안타가 선행 주자의 판단 미스로 날아갔다고 생각해 억울한 마음에 집중력이 떨어졌던 것일까. 계속된 공격에서 후속 타자 신명철은 채태인을 1루에 두고 방망이를 힘껏 휘둘렀고, 타구는 중앙 펜스를 향해 크게 날아갔다. 2루를 밟고 3루로 내달리던 채태인은 뒤늦게 상대 중견수 전준우가 볼을 잡을 것이란 생각이 들자 방향을 바꿔 귀루하기 시작했다. 2루를 다시 밟고 1루로 돌아오던 찰나, 신명철의 타구가 전준우의 글러브에 맞고 떨어지며 상황이 꼬이기 시작했다. 이 쯤에야 사태 파악이 된 채태인은 1루로 귀루하다 말고 재차 반대방향으로 내달렸고, 마음이 급한 나머지 이번엔 2루를 밟지 않은 채 3루로 내달려 버렸다. 그러자 우익수 손아섭의 송구를 받은 2루수 조성환은 공을 잡고 2루를 밟은 뒤 3루까지 직접 뛰어가 채태인을 태그했고, 윤상원 3루심이 김귀한 2루심의 사인을 받아 결국 ‘누의 공과’로 아웃을 선언했다. 조성환이 2루를 밟았음에도 김귀한 2루심이 공과에 대한 아웃을 선언하지 않은 것은 무슨 이유에서일까.
A. 조성환은 2루를 밟고서 2루심에게 1루 주자의 2루 베이스 공과에 대한 어필을 해야 하는데 마음이 급한 나머지 2루심에게 어필 의사를 나타내지 않고 베이스만 밟고 나서 3루까지 직접 뛰어가서 2루를 공과한 채태인을 태그한 후에 어필을 한 것이다.

야구 규칙은 “어필은 심판원이 어필로 인식할 수 있도록 확실하게 말 또는 행동으로 표현하여야 한다. 선수가 공을 손에 쥐고 베이스에 맥없이 서 있는 것만으로는 어필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필이 벌어지고 있을 때는 볼 데드가 아닌 것이다.

위 상황과 관련된 규칙은 다음과 같다.

-주자는 진루할 때 1루, 2루, 3루, 홈플레이트를 순서대로 닿아야 한다. 역주해야 할 때는 볼데드가 되지 않는 한 모든 베이스를 역순으로 닿아야 한다. 볼 데드가 되었다면 원래 있던 베이스로 직접 되돌아가도 된다.

- 인플레이 중에 일어난 행위, 예를 들면 악송구, 홈런 또는 펜스 밖으로 나간 페어 히트 등으로 안전 진루권을 얻었을 때도 주자가 진루 또는 역주할 때는 각 베이스에 정규로 닿아야 한다.

여기서 ‘역주해야 할 때’라는 것은 ① 플라이 볼이 떠 있는 동안 다음 베이스로 진루했던 주자가 포구된 것을 보고 리터치하려는 경우 ② 베이스를 밟지 않은 주자가 그 베이스를 다시 밟을 경우 ③ 자기보다 앞선 주자를 추월할 우려가 있을 경우를 말한다.

즉, 채태인의 경우 ‘볼 인플레이 때 주자가 진루 또는 역주하면서 순서대로 각 베이스에 닿지 못하고 몸 또는 밟지 않은 베이스를 태그당하였을 경우 어필이 있으면 아웃된다’는 규정에 따른 것이다.

조종규 한국야구위원회(KBO) 심판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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