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비단 산에 삼십일인의 수(繡)를 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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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4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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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비아 필드테스터 금수산 정기산행


컬럼비아 필드테스터 2011년 마지막 정기산행이 12월 3일(토) 월악산국립공원 금수산에서 실시되었다.

금수산(錦繡山)이란 이름은 참 재미있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글로 표현하는 최고의 수식어가 금수강산(錦繡江山)이다. 강과 산의 어울림이 비단에 수를 놓은 듯하다는 사자성어 표현인데, 금수산은 금수강산에서 강(江)이 빠진 것이다. 그러나 강(江)이 빠져서는 안 되는 산이다. 금수산은 바위와 숲이 조화를 잘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강과 더 잘 어울려 있는 산이다.

충북 제천시와 단양군을 나누는 금수산 산줄기는 월악산국립공원 지역에 속해 있으나 월악산과 전혀 연결된 산이 아니다. 제천과 단양 그리고 인접한 영월 지역은 산세가 복잡하기로 이름나있다. 굽이굽이 돌아가는 물줄기는 동으로 흐르다 서쪽으로 가고, 남으로 가던 물줄기는 갑자기 북쪽으로 방향을 바꾼다. 제천의 제(堤)는 ‘물줄기를 막는 둑’을 의미한다. 그러니 예로부터 이 지역은 물줄기가 잘 발달하여, 복잡하게 얽힌 산과 하천이 만든 영월동강, 단양8경, 제천10경 등 천하 명승지를 가지고 있다.

금수산줄기는 치악산으로 연결된다. 치악산 남대봉에서 흐르는 산줄기는 싸리치를 지나 감악봉(883.6m) - 석기봉(902.9m)을 넘어 못재를 건너, 용두산(870.1m)에서 제천시내로 들어간다. 시내 동북쪽의 '배재' 를 지나 서문리에서 가창산(818.6m)으로 붙는다. 가창산은 강원도 영월군과 충청북도 제천시, 단양군의 경계에 솟은 산이다. 산줄기는 다시 중치에서 호명산 - 마당재산 - 까치성산(844m) - 동산(895.5m)을 지나 마침내 금수산에서 마감된다. 한편 영춘지맥은 가창산에서 삼태산 경유 태화산으로 간다.

‘물은 산을 가르지 않는다.’고 하지만 이곳 금수산은 남한강에 의해 월악산과 분명하게 갈려있다. 월악산국립공원을 설정할 당시, 금수산의 아름다움을 빼놓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금수산국립공원을 따로 지정하기에는 그 규모가 너무 작기 때문에 월악산국립공원에 포함시켰을 뿐이지 산줄기 상으로는 월악산과 관련이 없다는 얘기다.


금수산(1,016m)은 봄철의 철쭉과 가을 단풍이 일품이다. 정상에 서면 동쪽으로는 소백산, 남쪽에 월악산, 북으로는 치악산까지 조망되고 충주댐 건설로 만들어진 남한강 충주호가 시원스레 펼쳐진다. 충주호가 생긴 후 금수산은 더욱 강과 잘 어울린 산이 되었다. 그래서 금수산 정상에 서면 금수강산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다.

컬럼비아 필드테스터 일행은 1차 집결지 사당역, 2차집결지 잠실역을 경유하여 3차 집결지인 문막휴게소에 도착하여 모두 31명이 되었다. 전날 일기예보에 비소식이 있었고 금수산으로 향하는 도중에도 비가 계속 내렸지만, 모두 산행경력이 많은 베테랑들이라 날씨에 그다지 신경을 쓰지 않는 모습이다. 다만 비가 많이 올 경우에는 구담봉, 옥순봉을 오르기로 했다.

버스 안에서 겨울산행 시 주의해야 할 몇 가지 사항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첫째는 반드시 휴대해야 할 필수 등산장비로서 방풍의, 방한복, 방한모, 넥게이터, 방한장갑, 등산용 스틱, 아이젠, 보온병, 고글 등이 있다. 겨울철 적설기에는 배낭이나 의류가 젖는 것에 대비해야 한다. 방수 처리된 등산화를 신고 신발에 눈이 들어가지 않게 스노우게이터(스패츠)로 감싼다.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예비 양말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둘째는 저체온증(하이포서미아)에 대비해야 한다. 겨울산행 사고는 그 원인이 저체온증인 경우가 많다. 산에서 수직 고도를 100m 올릴 때마다 기온은 섭씨 0.65도씩 떨어진다. 그리고 바람이 초속 1m 증가할 때마다 약 2도의 기온저하가 우리 몸에 작용한다. 바람 없는 산 아래 마을이 영하 5도일 때 등산을 시작해서 1,000미터 높은 능선에서 초속 5m 바람에 노출된다면, 고도 차에 의한 기온저하 6.5도와 바람에 의한 기온저하 10도를 합한 16.5도의 추가적인 기온저하가 우리 몸에 작용하는 것이다. 즉, 산 아래가 영하 5도라 하더라도 바람 부는 능선에서는 우리 신체가 영하 21.5도 노출되는 것이다.

이 점을 충분히 이해하고 겨울산행에 임하고 준비해야 한다.

금수산 등산로는 국립공원지역 산불예방 입산통제기간으로 인해 개방된 등산코스는 한 군데뿐 이었다. 제천시 수산면 상천리 백운동을 들머리로 금수산을 횡단하여 단양군 적성면 상리 상학동으로 하산하는 코스다. 백운동 마을에 도착하니 비는 진눈개비로 변했다.

컬럼비아 필드테스터들의 산행목적은 각종 등산장비를 실전에서 테스트해보는 것이다. 짓 굳은 날씨는 산행하기에는 불편하지만 장비를 테스트하기엔 안성맞춤이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풀고 거침없이 산행을 시작한다. 고도를 높일수록 진눈개비는 점차 눈으로 바뀌고 적설량도 늘어간다. 신설을 맞는 겨울산행은 특별한 재미가 있다. 더구나 올 겨울 첫 ‘눈산행’ 이다. 눈은 습설이었다.


그치지 않고 내리는 눈은 어느새 20센티미터를 넘더니 정상부 가까이 오르니 30센티미터를 훌쩍 넘는다. 그야말로 ‘점입가설(漸入佳雪)’, 소나무엔 소담한 눈꽃이 피었고 잎 떨어진 나목엔 동일한 방향으로 눈이 달라붙었다. 오른쪽을 보면 하얀 나무기둥이고 왼쪽으로 보면 모두 검은 기둥이다.

비단에 수를 놓았다는 금수산이 오늘은 하얀 비단을 펼쳤다. 서른한 명의 우리 일행은 그 비단폭 속에서 하산할 때까지 다른 산행 팀을 전혀 만날 수 없었다. 선두 그룹은 교대로 러셀을 하며 길을 뚫었다. 우리는 서른한 가닥의 수실이 되어 온 몸으로 하얀 비단에 마음껏 수를 놓았다.

겨울산행, 특히 횡단산행의 경우 정상에 도착하기 전에 낙오자가 생기면 리더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팀을 두 파트로 나눌 것인가? 아니면 정상을 포기하고 전원 하산할 것인가?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 경우 판단 기준은, 두 파트로 나눌 때 “각 파트 별로 확실한 리더가 있고 제2의 낙오자 발생 시 대책이 있는가?” 이다.

등산이란 ‘어려움’ 또는 ‘위험’이 전제된 활동이다. 예상된 어려움이나 위험에 직면할 때마다 포기한다면 언제 정상에 서겠는가? 그래서 등산의 계획과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하는 것이다. 자신의 체력이나 얄팍한 경험에 의한 산행은 언젠가는 큰 조난으로 이어진다.

자연은 "자연 그대로일 때" 인간에게 감동과 영감을 주는 것이다.

금수산 정상에 서니 시야는 하얀 눈과 잿빛 하늘이다. 오늘은 우리 자신이 비단 수실이 되었으니 수를 놓은 것으로 만족함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마운틴 월드 이규태 사진 이훈태 master@mountainworld.net
영상 = 임승화 객원 VJ


▲동영상=은빛 비단 산에 삼십일인의 수(繡)를 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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