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등반 자체보다 새롭고 창의적 등반 활동 시대… 산, 정복 대상이 아닌 삶의 동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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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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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도어 업체, 전문 산악인 팀 운영해 효율적 장비 개발 나서고
클린 마운틴-깃대종 보호 운동 등 에코이즘 실현에 ‘구슬땀’

《이탈리아 산악인으로 히말라야 8000m 이상 14개 봉우리를 최초로 올랐고 최고봉인 에베레스트를 단독 무산소 등정한 최초의 인물인 라인홀트 메스너(67)는 “길은 내 뒤에 있다”는 명언을 남겼다. 아무도 지나지 않은 곳에 길을 만들려 했던 그처럼 순수한 열정을 앞세워 산에 도전하는 정신이 알피니즘이다.》
북한산 인수봉의 알피니스트. 김광득 씨 제공
북한산 인수봉의 알피니스트. 김광득 씨 제공
수렵 등의 목적으로 산에 오르는 일은 인류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알피니즘은 이를 뛰어넘어 높은 산, 새로운 산, 험난한 산에 도전하고 그 과정에서 산의 불확실성과 맞서 깨달음을 얻음으로써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등반 스타일을 말한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등산하는 사람들을 알피니스트라고 한다. 18세기 후반 알프스 몽블랑에서 태동한 알피니즘은 19세기 중반 이후 세계로 퍼져 나갔고 국내에서는 1920년경부터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알피니즘과 함께 현대 등반의 거스를 수 없는 조류가 바로 에코이즘이다. 이는 자연을 지배와 정복의 대상이 아닌 인간의 삶과 조화를 이뤄야 하는 존재로 여긴다. 등반뿐 아니라 거의 모든 분야에서 세계적인 조류이기도 하다.

알피니즘은 새롭고 창의적인 등반 활동에 중점을 둔다. 등정 자체보다는 어떤 루트를 이용했는가,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올랐는지가 중요하다. 거창하지 않지만 효율적인 장비가 필수다. 아웃도어 업체 LG패션 라푸마는 이러한 제품 개발을 위해 전문 산악인 7명으로 구성된 별도의 팀을 운영하고 있다. 히말라야 니레카봉을 세계 최초로 오른 여성 산악인 이상은 씨를 비롯해 평균 10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산악인들이 포함돼 있다. 네파는 자체 개발한 엑스벤트라는 신소재에 인공지능을 탑재해 외부 기온에 따라 내부 온도를 알아서 조절하는 제품을 출시했다. 정통 알피니즘 구현을 내세워 이를 등산복 등의 디자인에 반영하는 것도 최근 아웃도어 업체의 중요한 트렌드다.


에코이즘을 실현하는 방식은 더 다양하고 구체적이다. 국내에서 3번째로 히말라야 8000m 14좌 완등에 성공한 한왕용 씨가 2003년부터 원정대를 꾸려 히말라야 고봉을 청소하면서 시작된 ‘클린 마운틴’ 운동이 대표적이다. 그는 목숨을 건 완등 도전에 매달리는 대신 쓰레기와 버려진 장비 등을 수거하기 위해 자주 산을 찾는다. 양식 있는 아마추어 산악인들 사이에서도 크게 번지고 있는 운동이다.

에코이즘을 구현하기 위한 아웃도어 업체들의 움직임도 적극적이다. 라푸마는 국립공원관리공단과 협약을 맺어 2007년부터 국립공원 복원 사업을 후원하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해부터는 국립공원 깃대종 보호 캠페인도 함께 벌이고 있다. 깃대종이란 특정 지역의 생태, 지리, 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야생 동식물로 보호해야 할 종을 뜻한다. 지역의 생태 환경을 대표하는 깃발 역할을 하지만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잊혀져 가는 동식물의 소중함을 알리려는 운동이다. 이를 위해 라푸마는 자연을 형상화한 바탕 컬러에 지리산 반달가슴곰, 북한산 오색딱따구리, 설악산 산양 등을 일러스트로 그려 넣은 티셔츠를 판매하고 있다. 수익금 일부는 ‘국립공원 깃대종 보호사업’ 기금으로 사용된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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