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웃도어]탐험가 남영호 “탐험가의 길은 의미찾아 떠나는 순례자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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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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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을, 떠남을 말하다

고비 사막을 횡단하고 있는 탐험가 남영호. 고비 사막에서도 사구가 밀집된 홍고린엘스 지역에서 모래 언덕들을 바라보고 있다. 이 곳의 사구는 높이가 300∼500m에 이른다. 그는 이 사구들을 걸어서 넘었다. 남영호 씨 제공
고비 사막을 횡단하고 있는 탐험가 남영호. 고비 사막에서도 사구가 밀집된 홍고린엘스 지역에서 모래 언덕들을 바라보고 있다. 이 곳의 사구는 높이가 300∼500m에 이른다. 그는 이 사구들을 걸어서 넘었다. 남영호 씨 제공
그는 사막을 건너왔다. 7월 24일부터 9월 12일까지 1100km를 걸어 고비 사막을 횡단했다. 고비 사막 동쪽 끝인 몽골의 샤인샨드에서부터 서쪽의 알타이까지 걸었다. 이글거리는 태양이 사막을 달궜다. 낮에는 기온이 섭씨 53도까지 올랐다. 일교차는 평균 20도. 서쪽으로 갈수록 추워지더니 밤에는 영하 6도까지 내려갔다. 53cm의 폭설도 뚫고 지났다. 한 달 반 사이에 폭염과 폭설을 모두 경험했다.

2009년에는 혼자서 18일 동안 450km를 걸어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넜다. 거기서 만난 건 절대 고독 또는 절대 고립이라 부를 수 있는 체험이었다. “사방을 둘러봐도 똑같은 풍경이에요. 아무것도 없는데 무섭더군요. 사방이 펑 트였는데 갇혀 있는 느낌이었어요. 무척 조용한데 들리는 건 바람 소리와 모래 쓸리는 소리, 그리고 내 숨소리뿐이었어요. 밤에는 귀신들이 우는 듯 했어요.”

그의 극한 체험은 강에서도 이어졌다. 2010년에는 카약을 타고 인도 갠지스 강 2510km를 탐험했다. “수로 탐험을 전문으로 다루는 ‘워터웨이뉴스’가 무동력으로 갠지스 강 물줄기를 탐험한 것은 세계 최초라고 인정해 주었습니다.”

자전거 대륙횡단 기록도 갖고 있다. 2006년 중국 톈진에서 포르투갈까지 1800km를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유라시아대륙을 가로지른 230일간의 대장정이었다.

그는 탐험가 남영호(34)다. 자신의 탐험을 순례라고 표현한다. “스님이 득도했기 때문에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깨달음을 얻으려고 수행하는 것처럼, 저도 이 길의 의미를 알기 위해 계속 가고 있습니다. 탐험가의 길은 자신의 여행이 지닌 의미를 찾아 떠나는 순례자의 길과도 같습니다.”

수많은 여행 중 그는 각종 고비를 넘겼다. 셀 수 없는 비경을 보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으로 그는 갠지스 강을 꼽았다. “아름답기보다는 더럽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그냥 시궁창 수준이었어요. 강에 발을 담갔다가 피부병이 생겨 피고름이 흘렀어요.”

갠지스 강이 인상적이었던 것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풍경 때문이었다. 잘 알려진 대로 바라나시 등의 유명 힌두교 성지 근처에는 셀 수 없는 시체들이 강 위에 떠다녔다. 강에 수장하는 풍습 때문이다. 썩다 말고 떠오른 시체에 카약이 몇 번이고 부딪쳤다. 이 시체를 개들이 뜯어먹다 서로 싸우고 그 옆에서 아이들은 목욕을 하고 있었다. 물이 더러워 마시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강 위에서의 목마름. 역설적 상황이었다. 물이 더러운 탓인지 혹이 달린 거위와 기형적인 뿔이 달린 소 등 이상한 동물이 많았고 다리가 굽은 주민들도 많이 보았다. 그는 ‘슬픈 풍경’이라고 묘사했다. 폭우가 내릴 때면 너울대는 파도에 배가 뒤집힐 뻔하기도 여러 번이었다.

그러나 가장 위험한 것은 자연이 아닌 사람이었다. 갠지스 강을 탐험할 때는 두 번이나 총칼을 든 강도에게 죽을 뻔하고 돈을 뺏겼다. 고비 사막에서도 술 취한 현지 주민에게 흠씬 얻어맞았고 낯선 곳으로 팔려갈 뻔했다. “자연은 대처만 잘 하면 해를 끼치지 않아요. 오히려 사람이 위험하고 해를 끼쳐요. 그리운 것도 사람이고 위험한 것도 사람이에요.”

그 길의 과정에서 늘 만나는 것은 자기 자신이었다. 아무리 여러 명이 길을 떠나도 걷는 것은 결국 자신이기 때문이다. 걸으면서 자신을 본다. “여행은 치유를 받는 기간과도 같아요. 휴대전화도 끊고 사회관계를 벗어나 자연스럽게 혼자가 되지요. 혼자 있으면 계속 생각하게 되요. 그러다 보면 고민스러웠던 것들의 답이 보일 때도 있고 별것 아니게도 느끼게 돼요.”

그 길의 끝은 다시 사람들 속으로 이어진다. 그는 다시 사회로 돌아와야 한다. 그러나 여행에서 돌아올 때는 다른 마음가짐을 지니게 된다. 혼자 떠난 먼 길에서 끝없이 반추했던 자연과 삶에 대한 사유의 힘이 그를 강하게 한다.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한 그는 여행에서 만난 다양한 모습과 문화를, 그리고 사색의 결과를 책으로 펴낼 계획을 갖고 있다. 앞으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10개의 사막을 건너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깊은 사막을 탐험할 계획이다. 아마존 강도 찾아갈 생각이다. 사진으로 얻은 수입으로 여행을 떠나고 있다.

“언제까지 계속할지는 모르겠어요. 그러나 길에서 계속 새로운 것을 만나고 있어요. 버스에서 만나는 사람과 길에서 만나는 사람은 확실히 달라요. 길과 여행이 사람과 삶을 깊숙이 들여다보게 해요.” 그에게 있어 탐험이란 단순한 자연의 관찰이 아니라 자신의 삶에 대한 깊은 모색이기도 했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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