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 뭐라고…코끼리와 100m 경주하면 볼트가 진다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1년 8월 27일 07시 00분


고대올림픽에 보내 보고, 동물과 100m 뛰게 하고…거꾸로 보는 볼트 기록들

코끼리 9.02초…볼트 9.58초 보다 빨라
고대올림픽선 192m 스타디온 경주 열려
볼트 트랙 신발 도움 없어도 영웅 됐을 것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는 현존하는 가장 빠른 사나이다. 사실상 ‘동시대’의 ‘인류’ 가운데는 적수가 없다. 만약 시공간을 초월해 그의 달리기 실력을 평가할 수 있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볼트를 아프리카의 초원으로 보내거나, 약 2800년 전 고대올림픽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한다면 말이다.

○볼트, 코끼리랑 뛰면 이길까?

동물의 세계에서 인간은 단거리보다 중장거리에 강하다. 볼트가 아무리 잘 달린다고 한들 최고시속 110km/h의 치타를 이길 수 없다. 치타는 볼트가 30m쯤 갔을 무렵인 약3초02만에 100m를 주파한다. 그러나 체온이 금세 올라 빨리 지치기 때문에 먼 거리는 뛸 수 없다. 치타 뿐만이 아니다. 볼트(9초58)는 육중한 몸을 자랑하는 코끼리(9초02)나 코뿔소(8초00)에게도 100m에서 뒤진다.

○볼트가 코끼리에게 이길 수 있는 꼼수는?

단, ‘꼼수’는 있다. 남자 4×100m릴레이 세계기록은 2008베이징올림픽에서 자메이카가 세운 37초10이다. 선수 1명 당 100m를 9초275에 뛴 셈이다. 볼트의 세계기록(9초58)보다 더 빠르다. 심지어 자메이카가 세계기록을 세울 당시 마지막 주자였던 아사파 파월은 100m를 8초70만에 뛰었다. 만약 볼트가 가속페달을 충분히 밟은 뒤, 100m를 뛴다면 코끼리(9초02)도 이길 수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볼트가 타임머신 타고 고대올림픽에 간다면?

현대 육상에서 최단거리는 100m다. 하지만 기원전 776년 그리스에서 열린 제1회 고대올림픽에서는 약 192m(1스타디온)였다. 스타디온 경주라고 불린 이 종목은 오늘날의 200m와 비슷하다. 그러나 곡선(120m)·직선(80m)구간으로 나뉘는 현대의 200m와는 달리, 스타디온 경주는 오로지 직선으로만 달렸다. 남자200m 세계기록(19초19) 보유자 볼트는 고대올림픽에서도 영웅이 됐을 것이다.

○고대 올림픽에서 볼트의 기록은?

그러나 기록에 대해서는 장담할 수 없다. 우선 100m에서 0.03초의 기록단축 효과가 있는 스타트 블록을 쓸 수 없고, 첨단소재의 트랙·신발의 도움도 받을 수 없다. 1960로마올림픽남자100m에서 사상 최초로 10초00을 찍었던 아르민 하리(독일)는 2009년 “볼트가 나와 동시대에 뛰었다면 9초대 진입이 어려웠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

대한육상경기연맹 장재근 이사는 또다른 문제도 제기했다. “현재200m에서는 곡선주로에서 원심력을 제어하다 직선주로로 접어들면서 급격히 가속이 붙는다. 따라서 직선으로만 200m를 뛰는 것이 기록 면에서 불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면 체육과학연구원(KISS) 성봉주 박사는 “곡선주로에서의 원심력은 속력에 방해를 주기 때문에 직선으로만 뛰는 것이 기록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대구 | 전영희 기자 (트위터@setupman11)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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